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음

한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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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자가 가진 음.

중국에서 만들어진 표의문자인 한자는 형(形)·음(音)·의(意) 3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한자음에 대해 연구하는 성운학 또는 운학이 발달했다. 역대의 운학에 관한 책으로 수나라의 〈절운 切韻〉(601), 송나라의 〈광운 廣韻〉(1008), 원나라의 〈중원음운 中原音韻〉(1324) 등의 운서가 유명하다.

한자음의 음절구조는 '성모+운모'로 분석된다.

한자음이 가진 운소인 성조는 운모에 얹힌다. 성모는 음절의 초성으로서 '良'[liaŋ]에서는 [l]이 성모이다. 전통적으로 성모가 같은 한자들에 대한 대표 한자를 정해 자모(字母)라 했다. 예를 들어 성모 [k]는 초성으로 [k]를 가진 한자 '견'(見)을 자모로 삼아 '견모'(見母)라 하고 성모 [t]는 '단모', 성모 [z]는 '일모' 등으로 불렀다. 현대 베이징어[北京語]에서는 성모가 21가지이지만 송·원대에는 36가지였다.

운모는 중성과 종성을 합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良'[liaŋ]에서는 [iaŋ]이 운모이다. 운모는 다시 '운두+운복+운미'로 분석된다. 운두는 반모음 [j], [w], [y], 운복은 모음, 운미는 반모음[j], [w] 또는 자음 [m], [n], [ŋ]으로 이루어진다(이때 반모음 [j], [w], [y]를 흔히 [i],[u], [ü]로 적음). '良'[liaŋ]에서 [i]가 운두, [a]가 운복, [ŋ]이 운미이다.

운두·운복·운미가 서로 결합하여 다양한 운모가 만들어지는데 현대 베이징어에서는 운모가 34가지이다. 전통적으로 운모에 대해서도 역시 대표 한자를 정해 [a]는 마운, [ien]은 선운, [iaŋ]은 양운 등으로 불렸다. 한시에서 특정한 위치에 오는 한자의 운을 맞추는 것을 압운이라 하는데 운복과 운미만 같으면 같은 운으로 쳤다. 예를 들어 마(麻)·가(家)·화(花)의 운모는 각각 [a], [ia], [ua]로서 운두가 모두 다르지만 운은 [a]로 같다.

성조는 전통적으로 평성·상성·거성·입성으로 분류되었다. 운미가 [p], [t], [k]이면 입성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평성·상성·거성 중의 한 성조가 된다. 현대 베이징어에서는 운미 [p], [t], [k]가 소멸함으로써 입성이 사라져 음평·양평·상성·거성으로 바뀌었다.

한국에 한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고조선 말기에 한나라로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중국 한자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다가 점점 국어 음운체계에 맞는 쪽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것이다. 한국의 한자음은 통일신라 때(8~9세기) 당나라의 한자음을 모태로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한국의 한자음이 모두 같은 시기의 중국한자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북'(北)은 '배'라는 음도 가지고 있는데 '북'보다 '배'가 중국의 현대 한자음 [pei]에 가까우므로 '북'이 '배'보다 앞서 들어온 한자음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른 시기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단어 중 중국의 고대 한자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있다. '붓'의 중세국어 어형 '붇'은 '필'(筆)의 고대 한자음이 들어와 우리말로 굳어진 예이다. '자'(중세국어 어형은 '자ㅎ')와 '척'(尺)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한자음의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15세기 훈민정음 창제 때부터이다. 처음에는 중국의 운서에 전하는 한자음을 참고해서 이상적인 한자음을 재구(再構)해 편찬한 〈동국정운 東國正韻〉(1447)에 따라 적었기 때문에 실제 한자음을 알기는 쉽지 않다. 초성으로 된소리, 'ㆆ, ㆁ' 등을 쓴다거나 종성으로 'ㅇ(음가 없음), ㅭ, ㅱ' 등을 쓰는 것이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의 특징이었다.

16세기에 실제 한자음대로 적는 것이 일반화되어 당시의 한자음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한국 한자음의 특징으로는 ① 초성 'ㅋ'을 가진 것이 '쾌'(快) 하나뿐인 점, ② 중국 고대 한자음의 운미 [p], [t], [k]가 각각 종성 'ㅂ·ㄹ·ㄱ'으로 남아 있는 점, ③ 중국 고대 한자음의 4가지 성조 중 평성은 평성으로, 입성은 거성으로, 상성과 거성은 불규칙하게 상성이나 거성 중 한쪽으로 15세기 한자음에 반영된 점, ④ '이래', '내일'과 같이 두음법칙을 따르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오늘날 된소리 초성을 가진 한자는 '끽(喫), 쌍(雙), 씨(氏)' 3개뿐인데 15세기에는 이들마저도 된소리가 아니라 평음이었으므로 된소리 초성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한 가지 특징이 된다. 또 한국 한자음은 고유어와 마찬가지로 음운변화를 겪었다. '텬디>천지'와 같은 구개음화, '슈>수(水)', '쳔>천(川)'과 같은 단모음화, '믈>물(勿)'과 같은 원순모음화, '이미지>일(日)', '이미지>사(事)'와 같은 음운의 소실 등이 그러한 예이다.→ 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