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이야기 잘하는 법

딱히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신과 병원에 한 번 가 보시는 것이 어떤지 사료됩니다.

인지심리학 등을 다루는 곳은 그곳이고, 그곳에서 더 좋은 처방과 좋은 조언을 해 줄 것입니다.

정신과 병원이라 한다면 본래 정신병자들만 드나드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경도의 정신과적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갑니다. 또,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 말실수를 하는 사람, 기억을 잘 못하는 사람도 간단히 내원하는 것이 추천되기도 합니다.

요즘 사회성 증대 클리닉같은 것도 잘 되어 있으니, 한 번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혹 금액이 부담되신다면 시간을 내어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가 상담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로는 제 짧은 식견으로 말씀드리는 개인적 견해이니 굳이 읽지 않으셔도 좋고,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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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하지 않다면 대화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대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으려 하고, 힘이 있어 보이려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생물 그 자체의 본능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굳이 떼어낼 필요 없이 상대 또한 당신과 같이 존귀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끝없이 자신에게 암시하세요.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자기에 대해서만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 같으니 조금은 관심을 타인에게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대화하는 도중에 깨닫기 어렵고, 이렇게 주변에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어 익명을 빌어 글을 올리는 자신이 과연 남들보다 대단한 사람인지, 대단한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지금 질문자분께서 묻고 계신 것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 잘 하는 법이 아닌 아랫사람에게 말 잘 하는 법입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만 하려 하지 마세요. 사람은 결함으로 사람다워지고, 결함 없는 당신은 주변인들에게 그냥 그런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을 생각하세요. 친구에게도 자신이 힘든 점을 털어놓으세요. 그제서야 친구라는 것의 본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듣기만 하는 대화를 해 보세요, 그리고, 말하기만 하는 대화를 해 보세요.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질문 하나 없는, 아무도 그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는 수업에서 그것을 알았습니다. 선생은 말하기만 했을 것이고, 학생들은 듣기만 했을 것입니다.

입과 귀를 열지 않으면 영원히 듣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편하고 좋은 대화는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만 성립됩니다. 상대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마음이 커지는 순간 당신은 설교하는 사람이 되고 상대는 그저 듣는 사람이 됩니다.

경청하세요. 상대의 말에 집중하세요.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합니다.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더 털어놓고 싶고 더 기대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질문도 받지 않는 따분한 수업을 들을 때의 기분이 상대의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귀를 여는 순간, 교실이었던 곳은 토론장이 되고 서로 배우는 이야기의 바탕이 됩니다.

위 글을 모두 읽었다면, 친구에게 자기 힘든 것을 털어놓으라고 해서 친구의 말을 듣지 말라는 것이 아님을 알 것입니다. 또,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고 해서 상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듣기만 하라는 것이 아님을 알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교학상장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같이 성장한다는 겉뜻을 가진 이 말에는, 말에 대한 옛 성현들의 신비한 묘리가 담겨 있습니다. 가르치는 이, 그러니까 말하는 이가 말만 한다면 성장하지 못하겠죠. 또, 배우는 이, 듣는 이가 듣기만 한다면 모르는 것이 있을 테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일방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닌, 얼굴을 마주보고 귀를 열고 말을 주고받을 때 교학상장은 성립합니다. 옛 성현들이 교학상장을 가치로 삼고 후대에 전해지는 성어로 남게 한 것은 괜히 한 일이 아닙니다. 당신이 윗사람임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교학상장의 모습을 보이세요. 듣는 법을 익히면 자연스레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대화를 하세요. 상대를 계속 존재하게 만드세요.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