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니우스 아르비테르

페트로니우스 아르비테르

다른 표기 언어 Gaius Petronius Arbiter
요약 테이블
출생 미상
사망 66
국적 로마

요약 1세기의 로마 사회를 문학적으로 묘사한 〈사티리콘 Satyricon〉의 저자로 알려진 인물.
본명은 Titus Petronius Niger.

페트로니우스의 생애를 가장 완벽하게 기술한 믿을 만한 보고서는 타키투스의 〈연대기 Annals〉에 실려 있다. 다른 출전도 조심스럽게 이용하면 타키투스의 서술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로마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미루어보아 상당히 부자였던 것 같다.

그는 귀족 가문에 속해 있었고, 로마의 기준으로 볼 때 대단한 공적을 세운 인물이었다고 여겨질 만하다. 그러나 타키투스의 서술은 그가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세네카의 비난을 받은 쾌락추구자들, 즉 '밤을 낮으로 삼아' 노는 데에만 열중한 계층에 속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들은 애써 노력하여 명성을 얻었지만, 페트로니우스는 빈둥거리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어쩌다 공직에 임명되면 그 직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하고 정력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시아의 비티니아 속주 총독을 역임했고 말년인 62, 63년에는 로마의 고위 공직인 집정관이나 수석 행정관을 지냈다. 집정관 임기를 마친 뒤 페트로니우스는 '아르비테르 엘레간티아이'(우아함을 관리하는 장관)가 되어 네로 황제의 측근이 되었다. 모든 취향 문제에 대한 그의 말은 곧 법률이었다. 그의 이름에 붙은 '아르비테르'라는 수식어는 바로 이 직함에서 온 것이다. 페트로니우스가 네로와 관계를 맺은 것은 황제가 실제로 저지른 범죄보다도 여론에 더 심한 충격을 준 무모한 방탕생활을 시작한 말년이었다. 페트로니우스가 후원자인 황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그가 〈사티리콘〉에서 부유한 속물 트리말키오를 다룬 방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트리말키오는 복합적인 인물이지만 그와 네로 사이에 존재하는 세부적인 유사점은 당시 이 작품이 갖고 있던 성격을 고려하면 결코 우연일 수 없고, 페트로니우스가 황제를 비웃고 있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타키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페트로니우스는 네로와의 우정 때문에 결국 네로의 근위대 사령관인 티겔리누스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고 한다. 66년에 티겔리누스는 페트로니우스가 65년의 네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고 고발했다. 페트로니우스는 결백했지만,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쿠마이에서 체포되었다.

사형선고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운명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준비했다. 그는 동맥을 자른 다음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해 상처에 붕대를 감은 채, 친구들과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경쾌한 음악과 시를 듣고 노예들에게 상이나 벌을 주고 잔치를 벌이면서 남은 시간을 보낸 뒤, 마지막으로 '비록 강요된 죽음이지만, 죽음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잠이 들었다.

사티리콘

〈사티리콘〉 또는 〈사티로스 서(書) Satyricon liber〉는 고대의 여러 문학 장르와 관계를 갖고 있는 익살스러운 악한소설이다.

문체는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문체부터 딱딱할 만큼 점잖은 문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형식은 몇 개의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 〈사티리콘〉은 이야기의 화자인 엔콜피우스('껴안는 사람'), 그의 친구 아스킬토스('벌을 모면한 사람'), 소년 기톤('이웃 사람') 등 평판이 나쁜 세 모험가의 방황과 무분별한 짓들을 묘사하고 있다. 〈사티리콘〉 가운데 오늘날 남아 있는 부분(제15·16편의 일부)은 작품 전체의 1/10 정도인 것으로 여겨지며, 원래의 작품은 매우 길었던 게 분명하다.

느슨한 서술체 형식을 취한 많은 독립된 일화들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본보기는 유명한 〈에페수스의 과부 Widow of Ephesus〉(〈사티리콘〉제111~112장) 이야기다. 그러나 작품이 산문과 운문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작가가 줄거리에서 벗어나 줄거리와 아무 관계가 없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는 점 등 다른 특징들은 메니푸스풍의 풍자를 생각나게 한다.

