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공냥돌이님 무서운이야기 해주세요

석공냥돌이님 무서운이야기 해주세요

작성일 2023.09.01댓글 1건
    게시물 수정 , 삭제는 로그인 필요

최근 썰이랑 1년전꺼 까지 다 봤습니다 무당, 귀신, 꿈
다 좋아요 길고 최대한 많았으면 좋겠습당
Y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무서운 이야기

1. 한밤중의 전화벨 소리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나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은 라디오를 거의 안 듣지만 학창 시절에는 밤마다 박소연 씨와 김현철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밤늦게까지 라디오를 끌어안고 살았던 적이 있었죠. 아마도 8시부터 12시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시절에 진행자가 김현철 씨였는지 아니면 다른 분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여름에 공포 특집으로 <○○○ 기자의 미스터리 X파일>이라는 20분 남짓 되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들었던 아주 소름 끼치고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남자 기자였는데 이름을 효현이라고 하겠습니다. 효현 기자가 사건을 취재하러 다니며 도저히 신문 같은 데에는 실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가끔씩 생기더랍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만 개인 소장용으로 스크랩해 둔다고 하더군요. 그중 몇 가지를 라디오 여름 특집 때 방송한 것입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A는 어느 날 한밤중에 아무 이유 없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점점 또렷해지는 정신 때문에 계속 뒤척이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고파지더랍니다.

"라면을 먹어, 말어···. 추워서 내려가기 싫은데···."

당시 A는 2층 주택에 살고 있었고 A의 방은 2층, 부엌은 1층에 있는 구조였답니다. 그래서 한밤중에 라면이라도 먹으려면 불을 켜고 계단을 내려가 부엌에서 라면을 먹은 후 다시 올라와야 해서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때도 늦가을이라 꽤 쌀쌀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집 전화가 울렸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는 가족들이 깰까 봐 잠결에도 달려가 받기 마련입니다. A 역시 한밤중에 가족들이 깰세라 튕기듯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뚝 끊어지더랍니다.

"누구야, 이런 한밤중에···."

그때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데다 배가 더욱더 고파져서 결국 A는 라면을 끓이러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1층 계단을 막 다 내려갔을 즈음 또다시 집 전화가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니, 누군데 이렇게 한밤중에···!"

"A···."

전화를 건 사람은 뜻밖에도 같은 대학의 다른 과에 있던 B였다고 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B는 항상 혼자 다녔는데 사람은 좋아서 A와 술자리에서 한두 번 같이 어울린 적이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이 시간에 왜···."

"A 형··· 나 부탁 하나 있는데 들어 줄래요···?"

"무슨 일인데요···?"

평소 가벼운 인사 정도만 했고 이렇게 밤중에 전화해서 뭘 부탁할 만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A는 뭔가 중대한 일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A 형··· 나 너무 추워··· 추워서 그러는데··· 나 잠바 좀 가져다주면 안 될까···?"

술 마신 듯 약간 꼬이는 발음, 그리고 난데없이 한밤중에 잠바를 갖다 달라고 하니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던 A는

"아이고, 술 드셨나 본데 그만 집에 들어가세요."

이렇게 B를 달랬습니다. 그래도 계속 춥다며 잠바를 갖다 달라는 B에게 점점 화가 치민 A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어디 계세요? 내 갖다 드릴게! 어디셔, 지금?"

그러자 B가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나··· 집 뒤에 있는 언덕 개울가에 있어··· 추워···."

B가 서울에서 자취한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 몰랐던 A는 거기가 도대체 어디냐고 물었답니다.

"부산···."

이 사람이 장난하나.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A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B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습니다.

"잠깐, 잠깐! 우리 집에 전화나 좀 해 줘요··· 나 집 뒤에 있는 개울가에 있다고, 빨리 나 좀 찾으러 오라고 전화 좀 해 줘요···."

그렇게 B가 전화번호를 알려 주더랍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반이 넘어 있었고 이 시간에 남의 집에 전화하는 것도 좀 그래서 술 마시고 헛소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꾸 B의 전화가 마음에 걸리더랍니다. 그래서 오전 5시가 조금 넘었을 때 B가 알려 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집 뒤 언덕에 있는 개울가에 B가 있을 테니 데리고 들어가라고 하고 전화를 끊고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에 갑자기 경찰들이 A의 집으로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비몽사몽간에 경찰서까지 끌려간 A는 황당한 말을 듣게 됐는데 자신이 B를 살해한 용의자로 잡혀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이 개울에 도착했을 때 이미 B는 개울가 물에 코를 박은 채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그곳에 B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전화로 알려 준 A가 강력한 용의자로 오해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죠. 그리고 몇 시간 후, A는 무사히 풀려났습니다. 왜냐고요? B는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사람으로 학교에서도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B가 그날 밤 A가 전화를 받았던 때와 거의 같은 시각에 A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무려 1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걸었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A처럼 B와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터라 한밤중에 그의 전화를 받고도 술주정으로밖에 안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시간에 B가 개울가에 있다는 전화를 한 A가 유력 용의자로 오해받은 것이었고 날이 밝자 한두 명이 B의 집으로 전화를 함으로써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요약하자면 결국 이 사건은 B가 방학도 아닌 늦가을에 술을 왕창 마신 후 고향 집에 가려고 집 뒤 언덕에 있는 개울을 건너다 실족해서 끽해야 발목 위까지밖에 오지 않는 개울물에 코를 박은 채 익사한, 그야말로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은 사건이었던 것이죠. 더욱 놀라운 점은 A를 포함한 사람들이 B의 전화를 받았던 시간이 이미 B가 사망한 지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네요.

2. 허수아비 (2ch 괴담)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이야기야. 그날은 막 여름 방학이 시작될 무렵의 아주 더운 밤이었어. 11시쯤에 허기가 져서 가까운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지. 가깝다고는 해도 내가 살던 곳은 워낙에 시골이었던지라 좀 거리가 있었어. 걸어갈까, 자전거를 타고 갈까 잠시 고민하다 살짝 피곤하기도 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지.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정말로 현명한 판단이었어. 편의점에 가려면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좀 멀리 돌아가긴 해도 큰길로 가면 차도 많이 다니고 밝은 길이었고 또 하나는 지름길이긴 한데 어두운 논밭에 난 길이었어. 평소에는 항상 밝은 길로만 다녔었는데 그날 밤은 워낙 달빛이 밝았거든. 그래서 빨리 갔다 와서 게임이나 계속하고 싶어 지름길을 택했지. 그것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던 거야. 그때 그 길을 택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을 텐데.

