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자체

물자체

다른 표기 언어 Ding an sich , 物自體

요약 이 개념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의식 밖에 인간의 인식과 독립해서 존재하며, 지각과 사유를 통해 인식에 주어지는 방식과는 구별되는 그 자체로서의 사물 또는 객관적 실재를 가리킨다. 이마누엘 칸트에 따르면 우리는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고 다만 현상의 세계만을 알 뿐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이 개념을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의식 밖에 인간의 인식과 독립해서 존재하며, 지각과 사유를 통해 인식에 주어지는 방식과는 구별되는 그 자체로서의 사물 또는 객관적 실재를 가리킨다.

칸트에 따르면 우리는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고 다만 현상의 세계만을 알 뿐이다. 물자체는 감관과 오성, 경험과 사유를 거쳐 오로지 현상으로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사물은 우리 밖에 존재하며 우리 감각의 대상으로 주어지지만, 우리는 그 사물 자체가 무엇인지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하며 단지 그 사물의 현상만을 알 뿐이다"(〈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nft〉)라는 그의 개념은 칸트가 관념론과 유물론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

칸트는 물자체를 의식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유물론의 경향을 보이지만, 물자체를 인식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인식가능한 영역을 현상에만 국한시킨다는 점에서는 불가지론이나 주관적 관념론으로 기운다.

물자체 개념과 그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칸트가 17, 18세기의 수학적 자연과학의 인식개념을 인식론의 기초로 삼고 절대화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수학적·기계적 자연인식에 따르면, 생물학에서 유기체의 발전과 같은 것은 인식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즉 칸트는 당시 인식의 이상을 절대화함으로써 물자체와 현상을 비(非)변증법적으로 대립시킨 것이다.

J. G. 피히테는 자아의 '사행'(事行 Tathandlung)이라는 개념을 통해 칸트의 물자체를 제거했고, F. W. J. 셸링은 '동일철학'을 통해 물자체의 문제를 해소했다. 변증법적 관념론자인 G. W. F. 헤겔은 칸트가 본질(물자체)과 현상을 비변증법적으로 나눈 점을 비판했다. F. 엥겔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물자체'는 인식과 실천을 통해 '우리에 대한 물'(Dingen für uns)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