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페르

공학을 전공한 셰페르는 1936년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국과 오랜 인연을 맺어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방송국 스튀디오 데세(Studio d'Essai)의 개설을 도왔다.

이 방송국은 레지스탕스 활동의 주요 거점이 되었으며, 라디오 매체연구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혁신적인 기획자로 명성을 얻는 한편 구체음악연구회를 조직하기도 했는데, 후일 음악연구회로 개칭되었다. 그는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자연·인조 음향 분석에 관심을 가졌다. 1940년대에는 최초로 구체음악의 기본 구성요소인 녹음된 음향을 이용하는 방식을 개척했는데 처음에는 디스크에, 다음에는 테이프에 녹음된 음향을 이용했다. 전통음악과는 달리, 그의 작곡방식은 악보를 해석할 필요도 없고 연주자들도 필요하지 않았다. 1948년 프랑스 라디오 전파와 텔레비전사에서 그의 연구진들과 함께 구체음악을 도입했다(→ 구체음악). 여기서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상관없이 자연의 소리들을 음악 형식으로 변형하고 결합시키기 위해 녹음하고 조작했다. 조작 수단들에는 소리의 고저를 바꾸기 위해 녹음재생 장치의 속도를 변화시키는 것, 테이프를 뒤로 돌리는 것, 지속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테이프를 자르는 것, 특정한 음파 주파수를 걸러내거나 강화하는 것, 그밖에도 복잡한 조작들이 포함된다.

그가 피에르 앙리와 공동으로 만들어낸 〈단지 한 사람을 위한 교향곡 Symphonie pour un homme seul〉(1950) 10악장은 최초의 중요한 구체음악 작품이었다. 이것과 구체음악의 다른 작품들은 무작위음을 사용한 또는 '우연성' 음악의 작곡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었던 소리에 대한 접근을 반영한다. 1968년부터 파리음악원에서 전자음악 작곡법을 가르친 그는 철학·문학·연극·시각예술 등에도 폭넓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발레·영화·연극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으며, 인기 만화영화 시리즈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음악 이론서뿐만 아니라 장단편 소설과 에세이 등이 있다. 음악책으로는 〈구체음악을 찾아서 À la recherche d'une misique concrète〉(1952)·〈음악 오브제 개론 Traité des objets musicaux〉(1966)과 2권으로 된 〈서로 대화하는 기계들 Machines à communiquer〉(1970~7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