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법

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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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으뜸음을 기준으로 한 음정관계에 따른 음계 구성음들의 다양한 배열방식.

선율음악에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특정 선법은 우선 어떤 음들이 사용될 수 있는지 규정해주며, 어떤 음이 특별히 중요한지를 지시해주는 등 선율을 만드는 기초재료 역할을 한다. 선법의 구성음들 가운데는 2개의 중요한 음이 있는데 선율이 끝나는 음인 종음(finalis)과 선율의 2차 중심음인 딸림음(dominant)이 그것이다.

딸림음(dominant)
딸림음(dominant)

고대 동방에서는 선법이 매우 정교하게 규정되어 있었고, 그 예로 어떤 선법은 그것과 연관되는 특징적인 선율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이것은 특히 인도 라가에 해당된다(라가는 연주에서 사용될 수 있는 일련의 음들을 개념적·실제적으로 규정함)(→ 라가). 그러나 서양 예술음악에서 선법이란 단순히 종음과 지배음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하나의 음계일 뿐이다. 이러한 선법 개념은 음악에서 수의 기능적 중요성을 이론화했던 BC 5세기의 수학자인 피타고라스 시대부터 AD 2세기까지 발전하며, 서양 교회음악의 기본 이론이 된다.

현재 선법이라는 말은 통상적으로 9세기경 이론가들에 의해 규정된 것으로, 단성성가에 등장하는 8선법인 도리아(doria)·히포도리아(hypodoria)·프리지아(phry- gia)·히포프리지아(hypophrygia)·리디아(lydia)·히폴리디아(hypolydia)·믹솔리디아(mixolydia)·히포믹솔리디아(hypomixolydia) 등을 의미한다. 이 8선법은 때로 교회선법(church mode)이라는 명칭으로도 통용된다. 그러나 이 교회선법은 광대한 서양 의전 음악의 기본 재료이지만 트루바두르의 노래나 15세기 프랑스의 작곡가 기욤 뒤페의 위대한 미사곡에 이르기까지 다른 많은 종류의 중세음악의 실체이기도 하다. 교회선법은 교회나 궁정에서 주변으로 퍼져나가 서유럽의 대다수 민속음악도 교회선법에 근거하게 되었다(→ 히포리디아 선법).

르네상스 시대에는 장조·단조 체계가 출현했으며, 그에 따라 작곡 관습에도 변화가 일어나 16세기 이론가들은 기존의 선법 체계에 4개의 새로운 선법을 덧붙였다. 이 가운데 2개는 이오니아(Ionia)와 아이올리아(Aeolia)로 각각 장조와 단조 음계의 조상이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선법의 중요성은 줄어들었으며 장조·단조 음계가 분명하게 확립되었지만, 선법도 배경으로 잔존하면서 화성적 뉘앙스에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리디안 F장조'는 F장조이지만 제4음인 B♭음이 B음으로 반음 올려지는 음계를 가리킨다.

작곡가들 가운데는 민요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선법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장조·단조 음악에 선법적 색채를 부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다 체계적으로 선법을 발전시켜 장조·단조의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많은 20세기 작곡가들이 무조성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장·단 체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했으며, 중세 선법이 아닌 스스로 만든 선법들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벨라 바르토크, 올리비에 메시앙,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 등은 서양음악 전통에서 500년 동안이나 소멸되어 있었던 선법에 의한 작곡법을 새로 부활시킨 인물들이다. 한편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유럽과는 달리 선법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고 계승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