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

탐정소설

다른 표기 언어 detective story , 探偵小說

요약 범죄(대개는 살인)를 차근차근 조사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다루는 대중문학의 한 유형.

탐정소설의 전통적인 요소는 ① 언뜻 보기에 완전 범죄처럼 보일 것, ② 무고한 사람이 상황에 의해 용의자로 몰릴 것, ③ 서투른 실수를 저지르는 멍청한 경찰관, ④ 경찰관보다 훨씬 뛰어난 관찰력과 훌륭한 마음을 가진 탐정, ⑤ 예기치 못한 놀라운 결말 등이다.

보통 탐정이 진범을 알아내는 과정을 추적해 결말에 이른다. 탐정소설은 흔히 겉보기에 설득력이 있는 증거가 궁극적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단서는 탐정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동시에 똑같이 제시되어야 하며, 탐정은 이 단서를 논리적으로 해석하여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것도 탐정소설의 원칙이다.

최초의 탐정소설은 1841년 4월에 출판된 에드거 앨런 의 〈모르그가의 살인 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이었다.

탐정이라는 직업은 그보다 불과 수십 년 전에 처음 생겨났는데, 포는 1817년 파리에 세계 최초의 탐정사무소를 세운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의 〈회고록 Mémoires〉(1828~29)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포가 창조한 프랑스인 탐정 C. 오귀스트 뒤팽은 〈모르그가의 살인〉 외에도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The Mystery of Marie Roget〉(1845)·〈도둑맞은 편지 The Purloined Letter〉(1845)에도 등장한다.

탐정소설은 얼마 후 장편소설과 같은 길이로 늘어났다.

프랑스의 작가 에밀 가보리오의 저작 〈르루주 사건 L'Affaire Lerouge〉(1866)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여러 편의 속편이 나왔다. 윌키 콜린스의 〈월장석 The Moonstone〉(1868)은 지금까지도 영국의 가장 뛰어난 장편 탐정소설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애나 캐서린 그린은 〈레븐워스 사건 The Leavenworth Case〉(1878)으로 미국 최초의 장편 탐정소설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퍼거스 흄이 쓴 〈이륜 포장마차의 수수께끼 The Mystery of Hansom Cab〉(1886)는 상업적으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은 셜록 홈스이다. 그는 약간 둔하긴 하나 충실한 벗인 윗슨 박사와 함께 아서 코넌 도일 경의 장편소설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1887)에 처음으로 등장해, 20세기에 접어든 뒤에도 〈셜록 홈스의 회고록 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1894)과 그보다 긴 〈배스커빌가의 사냥개 Hound of the Baskervilles〉(1902) 같은 작품집에 계속 나타났다.

셜록 홈스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커다란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저자인 코넌 도일이 죽은 뒤에도 홈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여러 작가들이, 때로는 원작에서 언급된 상황 위에서 사건을 전개하며 홈스의 전통을 이어나가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20세기초에는 뛰어난 장편 탐정소설들이 많이 나왔다.

그 가운데 메어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원형 계단 The Circular Staircase〉(1908)과 G. K.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의 결백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1911) 등에서는 성직자가 탐정으로 나온다. 1920년부터 많은 가공 탐정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의 〈통 Cask〉(1920)에 등장한 프렌치 경위,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타일스의 괴사건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1920)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에르퀼 푸와로와 〈목사관의 살인 Murder at the Vicarage〉(1930)에 나온 미스 마플, 도로시 L. 세이어스의 〈누구의 시체인가? Whose Body?〉(1923)에 등장한 피터 윔지 경, S.S. 반 다인의 〈벤슨 살인사건 The Benson Murder Case〉(1926)에 나온 파일로 번스, 그리고 프레더릭 더네이와 맨프레드 B. 리가 〈로마 모자의 수수께끼 Roman Hat Mystery〉(1929)에서 창조한 엘러리 퀸이 가장 유명한 탐정들이다.

1930년대는 탐정소설의 황금시대로서, 위에 언급한 탐정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소설들이 계속 씌어졌다.

더실 해밋의 소설도 1930년대를 특징짓는 작품이었다. 그는 사립탐정으로 몸소 겪은 경험을 살려 단편과 장편을 썼는데, 특히 샘 스페이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몰타의 매 The Maltese Falcon〉(1930)가 유명하다. 그 전에는 추리에 바탕을 둔 '추리소설'적인 측면이 중요했지만, 해밋의 작품에서는 탐정의 성격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

좀더 전통적인 성질을 가진 〈그림자 없는 사나이 The Thin Man〉(1932)에는 닉과 노라 찰스라는 재치 있는 부부가 등장하여 작품에 가벼운 자극을 더해주었다. 해밋의 후계자로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로스 맥도널드를 들 수 있다. 그들도 역시 강인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필립 말로와 루 아처를 탐정으로 등장시켜, 그 탐정의 성격을 강조했다. 1940년대말에는 미키 스필레인이 냉철한 범죄소설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여 해밋을 비롯한 하드보일드 작가들의 맥을 이었지만, 〈내가 심판자다 I, the Jury〉(1947)에서 섹스와 사디즘을 강조한 것이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었고 그후 섹스와 사디즘은 상업적 성공을 보장해주는 공식이 되었다.

1930년대말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종이 표지책이 나오자 탐정소설 작가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페이퍼백). 미국의 작가로는 형사사건 변호사 페리 메이슨으로 하여금 법정에서 범죄를 해명하도록 하는 얼 스탠리 가드너, 난초를 키우는 뚱보 탐정 네로 울프와 세련된 조수 아치 구드윈을 창조한 렉스 스타우트, 영리한 노스 부부를 등장시킨 프랜시스 로크리지와 리처드 로크리지 부부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조르주 시므농이 속사포 같은 속도로 잇달아 장편소설을 창작하여, 주인공인 메그레 경위를 셜록 홈스 이후 가장 유명한 탐정의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홈스의 전통에 따랐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그밖의 작가로는 니콜러스 블레이크(시인인 C. 데이 루이스의 필명), 마이클 이니스, 데임 나이오 마시, 조세핀 테이, 카터 딕슨(존 딕슨 카) 등이 있다.

탐정소설을 비롯한 추리소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1945년 창립된 동업단체인 미국 추리작가협회는 해마다 뛰어난 작품에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줌으로써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동서냉전의 영향으로 간첩과 국제음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서스펜스 소설이 탐정소설의 인기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포와 코넌 도일의 뒤를 이은 작가들은 여전히 많은 독자를 끌어모았다. 탐정소설에 관한 중요한 저서로는 하워드 헤이크래프트의 〈즐거움을 위한 살인 Murder for Pleasure〉(1941, 1968 증보), 자크 바준과 웬델 H. 테일러의 〈범죄 목록 Catalogue of Crime〉(1971) 등이 있다.→ 미스터리 소설, 하드보일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