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일단 현직에서 애니메이터로 일 하기 위한 루트는 크게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최근 들어 비중이 많이 늘어난 이른바 'WEB계 애니메이터' 루트를 타는 방법
두번째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하려는 경우 일본 애니메이터 육성학원을/서구권에서 애니메이터를 하려는 경우 칼아츠나 고블랑 등의 서양 명문 애니메이션 전문학교를 졸업하는 방법
세번째는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을 하청받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들어가는 방법
크게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있고요.
첫번째 방법인 WEB계 루트로 데뷔하는 방법은,
a. 일단 트위터 계정을 만드셔야 합니다.
b. 애니메이팅 작화 필름을 꾸준히 그려서(한장짜리 그림이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으로요) 계속 포스팅 하고 태그 걸고...이 과정에서 현업에서 일하는 PD나 애니메이터들은 죄다 팔로우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노출량을 높이는 시도를 하고요
c. 일본 현지나 미국에서 재택으로 작업중인 작품에 참여해 볼 생각이 있냐는 오퍼를 받을 때 까지 b를 반복합니다.
언제 연락이 오는지 어느정도 수준이 되야 입질이 오는지 그런건 아무도 모르고요...연락이 오는 날 까지 해야 합니다..일본쪽을 노린다면 당연히 일어를, 서구권을 노린다면 당연히 영어를 소통에 아무 문제 없는 수준까지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요.
첫 작품 참여 오퍼가 오는게 가장 어렵지만 한 작품이라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면 크레딧에 본인 필명이 기재되고 공식적인 이력이 한 줄 생기게 되니 그 이후부턴 전보단 조금 더 쉬워지고, 두 줄이 되면 또 그 전 보단 조금 더 쉬워지고 하는 식으로 점점 일이 더 들어오게 될겁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수수료 떼는 것 없이 원청에서 일감을 다이렉트로 받기 때문에 페이가 쎕니다.
단점은, 될지 안될지 언제될지 어느정도 실력이어야 되는건지 기약과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두번째 방법인 일본 애니메이터 육성학원을 졸업하는 방법은,
1. 우리나라에서 관련대학(미술이나 애니관련)에 진학 한 뒤 교환학생으로 일본 대학에서 졸업한 후 그대로 비자를 연장해 애니메이터 육성학원에 다시 한 번 입학해 졸업하는 방법
2. 처음부터 일본 대학으로 유학진학 한 뒤 졸업 하고 비자를 연장해 애니메이터 육성학원에 다시 한 번 입학해 졸업하는 방법
3.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으로 장기체류 비자를 받아 애니메이터 육성학원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방법
크게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애니메이터 육성학원으로는 요요기 애니메이션 학원이라는 곳이 가장 유명하고요...
육성학원 코스의 장점은 졸업하면 거의 확정적으로 업계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업계 진출이 가능한 실력이 되야 졸업을 시킵니다(...)
단점은, 애니메이터 육성학원은 공식적으론 교육기관이 아닌 사립학원이기 때문에 육성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비자발급을 받는게 불가하다는 것이고...이걸 해결하기 위해 일단 국내든 일본현지든...비자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대졸학위를 선 취득 후 육성학원에 또 들어가야 한다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많이 낭비하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서구권의 경우 프랑스의 고블랑/미국의 칼아츠/캐나다의 쉐리던 등 소위 말하는 서구권 애니메이션의 명문 대학들이 있고 여기로 유학가서 졸업하시면...이쪽에서 일하기가 아주 수월해지긴 합니다.
다만 이쪽은 정식 대학이기 때문에 일본의 애니메이터 육성학원 처럼 실무에서 먹힐 수준이 되야만 졸업을 시킨다는 그런 기준이 있는건 아니라서...명문 스쿨 들어갔다고 그냥 대학 명함만 믿고 탱자탱자 놀다가 졸업하면 망합니다.
세번째 방법인 해외 원청의 하청을 받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들어가는 방법은
a.국내 애니과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가는 방법
b.대학을 안 가고 들어가는 방법
크게 이렇게 두 가지 루트로 갈립니다.