자전거로 달려 집을 몇 채인가 지나면 쭉 논밭이 이어진 길이 있어. 어두워서 좀 그렇긴 했지만 중학생 때는 항상 이 길로 통학했었으니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지. 그때는

"아우─ 젠장할 벌레들, 시끄러워 죽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사히 편의점에 도착했어. 군것질거리를 사 들고 다시 그 길을 지났지. 이상한 일은 그때 일어났어. 소 같은 가축의 사료용으로 키우고 있는 옥수수밭이 있었는데 그게 한 2m 정도 빽빽하게 옥수수가 자라 있는 느낌이었거든. 거기를 지나갈 때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는 자전거를 세웠어.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거든. 그게 사람의 목소리라고 할까, 무슨 울음소리 같았는데 묘하게 날카로운 소리였어. 아무리 달이 밝다고는 해도 이런 시간에 밭에 사람이 있나? 귀를 기울여 보니 누군가가 소곤대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소리가 들리는 쪽을 살펴봤지. 잘 안 보이긴 했지만 그 소리는 밭 한가운데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자전거에서 내려 옥수수밭으로 걸어 들어갔지. 지금의 나라면 그런 미친 짓은 절대로 안 하겠지만 그때는 대체 왜 그랬는지 그것을 꼭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았어. 부스럭부스럭 옥수수를 헤쳐 나가며 걸어 들어가 보니 소리가 나던 장소가 나왔어. 왠지 여기만 옥수수 줄기를 좀 베어 놓은 것 같더라고. 그런데 왜 여기만?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기겁했어. 한순간 달빛에 비쳐 머리가 긴 여자의 옆모습이 보였거든.

"뭐, 뭐지···?! 누구야?!"

겁에 질려서 마구 지껄여댔어. 그런데 그것이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야. 벌벌 떨면서 자세히 봤더니 그것은 그냥 허수아비였어.

"아나···· 허수아비였어? 깜짝 놀랐네···."

그렇게나 겁에 질렸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고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큰 소리로 말했지.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 기분 나쁜 허수아비였거든. 얼굴은 커다란 게 눈과 코는 낙서라도 해 놓은 것처럼 그려져 있고 가발을 씌워 놓은 것 같았어. 그렇게 엉망으로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인데 어째선지 입만은 일자로 잘라 놓고 새빨간 립스틱까지 발라 놓은 거야. 그렇게 만든 허수아비의 머리에 쇠 파이프를 꽂아서 지면에 세워 놨더라고.

"개징그럽네··· 빨랑 집에나 가야지."

그런데 그때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어. 그럼 방금 전 그 목소리는 대체 뭐였지? 분명히 이쪽에서 들렸는데. 바로 그 순간

"키히히···!"

그렇게 엄청나게 귀가 울리더니 머리를 단단히 조이는 듯 심한 두통이 나를 덮쳐왔다.

"뭐야···?!"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려 앉아 앞쪽을 봤더니 눈앞의 허수아비 입이 바람에 움찔움찔 움직이는 거야. 아니, 바람 같은 것은 불지도 않았어. 움직이는 것이라곤 허수아비뿐이었지. 주변의 풀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어. 그뿐만 아니라 방금 전까지 그렇게 시끄럽게 들려오던 개구리나 벌레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거야. 심장이 쿵쾅대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 뭔지 모르겠지만 몸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지. 나는 부들거리며 일어서서 허수아비를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뒤로 돌아 걸어가려 했어.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어. 안 봐도 알 수 있었지. 허수아비의 입이 완전히 벌어졌다는 게 느껴졌어.

‘빨리 달아나야 해.’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 제멋대로 뒤돌아 걸어가는 거야. 허수아비는 입이 있던 자리부터 완전히 둘로 쪼개져 있었어. 그리고 그 속에서 뭔가 검은 것이 나오고 있었어. 그것은 사람의 머리처럼 보였지.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그 허수아비는 머리통만 있고 밑은 달랑 쇠 파이프 하나 박혀 있을 뿐인데. 사람이 숨어 있을 만한 공간은 없다고. 그때 깨달았지. 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뭔가가 허수아비 안에서 나오려 하고 있었어. ‘그것’은 벌써 두 눈이 보이고 있었지. 나는 비명을 지르며 전력을 다해 도망쳤어. 서둘러 자전거에 올라타며 옥수수밭을 돌아봤을 때 ‘그것’도 밭을 완전히 빠져나와 있었지. 그리고 웃고 있었어. 좀 떨어져 있는 데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나는 확실히 ‘그것’이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사람 살리라고 비명을 지르며 자전거 페달을 죽어라 밟았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울부짖었어. 내가 있는 힘을 다해 자전거로 달리고 있고 ‘그것’은 어기적어기적 이상한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백미러로 뒤를 볼 때마다 ‘그것’과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두세 번 정도 뒤쪽의 짐받이를 잡힐 뻔하기도 했고. 왜, 대체 왜 나를 쫓아오는 거야? 필사적으로 페달을 밟고 있는데 내 뒤쪽에서

"들렸어. 들렸지? 들은 거지?"

묘하게 날카로운 기계음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어. 그러고는 갑자기 급브레이크가 걸리기라도 한 듯 충격이 오더니만 나는 몇 미터나 날아가서 길가를 구르고 말았어. 고개를 들어 보니 ‘그것’은 좁은 사거리에 서서 나를 보며 다가오고 있었지. 아, 이렇게 죽는구나.

그렇게 각오하고 눈을 감은 순간 갑자기 ‘빵─’ 하고 엄청난 소리가 나서 놀라서 눈을 떴지. 보니까 차가 한 대 서 있는 거야. ‘그것’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 곧 운전석 쪽에서 한 남자가 내려오더니

"뭐, 뭔가 치였는데···! 뭐지?!"

그렇게 소리치는 거야. 그러더니 넘어져 있는 나와 자전거를 보고는

"씨···! 이걸 어떡해···!"

이러며 머리를 쥐어뜯었어. 그러다 곧 내게 달려와서는

"저기, 이봐요! 괜찮아요?! 많이 다쳤어요?! 진짜 죄송합니다, 얼른 구급차 부를게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일으켜 세워 줬어.

"차에 치이진 않았어요···."

"지, 진짜요? 그, 그렇죠? 그래요, 자전거 같은 걸 쳤다는 느낌은 없었으니까···. 그럼 도대체 뭘 친 거지···?"

남자는 차 쪽으로 달려가더니 차 주위를 열심히 살펴보기 시작했어. ‘그것’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혼자 남는 게 싫어서 다리를 절며 차가 있는 곳으로 갔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어···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게 의아해하던 남자가 곧 차 밑을 들여다보더니

"이, 이게 뭐야···!"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렇게 질질 끌어낸 그것은 허수아비의 머리였어.

