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

〈스페인 비극 The Spanish Tragedie〉(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히에로니모 Hieronimo〉 또는 〈제로니모 Jeronimo〉라고도 불림)으로 당대의 복수비극을 창시했다.

중반과 마지막 부분의 클라이맥스를 비롯해 많은 후대극의 구조를 미리 사용했으며,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을 보여주었다. 〈스페인 비극〉에 등장하는 히에로니모의 인물묘사는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심리학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필경사의 아들로 태어난 키드는 런던의 머천트 테일러스 스쿨에서 공부했으며, 작가가 되기 전 대학에 다녔는지는 알 수 없다. 몇 년 동안 한 극단의 후원자였던 페르디난도라는 귀족 밑에 있었던 것 같다. 〈스페인 비극〉은 1592년 10월에 판권 등록을 마쳤으며, 최초의 4절판본은 연대가 적혀 있지 않으나 같은 해에 출판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 어느 극단이 언제 〈스페인의 비극〉를 처음으로 공연했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페르디난도의 극단은 이 작품을 1592년 16차례나 공연했고, 1597년 애드미럴스 극단과 챔벌린스 극단이 재공연했다. 이 극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며, 종종 재판을 찍어냈다.

키드가 쓴 것이 확실한 또다른 극은 〈코넬리아 Cornelia〉(1594)뿐인데, 세네카풍의 비극을 시도한 이 극은 로베르 가르니에가 전통적인 해석에 따라 쓴 프랑스어 작품 〈코르넬리〉를 번역한 극이다. 학자들에게 〈원햄릿 이야기 Ur-Hamlet〉로 알려진 〈햄릿〉 전판과, 영국을 무대로 한 최초의 비극 가운데 하나인 익명의 작품 〈피버샘의 아덴 Arden of Feversham〉 및 그밖의 여러 극도 키드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1591년경 크리스토퍼 말로와 함께 살았으며, 1593년 5월 13일 반역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고문을 받았다. 수색당한 그의 방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주장을 담은 글이 발견되었다. 그는 당시에도 그랬고 그 이후의 한 편지에서도 말로가 그 글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 편지는 키드의 일생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다. 그는 1594년 12월 30일경에 죽었으며, 그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부채 지불을 공식적으로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