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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0초, 통한의 일격, 일궈놓은 것이 전부 수포로(두 줄 수비 시리즈6)

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4-30 18:00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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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4 시즌,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두 줄 수비의 정점을 찍어내면서 리그 우승을 달성해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라리가 양강체계에 드디어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난 의미있는 시즌이라고 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도전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봄철 벚꽃처럼 짧게 피다 사그라질 뿐, 진정한 의미의 3인자는 아직 나오지 못했기에 13/14시즌은 진정 언더독을 응원하는 자에게는 가슴이 설렐 수 있는 한 시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10초, 통한의 일격, 일궈놓은 것이 전부 수포로(두 줄 수비 시리즈6) -cboard
2013/14 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우승이 확정됨을 직감하고 미소짓는 시메오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양강체계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쉽게도 코파 델 레이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밀려 4강에서  여정을 맘췄지만 아직 그들에겐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었다.

모든 축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이자 이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축구를 시작하는 수 많은 꿈나무들까지.
이 한 경기가 가지는 의미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굉장히 중요하고 긴장되는 한판이었다.



마지막 10초, 통한의 일격, 일궈놓은 것이 전부 수포로(두 줄 수비 시리즈6) -cboard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 축구선수들에게 있어서 꿈과도 같은 트로피이다.



이 경기는 사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어느 정도 유리한 상태로 시작된 부분도 있었다.

레알마드리드의 빌드업 코어를 담당하는 사비 알론소가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부담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마지막 10초, 통한의 일격, 일궈놓은 것이 전부 수포로(두 줄 수비 시리즈6) -cboard
사비 알론소는 다재다능한 미드필더였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의 패스능력이었다.





하지만 전반 9분, 주포 디에고 코스타의 고질병인 햄스트링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이 우세는 무위로 돌아갔고, 오히려 교체카드 한 장을 낭비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이 점은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전반 초반의 공방전이야 어찌됐든, 36분경 세트피스에서 디에고 고딘의 선제골이 터졌고,

악명을 떨치던 비센테 칼데론의 요새는 만전의 방어태세를 갖추고 모든 성문의 입구를 봉쇄하었다.

가비와 코케가 지키는 첫번째 성벽,
그리고 뒤에는 고딘을 비롯한 아틀레티코가 자랑하는 4백이 두번째 성벽으로.
그 뒤에는 이제 최정상급 골키퍼로 올라서기 시작한 쿠르투아가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맨 앞에는 호시탐탐 압박과 역습을 노리는 팔카오와 비야까지. 그야말로 만전의 준비였다.

그러나 축구와 전쟁의 차이점은 요새가 돌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사람이 성벽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아무리 단련된 세계최고의 선수라고 하더라도 90분 언저리가 되면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10km 정도 되는 거리를 끊임없이 판단하고 사고하면서 뛰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거기에 점수는 불과 1점차, 일촉즉발의 살얼음판.

후반 90분쯤에 스코어는 아틀레티코가 1대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세부지표와 시합의 분위기는 틀림없이 레알 마드리드의 것이었다.

남은 것은 이제 레알 마드리드가 동점골이라는 결과를 내느냐, 아틀레티코가 버텨내느냐 하는 승부의 갈림길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지극히 개인적 주관이지만, 안첼로티는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판을 짰을수도 있다.

선제골을 내주더라도 괜찮다. 허용한 실점을 어쩔 수 없으니 후반전에 승부를 보자. 그런 챔피언의 관록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후반 추가시간, 아틀레티커 마드리드의 요새를 깨부수는 세르히오 라모스, 레알 마드리드는 이 골에 힘입어 연장전에서 3골을 더 몰아쳐 4대1로 역전승을 일궈낸다.




끝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라. 융통성 없어 보여도 우직한게 가장 보기 좋다는 말은 어른들이 편의상 지어낸 말인줄 알았지만 막상 그 광경을 마주하니 전율이 솟구치는 새벽이었다.

여기서 아틀레티코가 진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들이 간절함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최강 레알 마드리드를 맞아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싸웠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인간요새의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필자는 사실 이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응원했다. 언더독의 반란은 언제나 짜릿하고, 그들이 마침내 새로운 명문으로 올라섰을 때 뭔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진 기분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꿈이 쉽게 이루어진다면, 누가 그것을 목표로 삼아 매진하겠는가. 쉽지 않으니까, 간단히 이룰 수 없으니까 그것을 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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