"아─ 기분 나쁘게, 이게 뭐야··· 허수아비잖아···? 하, 다행이다···."

그 남자는 안심한 듯이 웃었지만 나는 도무지 웃을 수가 없었어.

"저, 저기요. 죄송한데 저희 집까지 태워다 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사정하자 남자는 허수아비 머리를 가까운 밭 쪽으로 던져 버리고는 기분 좋게 OK 해 줬지.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그것이 쫓아올까 봐 불안해서 계속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확인하곤 했지. 집에 와서는 그 나이 먹고 부모님 사이에 낀 채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아침까지 덜덜 떨었다니까. 한동안 겁을 먹은 채 생활했었는데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겁을 먹게 됐어. 그 일이 있고서 이틀 뒤에 근처에 살고 있는 40대 여자가 병원에 실려 왔다는 거야. 그 사람은 정신병이 있어서 집에서 부모님이 돌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보니까 몸 절반의 뼈가 몇 군데나 부러져 있었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그저 실실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거야. 가슴이 철렁했지. 이게 그저 우연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 그 허수아비는 정말 사람이 만든 것이었을까. 나는 지금도 그 길가 쪽은 쳐다보지도 못해. 절대로.

3. 인천 편의점의 괴소문

이 이야기는 필자가 지인을 도와서 편의점 일을 했을 때 겪었던 실화다. 대학교 선배였던 그분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아주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시 선배는 인천에만 5개, 서울·경기권까지 도합 9개의 편의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며 대학까지 다니려니 시간이 부족했던 선배는 마침 휴학 중이던 내게 인천에 있는 5개의 편의점 운영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 부탁에 나는 덜컥 겁을 먹고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일도 어렵지 않고 근무 시간도 짧으며 두둑한 보수까지 약속하겠다는 선배의 말에 나는 결국 일을 돕기로 했다.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처음에 했던 나의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대학교 1학년 때 편의점 알바를 해 본 경험이 있었던 나는 편의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선배 차로 가게들을 돌면서 시간대별로 물건을 발주하고 가끔 발생하는 물건의 손실이나 근무자와 손님 간의 트러블 정도를 해결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하루 4시간 남짓 일하고 받는 돈은 200여만 원에 가까웠으니 그야말로 꿀알바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어마어마한 알바를 채 세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다. 내가 관리하던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매일 밤마다 발생하는 어떤 문제 때문이었다.

그 문제의 편의점은 하루에 200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는 대박 편의점 중 하나였다. 팔리는 물건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자주 방문하게 됐는데 이상하게도 유독 이 편의점만 알바생이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계속 그만두는 것이다. 그저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나 싶었던 나는 주말 오후 아르바이트생에게서 이상한 소문을 하나 듣게 됐다.

"저기, 형. 이 근처에서 무슨 사고 같은 거 난 적 있어요?"

"무슨 소리야?"

"아니, 야간에 오는 손님들이 이 근처에서 자꾸 헛게 보인다고 하잖아요."

"야, 너 놀리는 거잖아. 그냥 웃고 넘겨. 편의점 알바 원투 데이 해 보냐?"

그렇게 나는 알바생의 말을 웃고 넘겼지만 그 이후로 내가 물건을 발주하러 갈 때마다 녀석은 그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댔다. 나는 남들 다 자는 밤에 일하느라 겁이 많아졌나 보다 하고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얼마 후 녀석이 편의점에서 기절한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에 실려 갔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게 단순한 헛소문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는 편의점 주간 파트로 일하시는 아저씨에게서 근처를 떠도는 흉흉한 소문을 듣게 됐다. 편의점 앞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4살짜리 꼬마 아이가 광역 버스에 치여 비명횡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요즘 들어 이 근처에서 그 아이의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꼬마가 편의점에도 나타난다고요?"

"음··· 그런다곤 하는데 내가 본 적이 없어서···."

"근데 그 꼬마 귀신은 왜 하필 여기 나타난대요?"

"아~ 그 애가 여기서 라면을 사 들고 뛰어나가다 차에 치인 거거든."

"네? 진짜요?"

"그래. 그 사건 터지고 나서 그 시간대 알바생 바로 관뒀잖아. 자기랑 몇 초 전까지 얘기하던 꼬마 애가 순식간에 버스에 치여서 죽어 버렸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어."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머릿속에 그 사고의 상황을 그리고 있었다. 4살짜리 어린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컵라면을 들고 카운터로 다가오면 나는 까만 비닐봉지에 라면을 담아 아이의 손에 들려 준다. 아이는 웃으며 편의점 밖으로 뛰어나가고 잠시 후 버스의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면서 곧이어 둔탁한 소리가 고막을 뚫고 들어온다.

"와··· 진짜 끔찍하네요."

"뭐 나야 낮에 일하니까 못 보는 걸 수도 있지만 밤에 일하는 애들 말 들어 보면 가끔 횡단보도 앞에 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더라."

"저쪽 횡단보도 앞에요?"

"뭐, 그렇다고 하긴 하던데··· 에이~ 설마 귀신이겠어?"

그렇게 점점 굳어지는 내 얼굴을 본 아저씨는 괜히 크게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나는 물건 발주를 대충 마무리하고 차에 올라탔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평범하게 보이던 편의점이 이제는 공포의 집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아르바이트생이 구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급한 대로 다른 시간대 직원들과 내 친구들이 그 시간을 메꿨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 결국 구인이 될 때까지 내가 5시간 정도 그 편의점을 보기로 했다. 사실 5시간 동안 근무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야간에는 술과 안주 외에 기타 상품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한두 시간을 제외하면 한산했던 것이다.

그렇게 내가 대타로 근무한 지 5일째 되던 날이었다. 야간을 봐 주기로 한 학생이 사정으로 인해 두 시간 정도 늦는다고 해서 새벽 1시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막 도착한 물건들을 확인하며 창고 쪽으로 옮기고 있는데 순간 라면 코너 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꼬마 아이가 눈에 보였던 것이다.

"어서 오세요."

나는 물건 정리한다고 차임벨 울리는 소리도 못 들었나 싶어 곧장 카운터로 뛰어갔다. 그런데

"어?"

카운터로 돌아와서 편의점에 설치된 거울을 살펴봤더니 뭔가 이상했다. 편의점의 네 귀퉁이마다 설치된 거울에는 텅 빈 편의점 카운터에 서서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나 외의 사람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라면 코너 쪽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야···."

순간 주간 타임 아저씨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며 온몸이 떨려왔다. 나는 속으로 제발 무슨 소리라도 들리기를 빌었다.

"네?"

