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린

예술과 임학 및 종교적인 주제에 관한 30여 권의 책을 썼다. 평생 동안 쓴 〈일기 Diary〉는 17세기 영국의 사회·문화·종교·정치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정보로 평가된다.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런던의 미들템플 법학원과 옥스퍼드의 베일리얼 칼리지에서 공부했다. 당시 의회의 세력권 내에 있던 형의 워턴 대농장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청교도혁명 때 왕당파에 가담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1643년 외국에 나가게 되어 프랑스·로마·베네치아·파도바를 전전했다. 1646년 파리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 찰스 1세의 프랑스 외교사절이었던 리처드 브라운 경의 딸 메리와 결혼했다. 공화정 시기인 1652년 영국에 돌아왔으며, 데프트퍼드에 있는 장인의 대농장 세이어스코트를 물려받았다. 1659년에는 2권의 왕당파 소책자를 펴냈다.

1660년 왕정복고가 이루어지자 찰스 2세의 환대를 받아 런던의 도로 보수(1662), 왕립 조폐국(1663), 낡은 세인트폴 대성당의 보수(1666) 등에 관련된 여러 위탁사업을 관리했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찰스 2세의 네덜란드 전쟁(1665~1667, 1672~1674) 때 전쟁포로들을 관리하는 임무였는데, 이때 역병에 걸려 자비로 치료했으나 계속 국가에 치료 배상을 요구했다. 당시 그는 해군 관리이며 일기작가인 새뮤얼 피프스의 도움을 받았으며, 평생 동안 우정을 나누었다.

이블린은 1671~74년 식민지 업무를 관장하는 협의회에서 일했다. 또 1662~63년 각각 왕립협회의 제1·2차 헌장에 의해 이 협회의 자문위원으로 임명되었고, 뒤에 종신회원으로 남았다. 이 자격으로 1664년 해군 관리들을 위해 〈식물지 혹은 삼림수와 목재의 증식에 관한 논문 Sylva, or a Discourse of Foresttrees, and the Propagation of Timber〉을 펴냈다. 이 책은 각종 나무의 종류와 그 재배법 및 용도를 기술한 것으로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1825년까지 10판에 걸쳐 간행되었다.

1662년 조각과 에칭에 관한 소책자 〈조각술 Sculptura〉을 펴냈는데, 여기에서 메조틴트라는 새로운 기법을 발표했다. 그는 1670년경 궁녀인 마거릿 블래그에게 부성애적인 애정을 느꼈는데, 그뒤 그녀는 뒷날 국가재정위원이 된 시드니 고덜핀과 비밀결혼을 했고 1678년 출산 뒤 죽었다. 이블린의 〈고덜핀 부인의 일생 Life of Mrs. Godolphin〉(1847, H. 샘프슨이 1939년에 편집)은 17세기 전기물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1685년 제임스 2세가 왕위를 계승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블린은 옥새를 관리하는 3인의 위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임명되어 15개월 동안 봉직했다. 마지막 주요저서인 〈Numismata〉는 1697년에 출판되었다. 11세부터 쓴 〈일기〉(1955년 E. S. 드 베어가 6권으로 편집)는 1818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는 별로 기록되어 있지 않고 단조로운 메모에서 심혈을 기울인 예술적 문장까지 다양하다. 지명과 사건, 당대의 인물 및 여러 편의 설교 보고 등을 담은 이 일기는 50년이 넘는 기간의 영국 생활을 보여주고 있어 큰 역사적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