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시노

이탈리아 연극을 혁신한 주요인물이다. 당시 문화의 중심지였던 비첸차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를 두루 여행했고 밀라노에서 그리스어, 페라라에서 철학을 배웠으며, 피렌체에 있던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문학 서클에 자주 출입했다. 뒤에는 로마에 정착하여 인문주의자 피에트로 벰보와 친분을 맺었고, 극작가인 조반니 루첼라이와 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교황 레오 10세와 클레멘스 7세를 섬겼다.

걸작인 비극 무운시 〈소포니스바 Sofonisba〉(1514~15, 출판 1524, 초연 1562) 1편으로 이탈리아 연극을 그리스풍으로 만든 가장 중요한 문학적 공적을 세웠다. 이 시는 로마의 역사학자 리비우스의 카르타고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연극기법을 이용해 구성한 작품이다.

〈소포니스바〉는 그 자체로는 재미있는 연극이 아니나 작품의 내용·구성·형식 면에 철저한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소재는 그리스에 관계된 것이었고, 종교적·교육적 목표가 없었으며, 줄거리의 구분을 암시하기 위해 합창을 사용했다. 시간과 행위의 일치가 철저히 지켜졌으며, 이탈리아 연극에서는 처음으로 무운시가 널리 사용되었다. 트리시노는 나중에 로마의 극작가 플라우투스의 〈메나이크미 Menaechmi〉를 바탕으로 희극시 〈이 시밀리미 I simillimi〉(1548 출판)를 썼다. 또한 그리스의 시인 핀다로스의 불규칙한 서정시와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의 첫 이탈리아판을 본떠 최초의 이탈리아 송가를 썼다.

〈라 포에티카 La poetica〉(1529)에서는 자신의 이론을 실증하기 위해 이탈리아 시를 사용했다. 또한 트리시노는 그의 저택에서 석수로 일하던 위대한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학회에서 이 젊은이를 교육시켰고 팔라디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2차례나 로마에 데려가 팔라디오가 뒤에 건축가로 크게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