그렇게 정말 다행히도 꼬마 아이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귀신의 목소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생기가 넘치는 목소리였다. 순간 온몸의 힘이 쫙 풀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아까 라면 코너에서 봤던 꼬마 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뛰어나와서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편의점 문 앞으로 다가갔다.

"응? 왜 안 나가지? 문을 못 여나?"

그렇게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땡땡─)

내가 문 앞에 다가선 순간 텅 빈 편의점 안에 차임벨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꼬마 아이가 문 앞에 서도 울리지 않던 차임벨이 내가 다가오자 반응을 했던 것이다.

"어? 이게 왜···."

나는 편의점 문을 열고 다시 뒤를 돌아볼 때까지 차임벨이 늦게 울렸던 이유를 알지 못했다. 편의점 문 앞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4. 하자물건 (2ch 괴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영 날씨가 꿀꿀합니다. 기분 나쁘게 말이죠. 저는 도쿄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 부모님 대부터 물려받은 거지만요. 이렇게 좋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면 또 늘어나곤 합니다. 그래요, 그래. 변사자 수입니다. 도쿄는 한 해에 만 명 넘게 죽어난다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게 또 큰 관계가 있습니다. 하자물건이라고 아십니까? 모르신다고요? 그러시구만, 하하. 여러 이유로 판매나 임대에 지장이 있는 물건들을 말하는 겁니다만, 쉽게 말하자면 죽은 사람이 나온 방이라는 거죠. 자살이나 살인같이 변사자가 나온 물건은 우리 같은 업자들에게는 고민덩어리라서 말이죠. 전에는 이것도 그냥 사실을 숨겼습니다. 가격만 왕창 내리면 나름대로 손님도 늘었거든요. 뭐, 나중에 손님이 사실을 알고 항의하러 온 적도 많았지만요. 아무것도 모른 채 거기서 잘 살면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게 법이 바뀌면서부터 글러먹은 겁니다. 소비자 계약법이라고 하는 겁니다만, 하자를 숨긴 채로 계약한 물건은 손님이 항의한 시점에서 계약이 무효화되는 겁니다. 당신이라면 [이 방에서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광고에 써넣을 수 있겠습니까? 방값을 깎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도쿄에서 한 해 만 명의 변사자가 나온다는 것은 하자물건도 그만큼 계속 늘어난다는 소리죠. 한 해에 몇천 집은 될 것 아닙니까. 도쿄에서 장사해 먹는 저 같은 놈한테는 하자물건이라는 것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늪 같은 거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쪽도 그냥 손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죠.

‘샐비지 업자’라고 알고 계십니까? 뭐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우리 같은 양반들을 구조하는 업자들이죠. 하자물건의 사실 고지에 있어서 해당 대상은 바로 전에 살던 사람까지만입니다. 그런고로 업자가 알선해 온 거주자를 잠시 살게 하는 것으로 하자 고지 의무를 지워 버리는 것이죠. 지당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하자물건에 업체 사람이 들어가서 직전 거주자가 돼 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반년 뒤에 돌려받은 물건은 이제 멀쩡한 집으로 둔갑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자물건을 고지할 필요 없는 평범한 물건으로 구조해 주는 것을 샐비지 업자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서류상에서 깨끗한 물건으로 돌려주는 것이죠. 하하하. 그런데 이 업계에도 괴상한 이야기 한두 개쯤은 있단 말입니다. 뭐라고요? 듣고 싶으시다고요? 하하하하···.

우리가 일을 맡기는 A라는 업자가 있습니다. 그 양반, 엄청 바쁩니다. 도쿄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에서도 의뢰가 잔뜩 들어오는 것 같더군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하자물건에서 반년간 살 사람들은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 구하고 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의뢰를 받아서 봤더니 지난번에 의뢰를 처리해서 돌려줬던 물건이더랍니다. 그러니까 반년 전에 샐비지를 마치고 돌려준 지 얼마 안 된 물건이더라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다른 부동산에서 의뢰를 하더라는 겁니다. 도쿄 N역 근처 임대 아파트로 700 몇 호라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당황한 A는 그 부동산에 연락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몇 달 전에 계약했던 여자가 방에서 목을 매달았다는 겁니다. 뭐 세상에는 온갖 일이 다 일어나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 물건의 샐비지를 맡게 됐답니다. 그리고 반년 뒤 또 의뢰가 들어와 살피고 있었는데 그 700 몇 호 집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여대생이 목욕탕에서 손목을 그었대요. 무언가 기묘하다는 생각에 A가 자료를 좀 찾아봤더니 A네에서만 세 번째로 맡는 일이더라는 겁니다. 그것도 딱딱 맞춰서 반년마다 귀신같이 일이 들어오는 겁니다. 아르바이트로 보내서 살라고 시킨 놈들도 계속 못 살겠다고 나가대는 통에 겨우겨우 기간을 채웠던 거고요. A도 당황해서 주저했지만 뭐 어쨌거나 또 맡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반년 후 네 번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샐러리맨이 돌연사했답니다. 그리고 또 반년 후 다섯 번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물장사하는 여자가 농약을 마셨다네요. 그리고 여섯 번째 의뢰도 어김없이 반년 뒤에 들어왔습니다. 과연 이쯤 되니 정말 소름이 돋더랍니다. 알바생들 사이에서도 그 집에 대한 소문이 쫙 퍼져서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여섯 번째 의뢰는 안 받았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A한테 정기적으로 샐비지 의뢰가 들어오는 물건이 몇 개 있다고 합니다.

"야~ 완전 단골집이라니까요."

그렇게 A는 싱글벙글합니다만. 아, 이거 분위기에 젖어 꺼림칙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놨군요.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하하하···.

