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질문이 아니고 너무 복잡한 내용으로 들어가야 해서 답을 하기 꺼려질 정도입니다.. 차라리 관련된 책 몇 권을 보시는게 나으실거에요.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본능이라 보여지는 행동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그 원인과 동기로 작용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유전적으로 정해진 것들이 있지요. 추울 때 몸을 떨어서 열 에너지를 발생한다거나 눈에 뭐가 들어가서 아프면 눈을 깜박이고 눈물을 내보낸다거나 하다 못해 근육을 활용해 몸을 움직이는 과정 자체가 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이건 하드와이어 된 것들로 유전자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한 유지될 본능입니다.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게 후성유전학적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후성유전자란건 유전 서열 자체는 동일한데 그 유전자가 써있는 염색체 부위를 뭉쳐 놓느냐 풀어 놓느냐로 얼마나 자주 그 유전자가 발현되는지를 다르게 하여 어떤 형질의 변화를 유도하는 겁니다. 유전서열 자체는 그대로 두고도 미묘하게 다른 행동을 유도할 수 있고 영구적인 변화가 아니라 언제든 더 뭉치거나 풀리게 만듬으로 다른 행동을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모두 젊고 건강하게 태어났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과 같지 않게 여기저기 기능이 떨어지는것도 그 세포들을 이루는 유전자가 바뀌어서가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패턴이 바뀌어서입니다. 나이에 따른 후성유전학적 패턴 변화는 너무도 정확해서 패턴만 보면 그 사람의 나이를 오차범위 2년내로 맞출 수 있을 지경이며 더 젊은 세포의 패턴으로 임의적으로 바꾸면 실제로 더 젊어지는 신비한 능력이 있습니다. 샛길로 빠졌군요. 어쨌든 이 후성유전학이란건 일생동안 변화하는건데 특정 경험과 학습에 반응하여 변하기도 하며 그렇게 내 경험과 학습으로 바뀐 후성유전학적 패턴은 이후 자식에게 물려지기도 합니다. 어미가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어미가 번식 전에 철저하게 학습한 것들은 자녀가 태어날 때 부터 본능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같은 행동을 보입니다. 물론 내가 영어 공부를 엄청 한다고 자식이 태어날 때 부터 영단어를 줄줄 외고 있고 그런 지식적 되물림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어떤 환경 신호에 반응하는, 좀 더 생존과 삶의 태도에 관련된 것들이 되물려지곤 해요. 이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한바 있으니 더 알고 싶으시면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