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개인의 정체감, 역사·정치·문화와 심리학의 상호작용에 관한 그의 저술들은 심리사회적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접근법에 영향을 미쳤으며, 비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청년시절에 예술학교를 다녔고 유럽을 여행했다. 1927년 빈에 있는 작은 사립학교에서 예술·역사·지리를 가르쳐달라는 정신분석학자 안나 프로이트의 요청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정신분석학에 입문하게 되었으며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한 수련을 쌓게 되었다. 아동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1930년 첫 논문을 출간했다.

그후 정신분석 수련을 마치고 1933년 빈 정신분석연구소에 들어갔다(아동발달). 같은 해 미국으로 이주하여 보스턴에서 아동정신분석에 관한 일에 종사했으며 하버드의과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는 건전하며 균형잡힌 개인들에게서 자아 또는 의식이 창조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1936년 하버드대학교를 떠나 예일대학교의 인간관계연구소에 들어갔으며, 2년 뒤 사우스다코타 파인리지 보호구역에 있는 수족(族) 인디언 아동들을 대상으로 문화가 심리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와 그뒤 북부 캘리포니아의 유로크족 인디언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인류학자 앨프레드 크로버와의 공동연구는 에릭슨의 이론 형성에 기여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회는 성격 발달에 들어맞는 제도들을 발전시키지만 유사한 문제들에 대한 전형적인 해결 방식은 사회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에릭슨은 1939년 샌프란시스코로 자리를 옮겨 임상실무를 계속했고, 1942년에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 교수가 되었다.

1940년대에 그는 소론들을 발표했는데, 이 글들은 심리적 발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처음으로 밝힌 저서 〈아동기와 사회 Childhood and Society〉(1950)에 수록되었다.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 저작은 그의 아내 조운 서슨 에릭슨이 편집했다. 에릭슨은 8개의 발달단계를 제시했는데, 각 단계마다 개인이 직면하게 되는 심리사회적 요구가 있으며 이 단계들은 노년까지 계속된다.

에릭슨에 따르면 성격발달은 다음 발달단계를 준비하면서 개인이 극복하고 내면화해야 하는 일련의 위기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1950년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요구한 충성서약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뒤 자리에서 물러나 매사추세츠 스톡브리지의 오스틴 리그스 센터에 들어갔다. 그뒤 하버드대학교로 돌아가 강사 및 교수(1960~70)를 지냈고, 1970년부터는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청년 루터 Young Man Luther〉(1958)에서 에릭슨은 어떻게 마르틴 루터가 기존의 종교조직과 결별하고 세계를 보는 새로운 방식을 창조할 수 있었는가를 검토하기 위해 역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정신분석 이론을 결합했다.

〈호전적 비폭력의 기원에 대한 간디의 진실 Gandhi's Truth on the Origins of Militant Nonviolence〉(1969)은 심리사에 대한 또다른 시도였다. 1970년대에는 현대인의 윤리적·정치적 문제들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으며, 이러한 자신의 견해를 논문집 〈생활사와 역사적 순간 Life History and the Historical Moment〉(1975)에서 밝혔다. 이 책에서 그는 정신분석을 역사학·정치학·철학·신학과 연결했다. 후기 저작으로는 〈생을 마감하기 전에 The Life Cycle Completed：A Review〉(1982)·〈노년기의 적극적인 삶 Vital Involvement in Old Age〉(198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