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물가지수 산정을 위한 자료수집

물가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표본가격을 수집하는 것이다. 표본가격은 조사대상 상품 하나하나가 갖는 다양한 시가(時價)의 대표치이다. 표본추출은 거의 언제나 필수적인 과정인데, 지수에 포함되는 가격들의 모집단이 크고 복잡할수록 표본추출 형식도 더 복합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토가 넓고 지리적 특성이 다양한 나라에서 소비자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서 각각의 조건에 따른 가격변동을 모두 나타낼 수 있도록 가격표본을 설정해야 한다. 즉, 각기 다른 도시나 지방에서 나타나는 가격차이를 비롯해, 슈퍼마켓이나 백화점·구멍가게 등 서로 다른 유형의 판로에 따른 가격차이, 그리고 상품품목에 따른 가격차이 등을 대표해야 한다. 이처럼 대도시·소도시 등의 지역 차이에 따른 유형, 판매 경로에 따른 유형, 품목에 따른 유형 등으로 구분해서 가격표본을 추출할 때에는 각각의 가격이 그 나라 전체 지출범위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 비례하도록 표본의 개수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물가지수는 이와 같은 표본추출을 통한 근사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상품표본을 선택한 뒤에는 가격수집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격수집은 어떤 두 날짜의 가격차이가 가격 자체만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동일한 상품의 가격을 수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와 같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밀, 레드 윈터 2호, 용량, 카를러츠, 시카고 본선인도가격, 현물시장가격,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의 평균, 부셸당'과 같이 항목별로 가격을 자세하게 수집하기도 한다.

모든 상품을 밀의 예와 같이 표준화할 수 있다면 물가지수 산정은 현재보다 훨씬 간단해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거의 1차산물로 이루어지는 한정된 범위의 몇몇 상품을 제외하면, 상품을 완벽하게 설명해서 서로 다른 가격조사원들이 상점에서 설명서만을 가지고도 가격을 조사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때때로 물가수집 기관은 대부분 기업들인 조사대상자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남성용 구두'와 같이 어떤 하나의 상품이 계속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기간의 가격들을 기업으로부터 보고받는다. 각 조사대상자가 선택하는 상품의 형태는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일단 어떤 유형을 선택한 뒤에는 계속해서 그와 동일한 상품의 가격을 제공해야만 그 자료가 유용한 것이 될 수 있다. 상품의 일반 특징이 동일하게 존속한다 하더라도 조사할 때마다 품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대개의 가격조사 과정에서는 각 날짜별로 조사한 상품가격의 평균값을 구하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대신 각 조사대상자가 제공한 가격을 이전 기간에 같은 조사대상자가 보고한 가격으로 나누어 값을 구하는데 이 비율을 '상대가격'이라고 한다.

물가지수 산정에서의 가중치 계산

물가지수 산정을 위한 자료수집이 끝난 다음 단계는 상대가격들을 결합해서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까지 이루어지는 모든 가격집단의 변동이 정확하게 기술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성용 고급구두, 갑피 무두질함, 굿이어 대다리 두름, 치수 6~11'처럼 동일한 특징을 가진 상품들에 대해 서로 다른 조사원들이 보고한 상대가격들을 평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로 다른 상품들의 상대가격을 결합할 때에는 보다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가격이나 상대가격을 정한 모든 상품이 중요도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밀의 가격에는 후추의 가격보다 더 큰 가중치를 주어야만 한다. 여기에서 어려운 점은 상품의 상대적 중요성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품은 완전히 사용하지 않게 되는 반면,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의 품목인데도 그 구성과 디자인이 너무 변해서 같은 상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한 가중치는 오직 한 번의 시기, 즉 그 지수를 계산해낸 기간 동안만 정확할 것이다. 지수가 계산된 두 시점 사이의 시차가 크면 클수록 가격비교는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물가지수는 비교하는 기간 사이의 시차가 작을 경우에만 상대적으로 정확한 가격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물가지수 산정에서의 편차조정

물가지수 작성에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품질변화의 문제이다.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경제에서는 상품의 품질이 끊임없이 변화해 영구 주름을 넣은 옷, 컬러 텔레비전, 줄무늬 타이어, 자동세척식 오븐 등 많은 신상품들이 계속 개발된다. 산업화된 경제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구입했던 물건과 물리적·기술적 특징이 동일한 상품을 사기는 어렵다. 가격변동을 측정하면서 완전히 만족할 만큼 품질변화를 반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두 시점간의 가격비교를 할 수 있는 단 1가지 방법은 그 기간 전반에 걸쳐 상품의 질이 모두 동일하다는 조건을 전제로 삼는 것이다. 그럴 경우 품질이 평균적으로 좋아지고 있을 때에는 물가지수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될 것이며, 품질이 평균적으로 나빠지고 있을 경우에는 물가지수가 실제보다 낮게 나타날 것이다.

보다 좋은 방법은 예시된 가격변화가 품질변화를 어느 정도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측정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생산에서 어떤 하나의 모형을 만들어낸 시기부터 다음 모형이 나오는 시기까지 자동차 품질을 크게 변화시키는 동안 생산비 지출에는 어느 정도의 증감이 있었는지에 대해 제조업자로부터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바로 이 생산비용의 증감액을 품질변화의 척도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생산비용과 품질의 변화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는 예시가격의 변화는 순수한 가격 자체의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이 방법의 단점은 비용의 확대 없이 이루어지는 품질의 개선은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품의 품질이 개선된 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물가지수가 위로 치우쳐서 나타나는지의 여부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미국 정부의 물가통계 검열전문기구인 '스티글러 위원회'가 1961년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바로 이와 같은 이유, 즉 품질개선을 고려하지 못한 것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미국 물가지수가 높다고 느끼는 것이라 주장한다. 대체로 미국의 물가지수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받아들여지므로 이 견해는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까지 확대해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미국 노동통계국의 공식 입장은 적어도 소매물가지수의 경우 품질변화 때문에 생기는 오차들은 서로 상쇄되는 것으로 본다.

물가지수에 또 다른 오차를 가져올 수 있는 원인은 바로 물가지수를 작성할 때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표시가격을 근거로 해서 계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상품이 매매되는 실제가격은 표시가격보다 더 자주 변동한다. 그러나 표시가격은 단지 흥정이 시작될 때의 기준가격만을 나타낸다.

즉 실제가격이라기보다는 판매자가 요구하는 가격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도매물가지수를 계산하는 일반적인 경우처럼 주로 우편으로 가격을 수집한다면 응답자들은 표시가격만을 제시할 것이고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물가지수가 실제보다 훨씬 더 안정된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물가지수 작성을 위해 보고되는 상품의 표시가격들에 비해 정부기관에서 구매하는 실제가격은 더 낮고, 보다 잦은 변동을 나타내며 변동폭도 더 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