5. 시계 소리

어렸을 때 어머니의 직업 특성상 전국 방방곡곡 그리고 이 먼 해외까지 나와서 살게 됐었어. 처음에야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마치 모험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몇 달만 지나도 예전과는 너무 다른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지. 그래서 오늘은 어렸을 때 살았던 빌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 그때 내 나이가 13살. 겁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서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집 전화로 무서운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어. 당시만 하더라도 국민학생에게 휴대폰은 가져서는 안 될 사치품 비슷한 것이었거든.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후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지. 오전에 더웠던 묵직한 습기들이 마치 빗소리에 다 가라앉는 것처럼 시원스러웠어. 그렇게 한참을 친구와 통화하는데 친구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더라고. 그래서 먼저 잠들었나 보네 하고 수화기를 내렸지.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끄려고 방문 옆에 있는 스위치 쪽으로 갔어. 그런데 왜,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 지금 내가 방 불을 끄고 나면 편하게 못 잘 것 같은 느낌말이야. 불을 켜 두고 잘까. 아니면 그냥 용기를 내서 꺼 버릴까. 한참을 생각한 뒤에 불을 끄기로 했어. 전기세 많이 나간다고 회사에서 돌아온 엄마에게 혼날까 봐도 큰 이유였지. 그렇게 방 불을 끄고 잠을 자려 하는데 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들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려고 눕기만 하면 잠귀가 너무 밝아져서 문이 바람에 열렸다 닫히는 소리, 커튼이 창문과 부딪히는 소리, 창문 밖에서 줄어든 빗줄기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생생하게 내 귀에 들리기 시작하더라고. 그래서 뭐 별거 아니니까 잠이나 자자 했지.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눈이 뜨였어.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방 안에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려왔어. 마치 누가 내 귀 옆에 시계를 갖다 놓은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그냥 내 잠귀가 밝아져서 그런가 보다 했지. 한참을 잠과 씨름하던 중 이건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스위치를 켰어. 더 이상 못 자겠었어. 내가 이놈의 시계를 찾아서 분리해 놔야겠다는 일념하에 방을 뒤지기 시작했지. 일부러 두 발을 쿵쿵 구르며 침대 밑도 보고 책상 위도 보고 책꽂이 사이도 보고 창문 틈도 보고 심지어 옷장 안까지 샅샅이 뒤졌어. 그런데 없더라고. 째깍째깍하고 소리가 날 만한 게 없었어. 나는 씩씩대며 방에서 나왔고 거실 소파에 앉아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지. 그러다 큰 소리로 말했어.

"아─ 씨··· 내가 시계를 어따 뒀길래 못 찾는 거지!"

그렇게 나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시간이 가기를 빌었어. 최대한 화를 내면서 방문을 쾅 닫고 나왔지만 내 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뒤덮여 있었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거든. 내 방에는 시계 소리가 날 만한 게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이야.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이 집은 방은 4개나 됐지만 정작 사는 사람은 두 명밖에 없는 데다 아직 시계가 없어. 엄마 방에 있는 조그마한 전자시계 빼고. 그런데 자기 전에 통화를 같이하던 친구가 한 말이 또렷하게 기억나더라고. 만약 네가 잠들려고 할 때 누군가 장난을 걸어온다면 너무 화들짝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그냥 침착하게 화난 척을 하다 그 장소에서 나오라고. 네가 누군가에게 공격받고 있거나 그 누군가가 원하는 것처럼 겁을 먹게 되면 그 누군가는 더 이상 너를 흥미(장난)의 대상이 아닌 그저 또 하나의 자아, 즉 그 누군가를 대변해 줄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러니까 절대로 겁먹지 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뒤에 있을지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6. 친구가 겪은 이야기

제 친구가 겪은 일을 친구의 시점에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대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평범한 제가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아주 가끔씩 귀신과 같은 존재를 보거나 느낀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해를 끼치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며 살고 있었죠. 그런데 며칠 전 친구가 저에게 해 줬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 친구 역시 남다른 촉을 가지고 있는 소위 신기가 있는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저에게 한다는 말이

"너 당분간 몸조심해. 계속 뭔가 보이고 나타나기도 할 거야. 꼭 조심해. 이상한 생각 말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저도 제 친구만큼은 아니지만 그것의 존재를 종종 접했던지라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의 말이 잊히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비가 오던 어느 날, 심심했던 저와 제 친구들은 다 같이 모여서 궁동 시내로 갔습니다. 노래방에 들어가서 다 같이 신나게 놀다가 A라는 친구가 노래를 부를 때쯤 저는 피곤했는지 깜빡 잠들게 됐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자고 있는 내 모습과 노래를 하고 있는 A의 모습이 다 보이더군요. 저는 속으로 ‘이게 그 유명한 유체이탈이라는 건가?’ 하고 신기해하면서 잠을 자고 있는 저에게로 가서 그대로 누웠습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도 잘 되지 않고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누군가 노래방 방문을 열더니 창백한 얼굴에 검은 모자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왔습니다. 놀라서 쳐다봤더니 두 명은 키가 크고 한 명은 키가 작더군요. 키가 작은 사람은 빨간 입술을 하고는 마치 조선 시대에서나 볼 법한 낡은 책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차례대로 노래 방안을 둘러보더니 키가 큰 두 명 중 한 명이 A를 가리키면서 옆에 있는 한 명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쟤야? 아니면 재? 한번 찾아봐."

그러더니 낡은 책을 마구 펼쳐 보더군요. 키가 작은 한 명은 벽에 기대서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을 제가 한 번 슥 봤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고 저는 아차 싶어서 바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그 키 작은 사람이

"잠깐. 쟤··· 우리 보이는 것 같은데?"

그러더니 저를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며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후 제 앞에서 발소리가 멈추더니 그 키 작은 사람이

"너, 우리 보이지? 그치?!"

그렇게 윽박을 지르더군요. 저는 너무 놀랍고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노래방 문이 확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순간 눈을 떴습니다. 열린 문으로는 왜소한 체구에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다 찢어지고 해진 하얀 옷을 입으신 할아버지께서

"안 된다, 이놈들아!! 얘들은 안 돼!!"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면서 키 작은 사람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셨죠. 그러자 키 큰 사람이 낫을 꺼내더니 그대로 할아버지의 목을 베어 버리는 겁니다. 할아버지의 목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고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머리와 몸을 끌고 방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눈앞에서 벌어진 그 상황이 대체 뭔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친구들을 쳐다봤습니다. A는 펑펑 울고 있고 다른 친구들이 A를 달래고 있더군요. 저도 너무 놀라고 무서웠지만 저 혼자만이 유일하게 모든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에 일단 신기 있는 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친구에게 대충 상황 설명을 하니 무척 놀라더군요.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그 할아버지, 아무래도 A네 친할아버지 같아. 할아버지가 너랑 애들 지키려고 그러신 것 같은데."

친구 A에게는 원래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수호령으로 계셨는데 A와 친구들을 지키려고 할아버지가 대신 가셨다는 겁니다. 이제 A에게는 할머니 혼자 계신 것으로 보인다네요. 일단 전화를 끊고 A의 말을 들어 보니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면서 무척 슬퍼졌다더군요. 저는 차마 자세한 이야기는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자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전신 거울을 무의식적으로 쳐다봤는데 노래방 안에서 봤던 키 작은 사람이 슥 지나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지더군요.. 그 이후로 또다시 그 사람들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그날 제가 본 게 A와 친구들을 데려가려던 저승사자였을까요. A의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았더라면 모두 어떻게 됐을까요. 이 일화는 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정말 유명했던 일화로 남아있습니다.

7. 영덕 폐교 체험담

저는 대구에 사는 21살 남자입니다. 저와 고등학교 친구들이 영덕에서 겪었던 일을 투고해 보겠습니다.

