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트로 만들고 안만들고는 오롯이 자신이 역량과 결정에 달린 겁니다.
그리고 정보력! 이게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것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 이라고 봅니다.)
현재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종사하고 있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미국으로의 유학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몇가지 말씀드려 볼게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1. 경쟁력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
- 취업을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마도 디자인관련 직군을 말씀하시는 듯 해요. 맞죠? (순수미술은 저희 주제 해당되지 않으니 제외 합니다.)
해외유학생이 미국시장에서 취업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직군중 하나는 제품디자인입니다.
그래픽 디자인 직종은 미국현지 전공자들도 넘쳐나요. 물론 제품디자이너들도 미국에 많이 있긴 하지만 그래픽 디자이너 만큼은 아니에요. 그래픽 디자인은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 있고, 4년제도 있고, 관련사설교육기관도 많아요. 하지만, 제품디자인은 그래픽디자인만큼 교육기관이 널려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품디자인은 그 특성상 '제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디자인은 미국 내에서 해도 제조는 해외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래서 제품디자이너는 미국 외 해외생산기지 개발팀과 긴밀한 업무연계가 기본이예요.
(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은 업무 프로세스 A to Z 까지 미국내에서 대부분 해결돼요.)
그래서 미국 회사들이 그래픽디자이너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아도 제품디자이너 구하는 것은 그래픽디자이너에 비해 수월하지 않습니다. 수요/공급 관점에서 제품디자이너의 희소성이 더 높아요. (실제 업무현장에서 제품디자이너는 필요시 그래픽디자인도 소화해 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픽디자이너는 제품디자인을 소화해 내기가 사실상 힘듭니다. 금형, 생산, 품질, 규격등과 같은 제조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당연히 부족하거든요.)
그리고, 제품디자이너(Industrial Product Designer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가 그래픽 디자이너보다 평균연봉도 훨씬 높아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 한국이나 외국으로 외주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픽디자인 직군처럼 굳이 해외에서 외국인력을 데려오지 않는 직군에 해당돼요.
패션 인더스트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생산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하지만, 이는 단순 생산에 가까워요. 개발과 생산단계가 복잡한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은 인더스트리라는 거죠. 그러니 패션디자인 분야도 디자인 전 과정을 미국내에서 거의 대부분 소화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디자이너 공급도 넘쳐나요.
해외인력을 채용을 결정하는 제 1권한자는 해당 미국회사가 아니고 "이민국"입니다.
매년 해외인력을 미국시장에 채용하는 숫자는 딱 정해져 있어요. 디자인 직군만 뽑는것이 아니라 모든 직종에 걸쳐서 한해의 쿼터(한해 내주는 미국채용인력수를 쿼터라고 합니다)가 정해져 있어요.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미국은 자국시장보호가 우선이예요. 고용시장도 마찬가지.
해외인력에게 비자 내주고 자국으로 수입한다는 의미는 미국 내에서 그 직군에 해당되는 적임자를 찾기 힘들 때 할수 없이 데려다 쓰는 겁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넘쳐 난다고 했죠? 님이 만약 그래픽 디자인으로 미국시장에 취업하려 한다면 이민국 승인은 쉽지 않아요. 왜? 미국인 중에서도 그래픽 디자이너들 차고 넘치는데 왜 굳이 해외인력을 채용해야 하느냐는 거죠. 설득이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품디자인은 그래픽디자이너보다는 희소성(?)이 있어서 이민국에서는 그래픽디자인 직군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자 받기가 용이하게 되는 겁니다.
미국유학 오면 학생비자(F1비자)로 오겠죠? 졸업하고 수개월 이내에 취업비자(H1B비자) 스폰해 줄 회사 찾지 못하면 미국 떠나야 합니다. 계속 남아 있으면 불체자 돼요..
물론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고 쉽게 취업도 되고, 쉽게 취업비자를 스폰서 해 줄 회사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픽디자인이나 패션디자인, 애니메이션보다는 그래도 수월하다는 이야깁니다.
결론은, 미국에서 취업하기 유리한 전공을 선택하고, 그 전공으로 스폰서 받을 수 있는 직군과 회사를 많이 알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취업비자 받고 영주권 신청 -> 시민권 신청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2. 영어가 우선 되어야 한다.
