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비예프

1917년 러시아 혁명 이전 볼셰비키당에서 레닌과 함께 활동했으며, 1920년대 소련 공산당 지도부의 중심 인물이었다.

스탈린의 대숙청 정책에 의해 희생되었다. 중하층계급 출신의 유대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지노비예프는 정식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1902~05년 외국을 여행하는 동안 베른대학교에서 법학 강의를 들었다. 1901년 사회민주노동당에 입당한 그는 레닌이 주도하는 이스크라(Iskra)라는 당내의 급진조직에 가담했다.

1903년 당이 양분되자 볼셰비키파를 지지했다. 1905년 혁명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동자들을 선동했으며, 1907년 런던 회의 이후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1908년에 체포되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석방되었다. 지노비예프는 1909~17년에 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에 머물면서 레닌과 긴밀히 협력했다. 그는 멘셰비키와 레온 트로츠키에 대항했을 뿐만 아니라 볼셰비키파 내에서 레닌의 지도력에 도전하는 호전적인 집단과도 투쟁했다. 볼셰비키 지도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며, 제헌의회(Duma)에서 볼셰비키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그는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산주의자' 조직을 결성하려고 노력했다.

2월혁명으로 러시아의 전제체제가 무너지자 1917년 4월 지노비예프는 레닌과 함께 러시아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해 10월에 레닌은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반대한 지노비예프와 그의 측근 레프 B. 카메네프는 급기야 쿠데타 계획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유출시켰다.

10월혁명 직후 그는 또다시 레닌과 충돌했다. 즉 지노비예프는 레닌과 달리 볼셰비키 이외의 다른 사회주의 조직의 동지들도 신정부 구성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는 1917년 11월 볼셰비키 중앙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노비예프는 곧 볼셰비키의 주요지도자로 복귀했다. 탁월한 연설가였던 그는 대중으로부터 새로운 권력체제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1921년에 페트로그라드(후에 레닌그라드로 개칭되었다가 다시 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개명됨) 당조직 위원장,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 그리고 소련공산당 정치국 정위원이 되었다. 또한 1919년에 신설된 공산주의 인터내셔널(코민테른)의 집행위원장이 되었는데, 당시 코민테른은 러시아 공산당의 주도하에 사회주의 정책을 제창하고 각국의 공산당 활동을 조정했다.

1924년 런던의 언론들은 코민테른 집행위원장이었던 지노비예프가 영국 노동당에 보낸 편지를 공개했는데, 그는 이 편지로 인해 국제적인 악명을 얻게 되었다. 영국 공산주의자들에게 무장봉기를 지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이 편지는 영국에 최초로 들어선 노동당 정부의 몰락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지노비예프 편지).

1920년대초 지노비예프는 정치국의 카메네프·스탈린 등과 연합하여 레닌이 죽은(1924. 1) 후 레닌의 뒤를 이어 권력을 승계하려는 레온 트로츠키에 대항했다.

1925년초 3인동맹은 권력투쟁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트로츠키를 실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탈린이 자신의 동지였던 카메네프와 지노비예프를 제거했다. 지노비예프는 여전히 레닌그라드 당조직과 코민테른을 장악하고 있었고, 정치적으로 트로츠키와 뒤늦게 연합했으나(1926), 그것만으로 당에서 자신의 권위와 영향력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26년말 그는 정치국과 코민테른에서 강제추방되었고, 1927년에는 공산당에서조차 제명되었다. 비록 그의 공산당 재입당이 허락되었지만 결코 이전의 지위를 회복할 수는 없었으며, 1932, 1934년 또다시 제명되었다. 1935년 그는 당지도자 세르게이 미로노비치 키로프의 암살사건(1934. 12)에 도덕적으로 연류되어 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지노비예프는 제1차 대숙청의 와중에서 키로프 등의 소비에트 지도자들을 암살하기 위해 테러 조직을 결성했다는 날조된 죄목으로 다시 기소되어 결국 처형되었다.

그의 사후 1988년 소비에트 최고법원은 이전의 판결이 무효임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