때는 올해 4월 말쯤이었습니다. 친구 한 명이 해병대에 입대한다고 해서 우리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 영덕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곳저곳을 둘러본 우리는 미리 예약한 펜션에 짐을 풀었습니다. 그렇게 저녁 7시쯤 펜션 앞에서 준비해 간 술과 푸짐한 저녁을 한참 먹다 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펜션으로 오는 길에 봤던 폐교가 생각났습니다. 저와 해병대에 입대하는 친구 A는 평소 공포나 스릴 있는 것들을 워낙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해병대 입대 기념으로 그 폐교에 가 보자고 말을 꺼냈죠. 그러자 A도 흔쾌히 좋다고 하더군요. 총 6명의 친구들 중 두 명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먼저 잠들었고 저를 포함한 네 명의 멤버들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펜션에서 나와서 5분 정도 걸어가니 그 폐교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으스러진 정문을 지나 폐교에 막 들어가려는데 처음부터 폐교 탐험을 탐탁지 않아 했던 친구 B가

"야, 안 좋은 기운이 자꾸 느껴진다··· 그만 돌아가자."

그렇게 칭얼대더군요.

"에헤이, 사내자식이 뭐 그렇게 겁이 많아? 빨리 들어가자."

그렇게 B를 끌고 1층부터 천천히 둘러봤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처럼 보이는 건물의 교실 칠판에는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낙서가 어지럽게 쓰여 있었죠.

"에이, 뭐야~ 별거 없네. 시시하게. 얘들아, 우리 온 김에 2층도 한번 둘러보자."

"야! 그만 가자고, 좀! 여기 진짜 이상하다고!"

사실 B는 친척들 중에 무속인이신 분도 있고 신내림을 거부하신 분들도 있다 보니 B 역시 무언가가 느껴지는가 보다 싶었죠. 하지만 우리는 B의 말을 무시하고 2층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1층 복도 끝에 있는 커다란 유리문에 불이 켜진 것이 보이는 겁니다.

"어라, 저게 뭐지?"

"아까 올 때 보니까 폐교 옆에 진료소 같은 거 있던데. 아직도 일하나?"

"어? 그럼 여기 돌아다니다가 걸리면 골치 아프겠는데? 에이 씨, 그냥 나가자."

그렇게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펜션으로 돌아갔습니다.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어깨가 조금 무겁더군요.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 잠을 청해 봤지만 어깨가 너무 무거워서 잠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펜션 사장님께 그 폐교에서 예전에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냐고 슬쩍 여쭤봤지만 사장님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드시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눈을 떠 보니 어깨가 여전히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 씨···. 늬들은 어제 폐교 갔다 와서 어깨 안 무거웠냐?"

"그런 거 없었는데? 짜식, 혼자 센 척 다 하더니. 기분 탓이겠지, 뭐."

우리는 아침을 챙겨 먹고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한 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목에서 저와 친구들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야··· 어제 폐교 바로 옆에 진료소 건물 있던 거 아니었어?"

"맞아. 폐교 들어갈 때 불도 켜져 있었고."

하지만 폐교 옆에는 큰 나무와 강당만이 있었고 거리를 두고 떨어진 곳에 진료소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어젯밤에 폐교 건물 1층 복도 끝에서 불이 환하게 켜진 건물을 봤었는데 말입니다. 친구들과 어제 일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B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 사실··· 어제 2층 창문에서 여자 얼굴 봤어."

"뭐?! 왜 그 얘기를 지금 하는데!"

"그래서 내가 어제 빨리 가자고 했잖아! 어제 네 어깨 무거웠던 것도 그것 때문이야. 그대로 2층까지 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말도 안 돼···."

"너 어깨 아직도 좀 무겁지?"

"어."

"집에 도착하면 당장 몸에 소금 뿌리고 깨끗하게 씻어. 그리고 제발 저런 곳에 함부로 들어가지 좀 마라."

그렇게 B의 말을 들은 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B의 말대로 소금을 뿌리고 샤워를 했더니 바로 잠이 오더군요. 여러분, 절대 폐가나 폐교에 함부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8. 가로등조차 없는 길

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공대생입니다. 나름 과학을 전공하고 있는지라 귀신 같은 영적인 존재는 믿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에 이상한 일을 겪게 돼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걸어서 통학을 합니다. 학교 후문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데 동네가 동네인지라 주변은 온통 논밭뿐인 시골길입니다. 그 길을 지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가로등도 없는 부분이 있어서 밤늦게 길을 걸어가게 되면 꽤 으스스한 느낌이 들곤 하죠.

어느 날 저는 친구들과 학교 옆 작은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신 후 터벅터벅 자취방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늘 하던 것처럼 아무도 없는 어둡고 조용한 시골길을 걸어가는데 역시나 음산하더군요. 저는 가끔 노래를 부르며 그 길을 지나가는데 그날도 무서운 기분을 떨쳐 내기 위해서 노래를 불렀죠.

"무슨 말이든 해 보려 했지만~♪"

그렇게 술기운에 심취해서 저는 열심히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다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구간에 접어들었을 때 저는 제 목소리를 휴대폰으로 녹음해 봤습니다. 30초 정도 녹음한 후 이어폰을 끼고 파일을 들어 보니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그런데 파일을 절반 정도 듣고 있었을 때 별안간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흐흐흐흑···."

그런 여자의 흐느끼는 듯한 소리에 너무 놀라서 저는 어두컴컴한 길 가운데에 우뚝 멈춰 서서 이어폰을 뽑았습니다.

"방금 뭔 소리지···? 이어폰에서 나는 거 맞나···?"

저는 순간 제 귀를 의심하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하지만 주변은 풀벌레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 조용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는 쿵쾅대는 심장을 안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 소리는 대체 뭐지?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뒤엉켜서 머리가 멍해진 저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서 이어폰을 꽂고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녹음 파일을 재생했습니다. 그런데 가로등 불빛이 있는 곳에 다다를 때쯤 다시금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분명히 제 목소리와 함께 녹음된 것이었습니다.

"···어··· 가···."

목소리가 제 노랫소리와 겹쳐서 잘 들리지 않았고 저는 소리를 조금 더 키워서 집중했습니다. 그러자 제 목소리와 겹쳐서 들리는 너무나도 선명한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시끄러워!! 나가!!"

