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함문화론

불함문화론

다른 표기 언어 不咸文化論

요약 일제강점기 최남선(崔南善)이 문화주의 사관의 입장에서 한국 고대문화의 위치를 밝히고자 집필한 사론. '빠'[Park] 사상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이 논리는 '빠'를 숭상하는 모든 문화권을 불함문화권이라고 칭하고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불함문화권에 속해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문화만을 가지고 판단하여 포괄하려는 관념적 문화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1928년 〈조선급조선민족 朝鮮及朝鮮民族〉 제1호에 실렸다. 부제는 〈조선을 통하여 보는 동방문화의 연원과 단군을 계기로 한 인류문화의 일부면〉이다.

최남선은 일본 관학자들의 단군말살론, 일선동조론, 문화적 독창성 결여론 등에 자극받아 1920년 〈단군급기연구 檀君及其硏究〉를 발표한 이래 〈단군론 檀君論〉·〈아시조선 兒時朝鮮〉 등 단군·고대사에 관한 글로써 '조선정신'의 원류를 밝히고자 했다. 이런 배경 위에 언어학·민속학·신화학 등을 이용하여 한국 고대문화의 독자성을 규명하려고 한 것이 '불함문화론'이다.

최남선은 동방문화의 원류로 '빠'[Park] 사상을 주목했다. 이 'Park'의 가장 오랜 문자형을 '불함'이라 하여 빠를 숭상하던 모든 문화권을 불함문화권으로 규정했다. 특히 조선은 불함문화의 중심인데, 그 증거로 태백산·소백산 등 전국 각지의 '백'자가 들어간 지명이 유달리 많다는 것을 들고 있다. 최남선에 따르면, '백'은 'Park'의 대자로서 신·하늘·해를 뜻하는 고어이며, 태양신 숭배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이족 지명에 많이 보이는 '백산'은 태양신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의 의미이며, 그중 태백산은 가장 중심된 곳이고 단군을 "천(天)을 대표하는 군사의 호칭"으로 보았다.

최남선은 이에 근거하여 한반도 주변지역의 지명들을 분석, 서(西)로는 흑해로부터 동(東)으로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광대한 지역이 모두 불함문화권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불함문화권은 중국·인도의 남계 동방문화에 대해 북계 동방문화를 대표하며, 이를 통해 일본 고대문화에 포함된 한국 및 중국 문화의 형성에 미친 동이족 문화의 영향의 실체 파악이 가능하다고 인식했다. 즉 고대 아시아에서 동쪽으로 이동해온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모두 집결하고 화합해서 동방문화의 대표국이 되었고, 그 근원을 단군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남선의 '불함문화론'은 사회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채 문화만을 가지고 접근하여 정신으로서 이 모두를 포섭하려는 관념적 문화주의에 머물러, 결국 우리의 민족적 역량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우리 민족성의 결함만을 찾으려 함으로써 패배적 민족주의로 치우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