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실험

다른 표기 언어 experiment , 實驗

요약 과학에서 어떠한 인위적 조작을 통해 현상을 창조해내는 일과 관련된 제반 절차.

실험은 관찰과 구별되는데, 실험이 인위적 조작에 요점을 둔다면 관찰은 보는 데 요점을 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실험은 실험과정이나 효과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어떠한 결과를 얻으려는 목적을 갖는다. 즉 실험에는 거의 항상 관찰이 포함된다. 따라서 실험이 완전히 관찰과 같은 것도, 관찰로 환원되는 것도 아니지만 양자 사이에는 깊은 관련이 있다(→관찰). 과학지식의 성장에서 실험은 이론과 함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이 갖는 전형적인 목적은 가설을 시험하는 것이며, 이와 관련된 실험의 이미지가 이른바 결정실험(crucial experiment)이다. 결정실험은 몇 가지 가설들이 경합할 때, 이 가설들 가운데 어느 것이 참인지를 실험결과가 주는 경험적 근거로써 판정하는 실험을 말한다. 흔한 결정실험의 예로는 19세기를 풍미했던 에테르(ether) 가설을 폐기시킨 마이컬슨-몰리 실험이 있다. 결정실험은 이미 가설이 있고, 실험이 이 가설을 시험한다는 이론선행적 관점이다. 그러나 실험이 가설을 시험하는 목적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험의 누적이 새로운 과학 분야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열역학사(熱力學史)의 일부는 실험의 이러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증기기관은 토머스 뉴커먼의 기압엔진(1705~15), 제임스 와트의 압축엔진(1767~84), 리처드 트레비식의 고압엔진(1798)을 거치면서 성능과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이러한 개선은 이론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에 근거했다. 사디 카르노는 이러한 증기기관에 관한 연구들에 기초해 고압 엔진에서의 열효율이 실린더에 들어오는 증기의 운동과 나가는 증기의 온도에 의존함을 밝혀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카르노 사이클과 열효율 개념이 탄생했으며, 이와 같은 카르노의 착상은 에너지 보존법칙과 결합되었다. 일련의 주목할 만한 실험이 열역학이론 형성에 기여한 사례이다. 증기기관과 열역학의 관계에서 본 실험의 성격은 실험의 누적이 이론발생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실험은 근대과학의 발흥에 크게 기여했다. 실험은 자연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반영하며, 자연에 개입하고 현상을 창조해냄과 동시에 경험의 특수한 형태이다. 어떠한 가설도 경험적 지지가 없으면 무력해지기 쉽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귀납과 함께 실험을 강조했고, 아이작 뉴턴은 〈광학 Optics〉(1705)에서 많은 실험사례를 보여주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중력법칙과 관련하여 낙체 실험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구체적 실험을 했는가는 논란거리이다. 실험에 대한 거의 드문, 좋은 철학적 연구의 하나로는 아이언 해킹의 〈표상과 개입 Representing and Intervening〉(198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