오늘날 남아 있는 〈사티리콘〉의 일부 중 가장 길고 훌륭한 삽화는 〈트리말키오의 잔치 Cena Trimalchionis〉(제26~78장)이다.

이것은 돈 많고 천박한 자유민(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사람)인 트리말키오가 친구와 식객들에게 베푼 만찬을 묘사하고 있다. 이 삽화의 길이는 〈사티리콘〉의 원래 길이와 비교해보아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길고, 겉으로 보기에는 줄거리와 거의 관련이 없다. 무대는 이탈리아 캄파냐에 있는 그리스·로마풍 도시이고, 만찬에 초대된 손님들은 대부분 주인과 같은 자유민으로 프티부르주아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트리말키오는 벼락부자의 전형이다. 벼락부자는 고대 풍자문학에 자주 나오는 낯익은 인물이지만, 자유민들이 하나의 계층으로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1세기에는 특히 자주 등장했다.

페트로니우스의 '잔치'를 다른 고대 풍자문학과 구별해주는 2가지 특징은 놀라운 사실주의와 트리말키오라는 인물이다. '잔치'에서 손님들이 나누는 잡담은 분명 시골 사교계에 대한 작가 자신의 관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말하는 사람들의 성격은 아름답고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그들의 대화는 상스러운 비어와 문법에 어긋나는 잘못된 표현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당시의 라틴어 구어에 대한 값진 증거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익살스러운 해학의 걸작이다. 막대한 재산을 갖고 천박한 겉치레를 좋아하며 교양이 있는 체 허세를 부리지만, 감상적인 실수로 타고난 상스러움을 드러내는 주인공 트리말키오는 풍자문학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페트로니우스가 묘사한 트리말키오는 문학 작품에서 가장 익살스러운 인물의 하나이며, 셰익스피어의 폴스태프와 어울리는 짝이다.

고대문학에는 등장인물 자체를 위한 성격 묘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고대문학은 항상 전형적인 것을 강조했고, 등장인물은 좀더 중요한 사항(예를 들면 줄거리)에 종속된 부차적인 것이라고 고전 문학의 규칙은 규정하고 있었다. 페트로니우스는 트리말키오를 다룰 때 보편적인 이 제한을 뛰어넘었다. 그의 방식은 어쩔 수 없이 찰스 디킨스를 연상시킨다. 그밖에도 〈잔치〉에는 디킨스적인 것이 많이 있다. 화려한 문장, 난폭하고 소란스러운 익살(이것은 재치가 지배하는 고대 문학에서는 희귀한 것임), 성실하고 풍부한 세부묘사 등이 그 보기이다.

〈사티리콘〉의 나머지 부분은 〈잔치〉와는 거의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작품 전체에서 어떤 도덕적 태도를 감지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은 하찮고 천박한 쾌락주의일 뿐이다. 〈사티리콘〉의 가장 큰 목적은 당시 사회의 일부 측면들을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책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겉으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외모와 주위상황의 세부를 정확히 관찰하여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로 시대의 인물과 사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은 이 작품이 당시의 독자들을 겨냥했음을 말해주며, 일부 특징은 사실상 네로와 그의 궁정 신하들이 이 작품의 독자였음을 암시한다. 궁핍한 생활의 사실적 묘사는 빈민가를 즐겨 밀행한 네로 황제의 취미를 연상시키며, 문학적 기교와 세련된 외설을 결합한 것은 웬만한 것에는 싫증이 난 타락한 궁정의 취향을 자극하고 싶은 소망을 보여준다.

페트로니우스의 책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도덕적인 교훈이 아니라 미학적인 것이다.

작가는 트리말키오의 만찬을 묘사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품위와 천박함의 대조를 강조한다. 〈사티리콘〉의 문체도 이 작가에 대한 타키투스의 설명으로 보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체이다. 화자(話者)와 교양 있는 등장인물들은 순수하고 평이하며 우아한 언어를 쓰고 있다. 가장 익살스러운 대목은 뛰어난 재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원문이 일부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사티리콘〉은 작가가 놀라운 창조력을 타고났음에도 그 능력을 훈련하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아무렇게나 서둘러 쓴 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페트로니우스는 그의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책에서도 게으름으로 명성을 얻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