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본래는 성인(聖人)에 대한 이야기를 뜻했다.

내용은 민담과 비슷하며 둘 다 초자연적인 존재, 신화적인 요소, 자연현상의 설명 등을 그 내용으로 다루나, 전설은 특정한 장소나 인물에 관련되며 역사적인 사실로 이야기된다.

어떤 전설들은 실제로 특정한 장소·인물과 전적으로 결부되는데, 예를 들면 조지 워싱턴이 어린시절 벚나무를 도끼로 잘랐다는 이야기 같은 것이다. 그러나 많은 특정 지방의 전설은 사실상 잘 알려진 민담들이 나중에 어떤 특별한 인물이나 장소와 결부되고는 한다. 예를 들어 자기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나 개암 또는 다른 물건을 얹어놓고 활을 쏘아야 했던 뛰어난 명궁수 이야기는 널리 퍼져 있는 민담인데, 이 민담이 스위스의 영웅 빌헬름 텔과 결부되었다.

또다른 민담으로,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고양이 1마리뿐이었던 어린 사내아이가 쥐가 우글거리는 땅에서 그 고양이를 팔아 한 재산 모은다는 이야기로서, 15세기초 런던 시장을 3차례나 지냈던 리처드 위팅턴과 결부되었다. 리어 왕에 대한 이야기도 원래는 〈소금 같은 사랑〉이라는 민담이다. 한 지방의 전설이 때때로 여러 곳에 퍼지기도 했다. '햄린의 피리 부는 사나이'(Pied Piper of Hamelin) 이야기는 문학작품으로 다루어져 유명해졌지만,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도 어린이를 유인해 데리고 가는 피리꾼에 관한 비슷한 전설이 있다(→ 민담).

햄린의 피리 부는 사나이(Pied Piper of Hamelin)

한국의 전설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장자못전설〉·〈산이동전설〉·〈홍수전설〉·〈오뉘힘내기전설〉·〈아기장수전설〉·〈말무덤이야기〉·〈쌀 나오는 구멍 이야기〉 등이 있다. 이 중 〈장자못전설〉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서 〈구약성경〉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에 비교된다. 한국 전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사적 인물담이나 풍수담, 과거담(科擧談), 그리고 지명(地名)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설의 주인공들은 신화나 민담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 불행을 겪는 수가 많다. 따라서 한국 전설의 내용은 비극적인 것이 많다. 아들이 자라 역적이 될까봐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비범한 아들을 부모가 죽이는 〈아기장수전설〉은 비장미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삼국유사〉·〈삼국사기〉 등에 많은 지역의 전설이 실려 있으며, 〈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 지리지, 그리고 각 지방의 읍지도 중요한 자료들이다. 최근의 자료로는 최상수가 펴낸 〈한국민간전설집〉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82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