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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생신 카드 써드리려고 하는데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3-02-25 12:59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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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커서 편지 쓰려니까 손발이 오그라 드는 기분인데... 글타고 언제까지고 안 쓸 수도 없다 생각하기에 열심히 대가리 굴리는 중인데 뭐에 막힌 듯이 멘트가 잘 안 나오네요 ㅎㅎ...

저희 아버지가 저랑 동생 어릴때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지셔서 아버지와의 어릴적 추억이 많이 없습니다. 어릴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 하면 집에 잘 안 들어오시던 거나... 집에 들어오시면 잠만 주무시거나 저랑 동생 혼내키던 기억 밖에 없네요 ㅎㅎ;; 물론 다 큰 이제는 아버지의 입장을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어릴적에는 이 부분 때문에 아버지와 사이가 좋질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아버지인데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어색해하던 기억이 있네요.

그러다가 저랑 동생 좀 크고부터는 여유가 생기신건지, 많이 변하셔서 저희랑 시간도 더 많이 보내주시고 표현도 많이 해주셔서 지금까지도 다정한 아버지로 남아주고 계십니다. 가끔 어머니가 장난으로 "너네 아빠 이제서야 사람 됐다 사람 됐어~" 라고 하시기도 하세요. 전 나이 더 먹기 전에 아버지가 변해주셔서 너무 좋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릴때와 다르게 집안 분위기가 화목해지기도 하고, 어머니께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는 아버지께 털어놓을 수 있을만큼 아버지와 가까워지고 돈독해 질 수 있었으니까요. 간혹 주말 밤에 가족끼리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하고, 아니면 1박 2일 여행을 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ㅎㅎ 근데 이게 저 어릴때는 정말 상상도 못 하던 부분이었거든요. 어딘가로 놀러간다면 늘 어머니와 저, 동생 이렇게 셋이서만 나갔고, 어쩌다가 아버지가 동행하셔도 아버지는 귀찮다며 참여를 잘 안 하려고 하시다 보니, 가족간의 분위기도 썩 좋지만은 못했습니다. 부모님도 자주 싸우셨고, 이혼 위기도 두어번 있으셨었고요. 무엇보다 위에도 적어놨듯이 자식들(저와 동생)과 아버지의 사이가 거의 남보다 못 한 수준이었습니다. 집에 같이 있을때면 숨이 턱 막히는 적막이 감돌아서, 저나 동생이나 어머니 곁에만 찰싹 달라붙어 있거나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곤 했죠. 그런데 이제는 다들 거실에 모여 앉아 같이 티비 시청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지금 이런 변화가 저는 너무 감사해서 표현을 하고 싶다 보니, 생신 카드에 "가끔 장난처럼 예전 얘기가 나올때도 있지만, 속으로는 어릴때와 다르게 많이 변하시고 저희(저와 동생)와 시간 많이 보내주셔서 너무 좋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라는 느낌으로 쓰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거 혹시 예전 일 괜히 들추는 것처럼 느껴질 소지도 있을까요? 아니면 긍정적인 변화였으니 써도 괜찮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그때 얘기가 나오는 걸 그닥 좋아하시는 눈치는 아니셔서요. 써도 될랑가 잘 모르겠네요. 

부모님은 고사하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본 게 거진 10년은 된 느낌인지라 뭘 어떻게 써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들이라면 이런 문구 어떻게 받아들이실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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