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멸망과 중세의 시작

로마의 멸망과 중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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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한 뒤, 476년 게르만족의 용병대장 오도아케르는 서로마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르스를 폐위하고 이탈리아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었다.

그는 비잔틴의 동로마 황제 제노에게 이탈리아 왕으로 임명받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이탈리아에는 이중구조의 지배가 이루어지고 로마식 제도가 유지되었다. 493년 제노의 사주를 받은 동고트의 테오도리크(테오도리쿠스) 왕은 오도아케르를 밀어내고 이탈리아의 왕으로 눌러앉았다. 그후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다시 동고트족을 치고 이탈리아를 잠시 지배했으나 568년에는 게르만족의 한 갈래인 롬바르드족이 침입해 좁은 비잔틴령을 제외한 반도의 대부분을 크고 작은 공작령으로 나누어 지배했다. 이때 공작령이라는 행정단위 명칭은 그들의 군대가 공작의 통솔을 받았던 데서 비롯했다.

롬바르드족은 서로마 제국의 유산을 이어받은 동고트를 해체해 로마적 요소와 게르만적 요소를 융합함으로써 중세의 장을 열었다. 로마인을 피정복민으로 가혹하게 취급하던 롬바르드족도 7세기 후반 가톨릭을 받아들임에 따라 로마 문화에 동화하기 시작했다.

754∼756년 교황에게서 도움을 요청받은 프랑크족의 단신왕 피핀은 롬바르드족을 공격해 정복지를 교황에게 기증함으로써 교황령의 토대로 놓았다. 이어 그의 아들 샤를마뉴 대제는 롬바르드족의 영토를 완전히 병합, 카롤링거 왕조를 열고 800년 황제에 즉위해 프랑크족의 지배를 확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