아시다시피 아홉 거인은 원하는대로 지성을 지닌 채 거인화 형태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거인들을 의미하며, 각각 고유한 특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중 '진격의 거인'의 능력은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반전이었죠.
언급하셨듯, 진격의 거인의 진짜 능력은 "미래의 계승자의 기억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었음이 밝혀집니다.
"그 거인은 언제 어떤 시대에서나 자유를 갈구하며 나아갔다,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대사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말 그대로 '진격의 거인'의 계승자는 항상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는 의미로 받아 들이시면 됩니다.
'시조의 거인'의 힘을 계승한 프리츠 왕가의 혈통은 "좌표"라고도 불리우는 전지전능한 힘, 모든 유미르의 백성(거인 포함)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지녔기에 무적에 가까운 거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아홉 거인들 또한 왕에게 굴복했던 것이죠.
그러나 진격의 거인의 계승자만은 달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100년 전, 파라디 섬으로 도망친 왕 = 칼 프리츠가 수천만의 거인들을 이끌고 삼중 벽을 세웠을 때도, 마레가 에르디아인과의 거인대전에서 승리하여 아홉 거인 중 7가지 힘을 차지했을 때도, 진격의 거인만은 그 어느쪽에도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를 위해 나아갔고, 때를 기다렸죠. 에렌 크루거 또한 마레의 병사로 있기는 하지만, 전사로서 마레에게 충성하기는 커녕, 거인의 힘을 철저히 비밀로 한 채, "올빼미"로서 에르디아 복권파를 조직하고 운영하며 뒤에서 몰래 마레를 적대해왔죠.
진격의 거인을 계승해왔던 이들이 자유를 갈망해온 것이 거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냐고 물으신다면 확답을 드릴 순 없습니다. 에렌의 성향도 마찬가지구요. 그것은 마치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한가지 확실한건 진격의 거인의 계승자들이 자유를 위해 평생 싸워온 것은 미래의 기억에 이끌렸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들에게 언젠가 자유를 찾아줄 계승자의 기억에, 미래에 찾아올 누군가를.
칼 프리츠는 에르디아의 역사를 증오했습니다. 그는 유미르의 백성들이 행해온 피의 역사를 끊기 위해선 자신들이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독단적으로 판단, 마레에게 모든 권력을 양보하고는 '부전의 맹세'를 걸어 이후 자신의 힘을 후대의 왕가의 핏줄이 계승하더라도 생각을 바꿀 수 없게끔 봉인을 걸어버렸죠.
프리츠 왕가의 힘은 전지전능합니다. 시조의 거인의 힘만 있으면 모든 거인을 조종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언젠가 그 힘을 뺏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리고 언젠가 그 힘을 뺏어서 사용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진격의 거인의 계승자들이 왕에게 굴복하지도, 마레에게도 굴복하지도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자유를 위해, 왕의 독선에 맞서기 위해.
즉 에렌은 태어났을 때부터 사실 진격의 거인을 계승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였습니다. 이미 미래의 계승자에 대한 기억이 과거의 계승자들에게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