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1세

7세기 교황들 가운데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시리아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며 교황 레오 2세와 교황 코논 밑에서 일한 뒤 2명의 다른 교황 후보자였던 대부제 파스칼리스 및 대사제 테오도루스와 치열한 싸움 끝에 코논을 계승하여 교황이 되었다.

그의 선출은 교회법에 따른 것이긴 했으나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파스칼리스는 이미 황제의 총독 요한네스 플라티누스에게 뇌물을 주었고, 그결과 총독은 소수가 지지하는 테오도루스를 배척하고 파스칼리스가 교황 후보로 추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고위성직자들이 추천한 교황 후보인 세르지오를 승인하고서 원래 파스칼리스에게서 받기로 약속한 금을 세르지오에게 요구했다. 세르지오는 마지못해 금을 헌납하고 687년 12월 5일 교황 축성을 받았다. 테오도루스는 이 결정에 순응했으나, 파스칼리스는 순응하지 않고 5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죽었다.

692년 비잔티움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2세 리노트메투스는 퀴니섹스트 공의회(트룰로에서 열렸음)를 소집했는데, 이 공의회에서 발표한 법령들은 동방교회 의식과 서방교회 의식의 점증하는 차이를 더욱 크게 했고 콘스탄티노플을 교회법상 로마와 동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세르지오는 이 공의회가 공포한 여러 법안들을 거부했다. 이때문에 유스티니아누스는 그를 체포하여 콘스탄티노플로 이송할 것을 명령했으나 로마 사람들과 라벤나 민병대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스티니아누스가 폐위당함으로써 세르지오에 대한 비잔티움 제국의 적대감정은 누그러졌다. 세르지오는 앵글로색슨족과 프랑크족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

689년 부활절에 로마에서 웨식스 왕 캐드왈라에게 세례를 주고 691년경 요크의 주교 발프리도에게 주교구를 회복시켜, 교황 아가토가 679년에 발프리도를 위해 내린 명령을 재가했다. 그는 또한 베어트윌드를 캔터베리 대주교(692~731 재위)와 영국의 수석주교로 승인한 듯하다. 695년 카롤링거 왕조의 왕 소(小)피핀 2세의 요청으로 노섬브리아 사람 성 빌리브로르도를 프리지아 사람들의 주교로 축성했고, 그에게 재정지원을 약속하면서 프리슬란트에 가서 선교활동을 하도록 격려했다.

556년부터 이탈리아의 아퀼레이아 지방은 로마와 분열상태에 있었는데, 이는 펠라지오 1세가 네스토리우스파의 몇몇 저서들을 단죄하여 '삼장논쟁'을 일으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를 최종 승인했기 때문이었다.

세르지오는 롬바르드 왕 쿠니페르트의 도움으로 아퀼레이아 분열을 해결하여 논쟁 전체를 종식시키고 이탈리아 교회를 통일했다. 그는 또한 미사에 아뉴스 데이('하느님의 어린 양'이란 뜻으로 영성체에 앞서 부르는 전례 찬송)를 도입하고, 성모 취결례 축일, 즉 2월 2일에 성모 마리아가 첫 아이인 예수를 하느님께 바치려고 예루살렘을 찾아간 일을 기념하는 축일을 제정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