저는아까 노래를 부를 때는 이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는데 하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고 그 순간 가로등 불빛 아래 멈춰 섰습니다. 그러자 동시에 고함 소리가 멈췄고 이어폰을 빼자 뒤쪽에서 뭔가 무거운 물체가 질질 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 곳에는 상체만 있는 몸의 형상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저를 향해 손을 뻗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제 눈에 보이는 이 장면을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그 상태 그대로 3초 정도 굳어 버렸습니다. 저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자취방으로 내달렸습니다. 다행히 가는 길은 가로등이 환히 비추는 구간이었고 무사히 자취방으로 들어간 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 날 등교하기 위해 그 길을 지나갔지만 그 어떠한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죠. 대체 그것은 뭐였을까요. 술에 취해서 헛것을 본 거라고요?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착시나 뇌의 이상 현상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영적 존재를 믿지 않았던 저는 그때 보고 들었던 것 때문에 더 이상 그런 입장을 고수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밤에 그 길을 지나갈 때면 저는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아직도 그날 밤을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9. 신축 건물의 공포

어릴 때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노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 그런 순수함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더군요. 오랜만에 어릴 때의 기분도 낼 겸 제가 20대 중반에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때는 2013년 여름. 무더위가 한창이던 그때 저는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 위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취업 사이트와 교수님 추천 업체 등을 두루 살펴보며 면접을 보러 다니던 시기였죠. 이 땅의 모든 취준생분들과 그 시절을 겪었던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면접 공고가 나서 연락을 받으면 업체 약도에만 의지해서 회사를 찾아가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이죠. 특히 저 같은 길치는 상세 주소를 보고 또 봐도 그곳에 찾아가기까지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적인 여유를 넉넉히 두고 면접 장소로 가곤 했습니다.

그날도 저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일찍 나와서 면접 장소가 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도착했습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시간이 무려 40분이나 남아 있더군요. 근방에 사는 지인도 없고 PC방이나 카페, 도서관에 가자니 시간이 좀 애매하고. 어떻게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는 사이 땀이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몰골로 어떻게 면접을 볼까 걱정됐던 저는 땀을 식힐 장소부터 찾았습니다. 그때 신축 건물 하나가 제 눈에 들어왔죠. 면접 장소 바로 맞은편에 있는 건물 안에 화장실이 있으면 그곳에서 땀을 식히고 생리 현상도 해결하면서 버틸 수 있겠다 싶더군요. 저는 무작정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신축 건물답게 1층 로비에는 안내 데스크와 경비원 한 분이 계셨습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도심 속 건물 내부의 풍경이었죠. 하지만 하필 1층 화장실 내부가 수리 중이었고 저는 경비원의 눈치를 살피며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워낙에 소름 돋는 일이라 지금도 기억나는데요. 그때 아무 버튼이나 누른 것이 바로 8층이었습니다. 천천히 올라가던 엘리베이터는 8층에 멈춰 섰고 스르르 문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신축이라고는 해도 1층 로비와는 분위기가 너무도 다른 겁니다. 어두컴컴한 적막만이 감도는 복도가 이어진 8층은 입주가 아직 안 된 것 같았습니다. 안에서 밖을 살피던 저는 그래도 화장실은 열려 있겠지 하고 그냥 내렸습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 불빛에 의지해 조금이나마 확보됐던 시야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힘과 동시에 완벽한 암흑에 잠겨 버렸습니다. 저는 간간이 보이는 비상구의 불빛과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서 화장실로 보이는 곳을 찾았습니다. 문이 열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신축 건물답게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꺼지는 시스템이더군요. 이상한 것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부터 마치 8층 전체에 에어컨을 틀어 둔 것처럼 몹시 서늘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더운 곳에 있다 와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심하게 서늘한 게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죠. 그렇게 서둘러 볼일을 보고 손도 씻고 하다 보니 땀이 자연스레 식었더군요. 면접까지는 30여 분이 더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도 없고 시원하니 잘됐다 싶어서 맨 끝 칸에 들어가서 변기 덮개를 내리고 앉았습니다.

그렇게 10여 분 정도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그때 누군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순간 뭐지 싶었는데 청소를 하시는 분이나 건물 관계자일 수도 있겠다는 당연한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칸에서부터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휴지통을 비우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이 화장실에는 휴지가 아예 없었고 몇몇 칸을 확인해 봤지만 휴지통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기분이 왠지 싸한 게 나도 모르게 점점 그 소리와 인기척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소리는 제 옆 칸을 지나서 드디어 제가 있는 세 번째 칸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똑 똑 똑. 똑똑똑. 쿵쿵쿵쿵쿵쿵.)

누군가 밖에서 제가 있는 칸의 문을 점점 심하게 두드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문을 부술 듯이 심하게 두드리는 겁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했던 저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 여기 사람 있어요···."

그러자 소리는 이내 멈췄고 저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후 조심스레 화장실 문을 열어 봤습니다. 그런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아주 낡아 보이는 청소 도구 같은 것을 들고 그 자리에 그냥 서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아주머니는 미동도 없이 저를 매섭게 응시하고 있었죠.

"아··· 볼일이 너무 급해서요. 죄송합니다."

그 말을 남긴 채 저는 죄라도 지은 것마냥 후다닥 화장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아, 이 층은 입주가 아직 안 돼서 화장실을 쓰면 안 되나 보다.’ 하고 저는 서둘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죠. 그런데 주변이 어두워서 못 봤던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착각을 했던 것인지 엘리베이터 입구 쪽 벽면에 붙은 층계의 번호가 15층으로 돼 있는 겁니다. 저는 분명히 8층을 눌렀고 8층에서 멈췄는데 말입니다. 단순한 착각을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기묘했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저는 아까 헐레벌떡 나왔던 화장실 쪽으로 조심스레 가 봤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문은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굳게 잠겨 있었고 방금 전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이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뒤죽박죽 돼 버렸습니다. 그 어두컴컴하고 서늘한 곳에서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아, 너무 무섭다. 지릴 것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다? 스피드다.’ 저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비상구 계단을 마구 뛰어 내려갔습니다. 그때는 엘리베이터도 너무 무섭다군요. 저는 15층의 높이를 전력 질주로 뛰어 내려와서 1층 로비에 도착했고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처음 봤던 그대로 1층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고 그때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건물 내의 게시판에 눈에 띄게 붙어 있던 게시물을.

[경비입니다. 현재 건물 전 층에 화장실 보수 공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곳이 신축 건물이다 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게시물의 내용은 대충 1층부터 시작한 화장실 수리를 나머지 층도 순서대로 진행할 예정이니 건물 전체의 화장실을 임시적으로 폐쇄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제가 불과 몇 분 전에 겪었던 일들은 무엇이며 그 청소 아주머니는 대체 누구였을까요.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제 인생 최대의 미스터리이자 공포로 남아 있습니다. 단순히 더위를 먹어서 그랬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생생한 기억으로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10. 친한 형의 소름 실화 - 경기도 T 모텔 202호

내가 대학에 다닐 때 겪었던 일이야. 무료한 방학을 보내고 있던 나는 우연히 엄청난 심령 스팟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됐어. 그곳은 바로 경기도에 있는 T 모텔이었지. 그 모텔의 202호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아주 위험한 방으로 악명이 높았어.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방에서 하루를 제대로 버티고 나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지. 나는 죽마고우 세 명과 함께 그 모텔에 갈 계획을 세웠어.