보통은 그냥 그림 잘 진짜 잘 그리면 대학 안 가고 그냥 일 시작하는게 이득이고요,
그림 못 그리면 일단 대학 들어가서 실력을 쌓기 위한 일종의 시간을 버는...그런 느낌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정도가 애니메이터가 되는 방법론에 대한 답변인데
추가로 드릴 답변은
애니메이터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한 답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애니메이터라는 직업과 학위는 크게 연관성이 없습니다.
일본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사실상 그냥 고졸학위로 해외 체류 비자가 안 나오니 이걸 해결 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한 게 더 크고, 국내의 애니관련 유명대학이나 해외의 앨리트 대학들 역시 졸업장이라는 학위 자체가 본인의 몸값이나 직업의 성취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그런건 없습니다.
중요한건 냉정하고 객관적인 실력 그 자체이지요...
대졸자라고 연봉 더 주고 이런거 없습니다 애니메이터에게 있어서만큼은요.
그저 실력이 전부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쪽에 관련된 유명대학들은 분명 존재하긴 합니다만,
그 이유는 유명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업계에서 끌어준다거나...뭐 인맥을 발휘해줬다거나...그런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서가 아니라...그저 그 특정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업계에 꾸준히 진출해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기에 생겨난 현상입니다...그 말을 바꿔 말하면 분명 이쪽에서 유명세를 얻는 특정 대학들은 적어도 다른 대학들보단 실무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향상시켜줄 수 있는 어떤 의미론 '빡센'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아니 애니메이터로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림을 정말 잘 그리셔야 합니다.
그런데 일러스트를 준비하셨던 입장이다 보니, 특히나 이 '그림을 잘 그린다' 라는 표현의 맥락이 잘 이해되지 않으실 거라고 예상합니다. 일러스트를 포함해 만화, 웹툰, 게임원화 등등 다른 그림직종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기준 안에 주관적인 기준이 많이 포함되니까요.
예를 들면 작가로서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개성, 그림체, 특유의 색감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에 반해 애니메이터에게 말하는 그림실력이라는 건...
기준이 굉장히 객관적인 편에 속합니다.
아마 건축설계 제도 이런쪽 제외하면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터에게 요구하는 그림실력은
투시 / 비례 / 인체 / 자연물 / 움직임 의 다섯가지 능력을 말합니다. 채색도 안하기 때문에 색감능력도 필요 없어요.
작품도 자주 바뀌기 때문에 고유의 그림체가 있으면 오히려 더 일이 힘들어지고요.
이 기준들은 주관성이 거의 없지요...그나마 주관성이 좀 들어가는 영역이 아마 자연물 일 것 같긴 합니다만...
저 다섯가지 능력 외에 다른 능력은 아예 필요하지도 않고 있다 해도 보너스나 플러스요소로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저것만 잘하면 되는데, 저것만큼은 엄청나게 잘 해야 한다.
...정도가 애니메이터로 살아남기 위한 기초자질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저걸 못해도 애니메이터를 시작하는 건 가능합니다.
한달을 못 견디고 그만두게 되서 문제일 뿐이지요.
현직에선 대부분 아직도 '종이작화'가 주력입니다.
프로그램을 쓰는 '디지털 작화'도 이제는 대략 30%정도는 있긴 합니다.
현직에서 디지털 작화를 할 땐 거의 90% 이상 클립스튜디오 EX를 사용합니다.
나머지 8%정도는 TVPaint를, 2%정도는 Toonboom Harmoney라는 툴을 사용합니다.
디지털작화 도입이 미온적인 이유는,
액정타블렛의 가격이 아직도 그리 보편화되지 않은 것도 있고,
타블렛을 쓰든 종이에 그리든...
어쨌든 애니메이터는 손으로 움직임을 일일히 직접 그려서 하는 일이라는 개념이 바뀌진 않기 때문에...
그냥 그리기 더 편하고 가성비있는 선택을 하다보니 인당 300만원씩 하는 신티크 들여올 돈으로 작화지 이천만장은 살 수 있으니까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까닭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