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이면서 그 정도로 일본어에 흥미를 가지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님처럼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은 "독학"이 훨씬 능률적이라는 사실입니다. 학원은... 그냥 학원입니다. 내 시간과 돈을 내 게으름과 함께 맡기는 곳일 뿐입니다. (또, 학원 강사들의 수준도 천차만별입니다.)
이제부터 써내려갈 내용은 제가 님께 드리는 조언이라기 보다는, 제가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참고가 되시겠다 싶은 내용이 있으면 따라해 보시고, 이건 아니다 싶으시면 다른 분들의 조언에도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1. 히라가나, 카타카나의 읽기 쓰기와 숫자읽기를 더듬지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 (문자와 숫자읽기)
: 시험 점수는 잘 나오는 사람들이 간단한 전화번호 읽기를 더듬는 경우를 셀 수 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2.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가장 얇고 간단하게 정리된 일본어 문법책을 골라서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익힌다.
: 처음부터 두꺼운 책을 선택하면 재미도 없고, 질리기 십상입니다. 이 과정의 목적은 문법의 기초를 닦는다는 것에 있으므로, 될 수 있는 한 간단한 책을 권합니다.
3. 단어와 숙어, 속담, 외래어 등 어휘를 닥치는 대로 외운다.
: 원래 어휘에는 2급, 3급 등의 구분은 없습니다. 결국은 알아야 될 내용이므로 닥치는 대로 외웁니다. 잊어버리면... 또, 외웁니다. 잊어버리지 않을 때까지...^^
(제가 사용한 방법 중은 하나는, 포스트잇 등의 메모지를 준비하여 내 방 안의 모든 사물의 이름을 한장에 하나씩 큼직하게 적어서 그 물건에다가 붙여놓았습니다. "机(つくえ)", "椅子(いす)", "天井(てんじょう)", "床(ゆか)", "テレビ", "本(ほん)", "電話(でんわ)", "財布(さいふ)", "金(かね)" 등등... 그러면, 눈이 갈 때마다 읽어지고 모두 외워져서 눈이 가면 저절로 알 수 있게 되면, 한 장 씩 떼어내서 버립니다.
제 경우에는 처음에 80장이나 되는 포스트잇이 한 달이 채 안되서 모두 없어지더군요. 이것은 그다지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일본에서 전문학교 일본어과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하루에 모르는 단어를 예문과 함께 정리하여 하루 100개씩 외웠습니다. 당연히 까먹고... 또, 당연히 외우고...)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은 한자와 한자읽기입니다.
현대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히라가나, 카타카나, 한자, 약간의 영문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한자를 모른다면, 이건 배터리 없는 휴대폰입니다. 반드시!! 꼭!!
일본어 당용한자(우리의 상용한자와 비슷?) 1,850자와 관련어휘는 반드시 외워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에 어쩌다가 한자에 흥미를 느껴서 아버지로부터 옥편(자전)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여,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취미삼아 익힌 것이 약 7~8천자 정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한자 때문에 포기하는 것과 달리 더욱 재미있게 일본어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4. 다음은 듣기연습입니다.
: 언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듣기와 말하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아직도 "읽기와 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초 문법과 단어를 외워가며, 듣기에 중점을 두시기 바랍니다. 요새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을 통해 NHK 등의 프로그램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시간만 나면 들으시고,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들으십시오. 특히, 뉴스를 권장합니다.
어느 나라이건 뉴스의 아나운서들이 가장 정확한 표준어를 구사합니다. 드라마도 좋겠습니다만, 어린 아이나 10대들이 좋아할만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영화 등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속어", "비어"가 제법 섞여 있어서 일본어 공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말들은 나중에 저절로 알게 됩니다.
(저는 복학 전 방학 2달 동안 ― 1990년 당시, 저는 군대를 막 제대한 2년생이었습니다..^^ ― 도서관에 틀어박혀 아무 생각없이 그 많은 듣기 테이프들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하기도 해서 자기도 했습니다만 당연히 잘 때도 헤드폰을 귀에 꽂고 잘 정도로 끈기는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들으면서 말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때때로 조용한 공원이나 내 방에서 테이프를 듣거나 TV를 보면서 반드시 따라하시기 바랍니다. 틀려도 상관없습니다. 처음부터 잘 할 생각이라면 뭐하러 힘들여 공부하겠습니까?
5.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반 년 정도 열나게(!) 어휘공부와 듣기연습을 하면 대부분은 귀가 뚫립니다. 뉴스를 듣고 있으면 알만한 단어가 제법 귀에 들어오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무슨 내용인지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피치를 올려서 단순에 정복하시기 바랍니다. 일본어가 들리기 시작할 때 밤잠 대신 NHK뉴스를 권합니다.
6. 이 정도로 공부하셨으면 대충 "일본어능력시험(JLPT)" 2급 이상의 실력은 됩니다.
이후로는 스스로 판단하셔서, 듣기와 말하기가 약하면 억지로라도(?) 일본인 친구를 사귀거나, 학원의 프리토킹코스 등을 이용하여 대화하기를 익히시면 거의 완성입니다.
7. 언어에는 수준의 상한은 없습니다.
경험상, 때때로 정리해 가며 공부하셔야 할 내용들을 몇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야채 이름, 생선 이름, 과일 이름, 동물 이름, 과자의 종류 등 (슈퍼에서의 쇼핑에 필수!!)
* 자세한 사람의 신체 부위 (내장과 각부분의 뼈 이름 포함)
*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용어 (당연하겠죠??)
* 일본의 지명 (일반적인 한자읽기와 다른 곳이 아주 많으므로 반드시 외울 것.)
* 현대의 정치인, 유명 스포츠 선수,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기타 유명인 들의 이름과 업적
* 역사적인 인물들 (일본의 국사 교과서를 이용하면 가장 간단하고 능률적입니다.)
* 기타 등등...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공부 또는, 종사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입니다.
이런 것들은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하시는 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정도는 어려운 수준이 아닙니다.
님의 공부하는 속도 등을 고려해 볼 때, 1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부분적인 실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시험에 턱걸이로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실력으로는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일본인들과 상당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일본어능력시험(JLPT)의 경우 1급 350점 이상 또는, 일본어능력시험(JLPT) 900점 이상은 필요합니다.
어떤 일본어 교재가 좋을까 걱정이신 모양인데요,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서점에 들러서 요즘 출판되는 교재들을 보면 너무 좋은 교재들이 많습니다. 어떤 교재를 선택해서 공부하더라도 기본적이며 중요한 내용들은 모두 들어있습니다.
차라리, 님이 대충 보시기에 편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는 교재를 선택하시면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공부했을 때는 "박성원일본어"라는 교재밖에(?) 변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출판된 '외국인들을 위한 교재"를 가져다가 복사해서 친구들에게 돌리곤 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일본어 공부를 위해 몇 가지를 추가한다면,
* 일본어 시험(JPT, JLPT)을 자주 볼 것 : 내 수준을 알기 위한 방법이며, 자극도 됩니다.
* 일본어 잡지를 정기구독 할 것 : 일본어 공부 뿐 아니라, 여러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 쪽팔림을 두려워 하지 말 것 : 한 번의 쪽팔림을 두려워 하는 자는 영원히 쪽팔린다.
......등입니다.
예? 뭐라구요? 제 수준이 알고 싶으시다구요... -,.-
까짓거 뭐, 시험은 시험일 뿐이니까....
일본어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377 (1998년),
JPT 940점 (2000년 9월 7일 실시)
지금은 조금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만... ㅋㅋㅋ
님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