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친 사회 > 익명 게시판

치우친 사회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4-02-06 16:59 댓글 0건
    게시물 수정 , 삭제는 로그인 필요
본문

요새 갑자기 많이 드는 생각인데 그냥 정리해서 써봅니다.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몹시도 중요해졌다.

사사로운 감정은 뒤로하고 앞만보고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던 나라에서 몹시도 놀라운 변화였다.

감정과 공감이 중요해지며 과거에 묻혔던 안좋은 역사적 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재해석 되는걸 보며 사람다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뭔가 과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그마한 사건이라도 하나 터지면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를 하기보다

분노에 휩싸여 누가 실수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책임자를 찾아 돌팔매질을 하기에 급급하다.

이윽고 책임자가 돌팔매를 맞아 사라지고 나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오간데 없이 새 제물을 찾아 앉히기 바쁘다.

 

TV를 틀면 온통 공감얘기 뿐이고 심지어 가장 이성적이고 냉정해야 할 토론 프로그램에서조차 공감이 빠지질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능이 떨어진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니 사실 이정도면 공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공감은 분명 사회에 사람다움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것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국사회는 공감만 남아 이성적 판단이 사라진 사회로 진입한게 아닌가 싶다.

 

대중의 관심이 가는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당사자들은 서로 자신들이 피해자라 주장하며 누가누가 더 공감을 많이 사는지 대결하기 바쁘다.

언론들은 조회수에 눈이 멀어 양쪽으로 갈라져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소재를 기사로 쓰기 바쁘고

정치인들은 누구랄것 없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졸속 법안을 쏟아내기 바쁘다.

커뮤니티들도 둘로 나뉘어 마치 법관마냥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명확하게 구분짓기 바쁘고

새로운 더 큰 사건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바쁜 움직임은 끝날줄 모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젠더,계층,세대,지역 갈등이 끼어있는 경우 더더더욱 그렇다.

 

누구하나 냉정을 되찾고 얘기해봐야 이젠 공감과 감정의 파도가 너무 커져 답이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부터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판에서 신파가 비주류로 밀려나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이 걸리듯

사회도 수십년의 세월을 소비하게 되는건 아닌가 걱정될 뿐이다.

 

답답한 최근이다.


추천0 비추천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