여행 당일, 우리는 각자 간단히 짐을 챙겨서 모텔로 향했어.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때라 정말 물어물어 간신히 그곳에 도착했지. 관광지 근처에 있는 그 모텔은 외관이 썩 좋지 않았어. 우리의 목표는 서로 번갈아 가며 일정 시간 동안 202호에서 버티다가 나오는 거였어. 202호와 같은 층에 있는 다른 방 하나를 빌려서 한 명씩 정해진 시간 동안 버티고 나오는 거지. 이 미션에 성공하지 못하는 놈들이 여행 경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하고 우리는 호기롭게 모텔 안으로 들어갔어. 우리는 모텔 주인에게 202호가 있냐고 물었어.

"음··· 있긴 한데···. 대신 환불은 절대 안 되는데 괜찮겠어요?"

우리는 무조건 202호를 달라고 했어. 뭔가 망설이는 주인의 모습에 우리는 정말 뭔가가 있나 보다 하고 호들갑을 떨었지. 우리는 202호와 204호 이렇게 두 호실을 빌렸어. 살짝 긴장하며 202호 문을 열어 봤는데 방은 생각보다 깨끗하더라고. 그 모습이 오히려 묘하게 소름이 돋았어. 그렇게 우리는 204호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며 밤이 되기를 기다렸어.

이윽고 밤 10시가 되자 우리는 게임을 시작했어. 우리는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한 사람당 두 시간씩 버티고 나오기로 했어. 나머지 사람들은 204호에서 술을 마시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거지. 순서를 정했는데 내가 꼴찌가 됐어. 내가 4시부터 6시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인데 그때쯤이면 이미 동이 틀 무렵이니 괜찮겠다며 안심했지. 처음 순서는 해병대 출신인 A였어. 우리는 소주에 과자를 씹으며 잡담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10시 20분 정도가 됐을 때 누군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어. 문을 열어 보니 A가 창백한 얼굴로 쭈그리고 앉아 202호를 보고 있더라고. A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으로 들어오더니 이불을 덜덜 떠는 거야. A는 도저히 못 하겠다며 전 재산이라는 돈 7만 원을 방바닥에 툭 던져 버렸어. 순간 분위기가 조금 싸해졌지. 살짝 겁이 났던 거야.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다음 순서인 B가 202호로 갔어. B는 한 시간 정도 버티다 오긴 했는데 A보다 더 심각한 얼굴로 와서는 끙끙 앓기까지 하는 거야. 상황이 이쯤 되니 C는 못 가겠다며 징징대더라고.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거냐며 나는 C를 억지로 보냈어. 마지못해 202호로 간 C는 5분 만에 허겁지겁 방으로 돌아왔지. 이제 내 차례만이 남아 있었어. 그동안 귀신은커녕 가위도 한 번 눌려 본 적이 없던 나는 상당히 무신경한 성격이야. 사실 내 별명이 곰이거든. 새벽까지 술을 마셔대서 졸음이 밀려왔던 나는 202호로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누웠지. 이불을 덮었는데 군대 모포 같은 재질이더라고. 그리고 이불 중간쯤에는 지름이 4cm 정도 되는 구멍이 뚫려 있었어. 나는 속으로 여기 참 드럽게 낡았네.’ 하며 스르르 눈을 감았어. 하루 종일 운전을 한 데다 술을 마시면 잠이 오는 편이라서 금방 잠든 것 같았어.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가 내 뺨을 사정없이 갈기는 바람에 눈을 뜨게 됐어. 친구놈들이 202호로 몰려와서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거야. 녀석들은 나를 보며 괜찮냐, 미안하다 이러면서 당장 나가자고 하는 거야. 그런데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뭔가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거야.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봤는데 이불에 뚫린 지름 4cm 구멍에 내 목이 들어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 구멍은 내 목둘레만큼 커져 있는 상태였어. 나는 멍한 상태로 녀석들의 손에 이끌려 202호를 빠져나왔어. 나는 그저 잠을 푹 잔 것 같은데 대체 이 상황은 뭔지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 친구들 말이 무려 4시간이 지나도록 내가 오지를 않더래. 불안해진 녀석들은 202호 문을 열고 들어왔지. 그런데 내가 모포의 구멍에 목을 끼우고서는 모포를 이리저리 당기며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 모습은 꼭 죽기 위해 일부러 자기 목을 조르는 사람 같았대. 만약 그때 친구들이 나를 깨우러 오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그 길로 모텔을 뛰쳐나왔어. 다른 녀석들도 202호에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했는데 모두들 똑같이 그곳에 있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하더라. 대체 202호에는 뭐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석공 냥돌이님 무서운이야기 해주세요!

많이 해주세요!! 무서운 이야기 1. 대구의 어떤 주택 제가 초등학생 때 겪었던 일입니다.... 하소연도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날도 방에서 잠이 든 저는 어느 순간...

석공냥돌이님 무서운이야기 몇게 길게...

석공냥돌이님무서운이야기는 다른 무서운이야기랑 다르게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왜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구경하고 그거 안 ?" "음··· 다 확인했으니까요." 그런 제...

석공 냥돌이님 무서운 이야기 이어서...

제목 그대롭니다 무서운 이야기 시골에서 겪은 일 (부제: 잊을 수 없는 그 기억)... 돈 주세요. 전화는 시골 내려가면서 할 거예요." "아이고, 배짱도 좋네. 돈도 없으면서 시골을...

석공 냥돌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석공냥돌이님 팬이 된 사람입니다 무서운 이야기 마니... " "그건 말 못 주지." "그럼 시신은 왜 훼손한 겁니까?... "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 지면 아래에서 살려...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 감사하겠습니다 석공 냥돌이님( •̀ ω •́ )✧ 무서운 이야기 1. 끔찍한 아줌마 귀신... 잠들게 달라고 빌며 눈을 꼭 감았습니다. 평소 머리를 침대 반대쪽으로 두고 자는데...

무서운 이야기

석공냥돌이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긴글 5가 정도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던 대로 해." 벽장 쪽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새벽 4시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석공 냥돌이님! 무서운 얘기 쓰신거

석공 냥돌이님! 무서운 얘기 쓰신거 봤다가 너무 재밌게 쓰셔서 팬... 그렇게 적당한 곳에 주차를 두고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