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질문을 읽고 딱 떠오르는 영화가 있네요.
이복이나 조카는 아니지만 사촌끼리 사랑해서 불행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근친간이다.
근친의 범위는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우생학적인 문제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 근친의 범위는 모호했다.
근세까지도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들 사이에서 사촌간의 결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쥬드는 사회의 냉대와 모종의 죄의식을 부릅쓴 사촌지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테스’로 유명한 토머스 하디의 마지막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시대배경은 19세기 후반. 사촌지간인 쥬드(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와 수(케이트 윈슬렛)가 처음 만났을 때 쥬드는 불장난 같은 결혼을 한 번 한 뒤였다.
서로 사랑하지만 쥬드가 몇 달이나마 결혼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다 지나치게 신중하자 수는 쥬드의 어릴 적 스승과 결혼해버린다.
그러나 쥬드와 수가 떨어져 살기에 그들의 사랑은 너무 컸고, 둘은 결국 다시 만나 가정을 꾸린다.
쥬드의 전부인이 아들을 낳았었다며 불쑥 데려와 맡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 전남편의 딸을 낳는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떳떳지 못한 결합 때문에 따돌림받고 떠돈다.
가난은 이들에게 주변의 냉대보다 더 무서운 벌이었다.
겨우 일자리를 얻어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보니 쥬드의 아들이 두 여동생을 죽이고 자신도 목매 달아 죽어 있다.
“부양해야 할 입이 너무 많아 줄여드린다”는 기가 막힌 편지를 남긴 채.
수는 신의 뜻을 거스르고 사랑을 이루려 했던 자신들에 대한 하늘의 벌이라며 쥬드 곁을 떠난다.
계속 쥬드를 피하는 수에게 던지는 쥬드의 마지막 절규가 영화의 결말이다.
“세상에 단 하나의 부부가 있다면 당신이 아내이고 내가 남편이야.”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톤, 케이트 윈슬렛, 리암 커닝햄, 레이첼 그리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