- 미국은 디자인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의 디자인을 상대에게 설득해야 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한국의 디자인전공수업에서도 자기 작품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 하죠? 왜 이런 결과물이 도출되었냐에 대해서 말이에요. 이는 학교내에서 뿐만 아니라 회사에 취직해서도 마찬가지겠죠? 신제품 개발부터 런칭단계까지 얼마나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하겠습니까.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아니, 미국은 한국보다 더 심해요.
자기 디자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상대를 설득 못하면 자기 자기 디자인 답변확정은 물건너 가기 딱 좋겠죠.
흔히, 디자이너들은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로 설명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미국은 아니에요.
프레젠테이션에서 설득 못하면 자기 디자인 설득 못시키게 되는거고 이는 불답변확정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쉽게 말해서 "짤리겠죠!"
무조건 영어 잘 해야 됩니다.
영어공부 많이 하세요, 제발!!!!!!!!!!
3. 관련산업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된다.
- ZOOX 라는 업체(또는 이름) 들어 보셨나요?
아마존에서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개발하는 자율주행 전기차 신생업체에요.
요즘 거기 신규인력 고용중이에요.
리비안 이라는 이름 들어 보셨나요?
전기트럭이에요. 마찬가지로 아마존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회사예요.
아마존이 왜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개발 할까요?
아마존에서 지출되는 비용중에 가장 큰 비용이 물류비용입니다. 상품배송할때 발생하는 비용 말이죠.
그 물류비용이 한해에 얼마나 지출될까요?
정답 : 150 빌리언 달러입니다. (밀리언 아니고 빌리언)
한화로 150조원이 넘어요. (참고로 대한민국 2022년 한 해 예산이 607조원)
대한민국 1년 예산의 4분의 1이에요.
아마존 물류비용 어마어마하죠?
근데, 그 물류비용 중에서 운전하고 배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 비중이 70%가 돼요.
100조원에 달한다는 이야깁니다. (이거 실화? 믿어 지세요?)
참고로, 아마존의 물류비용은 아마존 영업이익의 몇배에 달합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비용이죠.
근데 만약 아마존이 물류배송을 전기차로 싹 다 바꾸고, 배송을 자율주행으로 대체하게 되면?
결과는 현재 100조원의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줄어 들겠죠?
연구개발비용으로 100조원 투자한다 해도 단순계산으로 몇년만 지나면 그 막대한 물류비용을 이익으로 대체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그래서 아마존이 테슬라 못지않게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지금 목숨 걸고 있는 겁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단지 취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디자이너는 미래의 산업에 깨어 있어야 해요.
그 와중에 일자리가 보이는 건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겁니다.
그림 많이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로 3D 열심히 배우고 만든다는 것이 디자이너가 할 일의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디자인에 관련된, 아니, 관련산업이나 또는 전체 산업 전반에 대해서 항상 공부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이런 개념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해 온 학생과 그림만 디립다 파기만 한 학생의 회사취업면접 인터뷰는 그 차이가 너무나도 확연히 드러나요. 인사이트의 차이가 크다는 거예요.
면접자 세워두고 몇마디 딱 말해보면 알아요. 이런 고민과 공부를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그럼, 회사 입장에서는 누굴 뽑아야 그 회사에 도움이 될까요? 누구를 더 뽑고 싶을까요?
정답은 너무너무 명확하죠?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제 댓글 제일 처음에 말씀드린 것 처럼 해외 유학의 결과를 메리트로 만들고 안만들고는 오롯이 자신이 역량과 결정에 달린거라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하는 정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학생도 언급하셨다시피 해외유학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모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는 자기 자신에게 달린 겁니다.
부모님의 피같은 돈 쓰면서 해외에서 남들과 똑같이 시간 보내는 몇년간의 유학기간에 이런 중요한 것들에서 뒤쳐지거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면 함량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되는거고, 반대로 스마트하게 찾아내고 노력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효과적으로 이런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온 사람이라면 그 열매가 달고나 수십수백만배 이상 달달하겠죠.
두서없이 쓰다보니 말도 엄청 길어지고, 글 쓰는데 2시간이나 소모 되었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라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자기 자신의 역량과 한계, 그리고 각오 등을 먼저 돌아 보시는 시간 가지신 후 부모님과 잘 상의하셔서 합리적이고 좋은 결정 내리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상 지나가는 라떼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