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닝에듀에서 컵라면 쑤셔대며 공부한 게 2년.. 현재 일본 도호쿠대학 재학중입니다.
오늘도 약장수들과 모략이 난무하는 험난한 일본유학판에서 도움되는 정보를 전하겠습니다.
1:1 질문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비둘기님 저번에 일본유학 가고 싶다고 했던 부산에 사는 고2 이과생입니다.
약 1달이 넘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는데 정말 어렵 습니다.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알바하면서 돈 벌어가며 유학 준비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모님이 유학은 부자집이나 가는 거라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십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고1때 공부로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 않았는데 문득 갑자기 유학이 가고싶어져서 알아본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유학생각에 학교 공부를 성실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유학 정말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제 고집데로 공부도 안하고 계속 유학생각만 하니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럽고 불효자식 된것 같네요. 제 밑으로 동생도 2명있어서 제가 유학갈때 비용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유학가고 싶고 진짜 잠안자고 알바해서라도 돈 벌어서 학원비 마련하고 일본 유학을 하고 싶습니다. 주변에도 이야기 했더니 망상 취급하고 일본유학이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생각들이 정말 미련 하고 한심한 생각인 걸 까요?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18년 인생 한번도 부모님께 반항 해본적이 없어서 부모님께 죄송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진짜 잠안자고 돈벌어서 유학가고 싶습니다.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저는 포기를 못하겠습니다.
정말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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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이 부잣집만 가는 거라고 했는데 그건 절대 동의 못합니다(미국유학 같은 거라면 모를까, 일본유학 정도면 충분히 노려볼만해요). 저 일본유학 와서도 고추장에 맨밥 비벼먹으면서 1~2학년 진짜 지옥같이 버텨야 했는데 지금은 저축도 꽤 하고 나쁘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악쓰고 벌면 어케든 다닐 수 있습니다.
우선 저 역시 굉장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유학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물론 지원이 아예 없진 않았습니다만 당장에 와세다 시험볼 때 집에 비행기표 살 돈이 없어서(...) 시험을 못 보러 가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이후 부모님의 경제관념이 좀 무대책적이고 이상하다는 걸 알고 알바 등도 병행해가면서 준비하던 시기도 있었고요. 가난하면 유학을 아예 못 가느냐 하면 그건 아닌데, 문제는 겁나 힘들다는 거죠. 남학생 분이고 진짜 '어떤 일이든' 안 가리고 하실 수 있다 하면 1년만 바짝 땡겨도 필요한 학원비 마련할 수 있을겁니다. 학원 상담을 통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게 될지 견적을 한 번 내세요. 그리고 그 목표액까지는 어떻게든 악 쓰며 버티면서 벌어야 합니다. 고2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는 부모님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18세 지나기 전까지는 부모님이 동의 안하시면 목돈 모을 생각으로 각잡고 알바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부모님을 계속 설득(애매하게 설득이라기 보다는 그냥 파업에 가까운 형태로 밀어붙이셔서 포기를 받아내는 게 사실 더 낫습니다;; 공부는 계속 열심히 하시고요)해보시고, 만약 고3 될 때까지도 변함이 없으면 1~2년 꿇을 각오하고 돈 바짝 벌고 오실 각오까지 있으신가요? 만약 그것조차 OK라면 솔직히 유학 어떻게든 갈 수는 있습니다. 좀 늦어지긴 하지만요... 그니까 부모님께 '난 부모님이 뭐라 하든 걍 밀어붙일 거다'라고, 본인이 매드맨(?)임을 어필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어차피 고교 때 알바 허락 안해주면 난 얼마나 걸리든 갈 거다. 그냥 지금 협조적으로 도와주는 게 날 돕는거다'하는 식.
자식 이기는 부모 없습니다. 자식이 밀고 나가면 사실 그거 막아봤자 언젠간 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기 때문에 그게 뭐 범죄행위라든지 명백한 나락행 익스프레스가 아닌 이상 그냥 응원할 수 있는 선에서 응원하는 게 부모의 옳은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본인 인생은 누군가가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주변에서 뭐라 하니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데 괜히 죄책감이나 이런 걸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게 항상 옳은 건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1개월만에 자퇴할 때 당연히 부모님도 격분하며 반대하셨고, 주변에서도, 선생님들도 거의 무슨 인생 망하는 길 취급을 해서 엄청 겁을 줬는데 아직도 생각해보기에 제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게 고등학교 자퇴입니다. 일본유학 갈 때도 '일본을 왜 가냐', '일본어를 배우느니 영어나 중국어나 열심히 공부해라'는 등 또 인생 망하는 길 고른다는 식으로 주변에서 겁을 엄청 많이 줬습니다. 근데 제 인생에서 고교 자퇴급으로 제일 잘 했다 느껴지는 게 일본유학입니다. 