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비가

다른 표기 언어 elegy , 悲歌

요약 저명인사·친구·연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명상적인 서정시.

비가(elegy)
비가(elegy)

애가(哀歌)라고도 한다.

넓은 의미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룬 시들을 가리킨다. 고전문학에서 비가는 단순히 비가체 운율(장단단 6보격과 장단단 5보격이 번갈아 나오는 운율)로 지어진 시를 모두 일컫는 말로서 주제도 한정되지 않았다. 고전적 비가체 운율을 받아들인 독일문학과 같은 일부 현대문학에서는 시의 내용보다는 그러한 운율을 가진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유명한 시 〈두이노의 비가 Duineser Elegien〉는 슬픔의 노래가 아니라 시인이 외딴 곳에서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문학에서 비가는 16세기 이후 슬픔의 노래를 뜻하며, 운율도 시인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비가의 독특한 형태로 목가적 비가가 있다(목가문학). 이것은 이상적인 전원을 배경으로 이상적인 목자를 등장시켜 고전적인 관습을 본뜨는 다소 관례적인 형식을 따른다. 목가적 비가는 처음에 애도하는 사람의 슬픔을 표현하며 자신의 고통을 나타내기 위해 뮤즈에게 도움을 청하는 기도로 시작한다.

보통 장례행렬, 자연 전체가 함께 애도하는 정경에 대한 묘사, 죽음의 비정함에 대한 묵상 등의 내용에 들어간다. 마지막은 흔히 자연의 법칙을 아주 긍정적으로 정당화하며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난다. 영국의 대표적인 목가적 비가는 밀턴의 〈리시다스 Lycidas〉(1638)로, 대학 친구인 에드워드 킹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작품이다. 그외 유명한 전원적 비가로는 키츠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셸리의 〈아도네이스 Adonais〉(1821), 시인 아서 휴 클러프의 죽음을 슬퍼하며 매슈 아널드가 쓴 〈티르시스 Thyrsis〉(1867) 등이 있다.

그외의 비가들은 어떤 규격화된 양식이나 관습을 따르지 않는다.

18세기 영국의 '묘지파' 시인들은 죽음과 불멸에 대한 일반적인 명상을 주제로 해 철학적 사색과 인간의 덧없음에 대한, 때로는 잔인하기조차 한 이미지들을 결합한 시를 썼다. 대표작으로 에드워드 영의 〈밤의 사색 Night Thoughts〉(1742~45), 로버트 블레어의 〈무덤 Grave〉(1743)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시는 보다 품격 높은 절제를 보여주는 토머스 그레이의 〈시골 교회 묘지에서 읊은 비가 An 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 Yard〉(1751)이다.

이 작품은 교회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비천하고 알려지지 않은 마을주민들에게 바친 노래이다. 미국에서 묘지파 양식과 비교할 만한 작품은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의 〈죽음에 대한 고찰 Thanatopsis〉(1817)이다. 월트 휘트먼의 작품 〈현관 앞마당에 마지막 라일락 꽃이 필 때 When Lilacs Last in the Dooryard Bloom'd〉(1865~66)는 자연에 슬픔의 감정을 이입하는 상투적인 감상적 오류를 완전히 새롭게 다룬 작품이다(미국 문학).

현대시에서도 비가는 여전히 잘 쓰이는 중요한 시적 표현방법이며, A. E. 하우스만의 〈요절한 운동선수에게 To an Athlete Dying Young〉, W. H. 오든의 〈W. B. 예이츠를 추도하며 In Memory of W. B. Yeats〉, E. E. 커밍스의 〈My Father Moved through Dooms of Love〉, 존 필 비숍이 F. 스콧 피츠제럴드를 추모해서 쓴 〈시간들 Hours〉 등의 시에서 비가의 범위와 변형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