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불라라사

타불라라사

다른 표기 언어 tabula rasa

경험론자들이 쓰는 용어로, 감각이 외부의 대상세계에 반응하여 관념을 새기기 이전의 인간정신 상태를 가리킨다.

정신을 아무것도 쓰지 않은 칠판에 비유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에 관하여 De anima〉(BC 4세기)가 처음이다. 그후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요학파와 마찬가지로 스토아 학파도 정신의 본래상태는 공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두 학파는 정신이나 영혼이 감각을 통해 관념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단지 잠재적이거나 활동하지 않을 뿐이며, 지적 과정에 들어서면 관념에 반응하고 이 관념을 지식으로 바꾼다고 강조했다.

타불라 라사를 새롭게 혁명적으로 강조한 철학자는 17세기 후반 영국의 경험론자 존 로크였다. 로크는 〈인간 오성론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1690)에서 정신은 원래 '아무 글자도 쓰지 않은 백지'와 같아서 경험을 통해 '이성과 인식의 모든 원료'를 얻는다고 주장했다. 로크 자신은 주어진 '원료'를 이용하는 마음의 힘인 '반성'을 매우 중시했지만 그가 옹호한 타불라 라사는 그후 철학자들이 더욱 급진적인 입장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었다.

인간 오성론(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인간 오성론(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