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균형

세력균형

다른 표기 언어 balance of power , 勢力均衡

요약 국제관계에서 상대국의 힘과 자국의 힘을 조화시킴으로써 자국을 보호하려는 한 국가 또는 국가군(國家群)의 태도와 정책.

국가들은 2가지 방법으로 세력균형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

즉 군비경쟁이나 영토취득경쟁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자국의 힘을 증대시키는 방법과 동맹정책에서와 같이 타국과 자국의 힘을 합하는 방법이 있다.

세력균형이라는 용어는 나폴레옹 전쟁 말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유럽 국가체제에서 나타난 권력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유럽의 세력균형체제에 있어서 영국은 '균형자'(均衡者) 역할을 했다. 영국은 유럽의 어떠한 국가정책과도 자국을 지속적으로 결부시키지 않았다.

대신에 어느 때는 이쪽 편에, 어느 때는 저쪽 편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국의 세력유지와 더불어 유럽의 세력균형을 유지했다. 우수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외부로부터의 침략 가능성이 적었기 때문에 영국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영국의 역할은 유럽의 세력균형을 유동적이면서도 안정된 것으로 만들었다.

세력균형은 20세기초부터 커다란 변화를 보였다.

실질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20세기의 세력균형체제는 중세말부터 유럽에 존재해온 유럽의 세력구조를 파괴했다. 20세기 이전의 국제정치세계는 유럽권·미국권·중국권·인도권과 같이 서로 독립적이고 분리된 여러 세력균형체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과 그뒤의 정치적 연합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하나의 세력균형체제로 통합되었다. 이러한 통합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대항하여 이루어진 미국·영국·소련·프랑스 동맹체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통합은 제2차 세계대전 때도 계속되어 독일·이탈리아·일본 전체주의 국가들과 전세계적인 미국·영국·중국·소련 동맹체제가 서로 대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력균형의 중심은 기존의 서부와 중부 유럽 국가에서 비(非)유럽 국가인 미국소련으로 옮겨졌다. 그결과 북반구에는 양극 세력균형체제가 형성되었다. 전쟁 뒤 수십 년 간 서부 유럽 국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동맹을 통해 미국측에 가담했고, 중부와 동부 유럽에 있는 소련의 위성국가들은 바르샤바 조약에 의해 소련의 지배 아래 통합되었다.

세력균형이 양극화되고 2개의 초강대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에 커다란 힘의 불균형이 생긴 까닭에 유럽 국가들은 예전과는 달리 유동적인 세력균형체제를 이룰 행동의 자유를 잃었다. 유럽 국가들은 서로 대적하다가도 제휴하는 유동적인 동맹체제를 형성하는 대신 미국·소련 초강대국에 붙어 안정된 블록 체제로 전환하는 경향이었다.

전전(戰前)과 전후의 세력균형 사이에는 또다른 결정적인 차이점들이 있었다.

19세기 유럽의 세력다툼을 조절하고 완화시켰던 도덕적·문화적 공감대가 20세기 중반에 들어와서는 적대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듯한 2개의 서로 다른 정치철학과 생활방식 사이의 격렬한 이념투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핵폭발로 인한 상호 파멸의 두려움은 미국과 소련의 외교정책을 적절한 수준까지 자제시켰다. 유럽에서 2개의 진영이 직접적인 군사충돌을 일으키게 된다면 이는 핵전쟁으로 발전할 것이 확실하며, 그것은 어떻게 하든지 피해야 했다.

그래서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는 직접적인 대결 대신 대량살상무기경쟁(치명적인 무기는 사용해본 적이 없음)과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정치간섭이나 부분적인 군사개입이 일어나게 되었다. 미국·소련 양국은 개발도상국들 중에 보호국과 동맹국들을 두고, 각각 자국의 영향력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전진군사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도상국가들에 군사지원과 자금원조를 했다.

또한 미국·소련은 제3세계 국가에서 자국의 경제적·전략적 이익에 유리한 정권이 들어서거나 계속 유지되도록 책략을 꾸며왔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국제적 사태진전들이 전후의 양극체제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제3세계 국가들이 초강대국에 대항하여 국제정치무대에서 비(非)동맹주의를 표방한 것이었다. 중국이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비동맹적이면서 반(反)소련적인 입장을 굳혀감에 따라 20세기 후반의 양극체제의 변화양상은 더 복잡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