그 때 '일본어 배우느니 중국어나 영어를 하라'고 했던 어른들, 친구들 대부분은 지금 그들이 말했던 영어나 중국어는 커녕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일본유학을 직접 가본 적도 없거니와, 나와 같은 상황에 서 있지 않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조언을 굳이 진지하게 들을 이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제동 씨에겐 죄송하지만 연애 경험 0인 김제동 씨가 토크콘서트에서 하라는 대로 연애하면 연애 망할 거라는 거, 요즘엔 다 알잖아요..? ㅋㅋㅋㅋㅋ;; 그것처럼, 지금 조언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유학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주의깊게 들을 필요가 있는 거예요. 잔인한 이야기지만 본인이 부자가 아닌데, 부자가 되고 싶다 생각하면 실제 자수성가 부자들 찾아가서 어떻게 해야 물어봐야지, 한평생을 평범하게, 혹은 가난하게 살아온 부모에게 질문해도 옳은 대답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부모님이 사귀지 말라 하면 바로 연애 접나요? 하다못해 친구들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한 번은 사귀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오히려 'OO이가 걔랑 사귀지 말래서 걍 포기했어'하면 좀 뭔가, 없어보이잖아요. 하다못해 그 연애가 진짜 안 좋은 연애라 해도 거기서 배우는 경험치가 분명 있는데, 그냥 주변 말대로 쓸려다니면서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으로 끌려다니면 중요한 배움을 얻을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뭐, 데이트 폭력을 한다거나 그러는 놈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애정 갖고 한 번 도전해보는 게 그렇게나 비난을 받을 일일까요.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망하면 결정의 주인이 나였으니까 그래도 납득하고 쉽게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괜히 남의 말 들었다가 '아, 그 때 이거 해봤더라면 어땠을까'하고 나중에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 와버리잖아요? 그럼 그거 진짜 오래갑니다. 일본유학이 지금 100% 정답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본인이 몇 년 뒤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어떻게든 후회 안 할 거 같고, 최악을 상상해보아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생각이 되면 유학, 몇 년이 걸리든 가보든 게 맞다고 봅니다. 중요하니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본인 인생은 본인이 주인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부디 약간은 이기적으로 사세요. 부모님이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분이셨기 때문에 청소년기까지 굉장히 부모님 시키는대로만 다 하고, 누군가 해주길 바라고, 수동적인 성격으로 자랐고 언제나 의기소침했습니다. 오히려 부모님과 관계가 틀어지긴 했지만 학교 자퇴하고, 당연히 관계 최악이니 용돈도 못 받아 가면서도 온전히 하루를 내가 하고 싶은대로 썼습니다. 차비가 없으니 그냥 걸어갈 수 있는 만큼 멀리 걸어서 나가보기도 하고, 돈 없어서 매번 피시방 갈 수는 없으니 도서관 틀어박혀서 그냥 아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대로 읽어도 보고, 도서관에서 영화 DVD도 빌려 볼 수 있어서 당시 자퇴생 시절 제가 영화를 거짓말 안 하고 한 몇 백편 정도를 봤습니다. 누가 보면 오지게 시간낭비에 방황기가 맞긴 한데, 그래도 제가 선택해서 보낸 시간들이었기에 딱히 후회가 없습니다. 일본유학도 그렇게 밀어붙인 건데, 1학년 때 정말 엄청 힘들었고, 2학년 때 돈 몇 푼 벌겠다고 좀 극한 알바 하고자 작업선 타서 첫 눈 오는 걸 바다 위에서 맞이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저 유학생활 더럽게 찐하잖아요? 맛이 깊잖아요? ㅋㅋㅋㅋㅋ 정말 간절하면 그에 맞게 행동해보세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유학을 위한 공부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어떻게든 진행하고 있어야 합니다. 학원을 못 가고 일본어 공부나 영어 공부는 교재 등 시중에 양질인 게 많기도 하니... 그렇게 진심인 게 보이면 부모님도 허락해주실지도 모릅니다.
아마 모르시겠지만 예전 쇼와시대 아이돌 중 이름 좀 알렸던 오카다 유키코는 가수 되고 싶다면서 <스타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 출전하려 했는데 학교에서는 "그거 대회 나갈 생각이면 생활기록부를 안 써줄 거다"라고 반대, 협박해서 당시 오카다 유키코가 학교 무단 결석하고 지역예선 가서 결승 따냈습니다. 이후 부모님+가족도 가수 목표하는 걸 결사반대하니까 12월 대회를 못 나갔는데, 단식투쟁까지 벌였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이
1. 교내 테스트로 학년 1등급을 딸 것
2. 중부지역 통일모의고사에서 전교 5등 안에 들 것
3. 나고야 시립 코요고등학교(상위권)에 합격할 것
의 3조건 걸고 이거 다 해내면 출전 허락한다 했는데, 오카다 유키코는 진짜 무서운 일념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면서 이 3조건을 진짜 다 해내고 가수 데뷔합니다. 이 얘길 왜 하냐면, 사실 반대 당했을 때 '스읍.. 할 수 없지..'하는 정도로 꺾이는 건 진짜 열정이라 할만한 뭔가는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니 본인이 간절하면 진짜 스스로가 얼마나 그거에 미쳐있는지 다른 방법으로라도 증명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안 통한다 싶으면 고교 졸업하고 스스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지만요.
본인이 선택하는만큼, 본인이 다 책임질 생각하고 진짜 두 번은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하세요.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지, 얼마를 모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학원 상담도 직접 가서 상황 설명하면서 어떻게 할지 조언을 들으시고, 일본에 가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답변이 두서없이 길어졌습니다만 이 안에서 질문자님이 찾고자 하는 나름의 대답이 있었기를 바라겠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시고 더 궁금하거나 조언 듣고 싶은 거 있으면 부담 없이 또 질문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