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밀

밀(James Mill)

제임스 밀은 인간본위로 정치·경제를 다룰 것과 철학에 과학적 기초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철학적 급진주의 또는 공리주의로 알려진 학파의 대표자였다.

유명한 존 스튜어트 밀이 제임스 밀의 장남이다.

에든버러대학교에서 그리스어 학자로 두각을 나타낸 뒤 1798년 장로교 전도사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곧 교직으로 나아가 역사와 철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802년 런던으로 가 언론계에서 활동했다. 1804년 곡물수입에 관한 소책자를 저술해 곡물수출보조금 지급에 반대했다.

1806년 〈영국령 인도사 History of British India〉(3권, 1817)를 쓰기 시작했다. 1808년 공리주의의 창시자 제러미 벤담과 사귀었다. 제임스 밀은 수년 동안 벤담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로서 벤담의 원칙들을 고스란히 수용해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이 원칙들을 전파했고 낭만주의 조류의 등장에 대항했다. 1806~18년에는 〈안티자코뱅 리뷰 Anti-Jacobin Review〉·〈브리티시 리뷰 British Review〉·〈이클렉틱 리뷰 Eclectic Review〉·〈에든버러 리뷰 Edinburgh Review〉(1808~13)의 고정 필자로 활약했다.

1811년 영국의 작가 윌리엄 앨런을 도와 정기간행물 〈필랜스러피스트 Philanthropist〉를 편집했고, 교육·출판의 자유, 금고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기고했다. 또 1825년 런던대학교의 창설을 이끈 각종 논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1814년 제임스 밀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Encyclopaedia Britannica〉 제4·5·6판의 정치·법률·교육 관련항목을 여러 개 집필했다. 당시 이 글들은 별도로 인쇄되어 널리 유포되었다.

특히 '정부' 항목은 1820년대의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1832년 첫 선거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통과할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철학적 급진주의자의 정치이론을 가장 간결하게 서술했다고 할 수 있는 이 글은 미국의 노예제도 옹호론자 존 C. 캘훈이나 아들 존 스튜어트 밀 같은 다양한 관점의 사상가들이 자신의 정치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영국령 인도사〉에서 영국의 인도 지배를 격렬히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저서가 출판된 지 2년 후인 1819년 인도회사의 관리로 임명되었으며 차근차근 승진하여 1830년 심사국장이 되었다. 주요저서인 〈영국령 인도사〉는 인도 정복을 처음으로 자세히 다룬 책이었다. 제임스 밀은 자신의 정치이론을 힌두 문명의 성장에 적용해 영국이 인도를 정복·통치한 일련의 단계적 과정을 가차없이 비판했다.

특히 힌두 전통이 유럽의 이익과 정책에 의해 점차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이 저작의 파급효과와 제임스 밀이 생애의 마지막 17년 동안 인도에서 관리로 재직한 덕분에 인도의 지배체제는 완전히 변화했다.

제임스 밀은 영국의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밀은 활발한 저술활동과 급진적 정치가와의 개인적 교분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프랑스 혁명이 유포시킨 인권과 절대적 평등이론에서 보통선거의 확장을 통한 좋은 정부의 보장이라는 주장으로 돌려놓는 데 기여했다. 알기 쉽고 정확히 씌어진 〈정치경제학 입문 Elements of Political Economy〉(1821)은 주로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저서에 근거해 철학적 급진주의자의 견해를 요약해준다.

이 저작에서 제임스 밀은 3가지를 주장했다. ① 정치개혁가의 주요문제는 자본이 자연적으로 인구와 똑같은 비율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가정 아래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일이다. ② 물건의 가치는 그것에 투하된 노동의 양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③ 오늘날 토지의 '자연증액'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진정한 과세대상이다.

이중 2번째 명제는 카를 마르크스가 원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임스 밀은 관념의 연합에 관해 설명함으로써 벤담의 학설을 발전시켰다. 〈인간의 정신현상에 관한 분석 Analysis of the Phenomena of the Human Mind〉(2권, 1829)에서 제시된 이 이론은 정신적 개념들의 상호관계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