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개요

이름은 양견(楊堅), 시호는 고조(高祖). 중국 남부에서 군웅할거하던 여러 왕조를 정복하고 300여 년에 걸친 혼란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중국대륙을 재통일했으며, 북방의 몽골족과 투르크족(돌궐)의 세력을 약화시켰다.

초기생애

문제는 남북조시대에 중국 북부 및 중부를 장악하고 있던 비(非)한족 왕조 밑에서 고관직을 지낸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선조가 이름 높은 비한족 가문과 결혼했기 때문에 문제의 가문은 혈연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외족의 가문과 섞여져 있었다. 13세까지 비구니에게서 양육되었고, 그뒤 한동안 귀족 자제를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당시의 젊은이들은 마술(馬術)·수렵·매사냥·궁술·무술 등에 열중했기 때문에 문제는 개략적인 역사지식, 작문실력, 일부 유교경전 지식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황위의 찬탈

그는 14세에 처음으로 북주(北周 557~581)의 비한족 세력가문인 우문(宇文)씨의 문하로 들어가 군사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후 급부상하여 소궁백(小宮伯)·대흥군공(大興郡公)에 봉해졌고, 수주자사(隋州刺使)·대장군(大將軍)에 임명되기도 했다. 우문씨 가문은 대단한 군사력을 발휘해 곧 중국 북부 전역을 장악하게 되었다. 문제는 북쪽 평원을 장악하고 있던 북제(北齊)를 정복하기 위한 전투에서 크게 활약했고, 북제를 복속시킨 뒤 그 지역의 총관(總管)을 맡아 군정을 담당했다. 이처럼 북주를 위해 공헌한 보상으로 그의 장녀를 북주 황태자[宣帝]에게 출가시키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580년 북주의 선제가 36세로 병사하자, 황위는 나이 어린 정제(靜帝)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정제의 정신상태가 이상해져 문제는 자신의 처, 한족 대신(大臣)인 정역(鄭譯), 유방(劉昉) 등의 측근과 함께 황위 찬탈을 모의했다. 580년 여름 그의 경쟁자들과 북주의 충신들이 여러 곳에서 군대를 일으켜 격렬히 저항했기 때문에 국면은 심각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들 저항세력들간의 불화와 우세한 군사력 및 행운에 힘입어 이들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581년 3월 4일 자립하여 개황(開皇)이라 개원(改元)하고 수나라를 창건했다.

문제는 그의 주변에 유능한 인재들을 불러모았는데, 그들 대부분이 외족과 피가 섞인 혈통의 후예들로서 문제와 가정배경이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초기에 벌인 대역사는 한조(漢朝)의 수도였던 장안(長安)의 동남쪽에 새 수도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중국 역사상 유례 없는 규모로 새 수도의 건설이 진행되었다.

그는 남북조시대의 허약한 통치구조를 일소하고 강력한 중앙정부를 건설하고 난징[南京]에서 정통성을 고집하고 있던 한인 왕조인 남조(南朝)의 진(陳)을 정벌, 중국을 재통일해 동아시아 전역에서 중국의 권위를 되찾을 계획이었다. 문제는 583년 반쯤만 건설된 새 수도로 옮겼고 그 즉시 원대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먼저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세습적으로 지방관직을 장악하고 있던 토착호족들을 황제권력에 순응하는 관리로 대체하려고 했으며, 이를 위해 호족세력의 세습적인 권리와 세력유지의 온상이었던 향관(鄕官)과 주관(州官)을 폐지했다.

또한 9품중정제(九品中正制)를 완전히 폐지하고, 시험과 추천에 의해 새로운 인재를 선택하는 과거제도를 도입했다. 관리임명권을 이부(吏部)에 귀속시키고, 관리가 자신의 출신지에서 봉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회피제'(回避制)를 시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다.

한편 문제는 강남 정복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세부적인 준비를 해나갔다.

수군(隋軍)은 수륙(水陸) 양면으로 8로(八路)로 나뉘어 진을 공격해 복속시켰다.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강남지역이 수조에 편입되었고, 문제가 착공한 대운하망에 의해 교통의 편의가 크게 도모되었다.

대외관계

중국 제국 밖의 동부와 서부에서 만만찮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투르크족에 대해서는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으나, 행운과 노력에 힘입어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투르크칸국에 내분이 일어나 동·서 투르크로 분열되어 그 세력이 약화되자 수는 603년에 투르크의 가장 중요한 지역인 투르키스탄과 몽골 지방을 공격해 그들의 세력을 분쇄시켰다. 베트남을 경략하려던 수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으나, 문제 치세 말기에 고구려와 일본은 동아시아에 신강대국이 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60세가 되던 해인 601년에 문제는 만족할 만한 정도의 굳건한 기틀을 확립했다.

제국은 재통일되어 화평을 구가했고, 백성들은 소출을 많이 내었고, 관리들은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발되어 빈번히 순환되고 끊임없는 감독을 받았다. 이렇게 관료제에 의해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던 관리들은 세금을 징수하면서 곡창이 가득 차 있는가를 검사했고, 각급 지방에서는 조칙(詔勅)을 충실히 이행하는가를 살폈다. 광대무변한 수도에는 인구가 점증했고, 귀족과 고관들의 대저택, 불교사원, 번창하는 시장 등이 즐비했다. 또 해외 각국으로부터 조공사절단들이 찾아와 수의 세력이 이웃국가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개인적으로 매우 불행했다.

나이 많은 처의 성화, 자식들과의 불화, 오랜 세월 자신을 따라다닌 측근들이 하나 둘 죽어가거나, 또 아내가 그들을 시기해 할 수 없이 면관(免官)시킨 일 등으로 문제는 깊은 죄의식과 까닭 모를 불안감에 빠져들었다. 이때문에 그는 마음의 평정을 위해 국교인 유교에 등을 돌리고 불교에 심취하게 되었다. 601년의 생일에 문제는 제국 내의 전역에서 불교의식을 개최하도록 했다. 주요도시와 성읍에는 불교사원이 세워졌고 황제 자신이 성스러운 유물을 항아리 속에 넣어 저명한 승려로 하여금 각 지방에 가져가 봉안하도록 조치했다.

제국 내에서 정한 똑같은 날에 그 유물들이 적절한 의식과 함께 불교사원에 안치되었다. 이같은 대규모의 공식적인 숭배행위를 벌임으로써 문제는 BC 3세기의 위대한 인도 황제인 아소카의 전철을 밟았다. 문제는 아소카 황제와 똑같은 의식을 행함으로써 두려움과 죄의식을 달래고, 과거를 반성함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얻고 내세에서의 자신을 생각하게 되었다. 604년 중국 역사상 위대한 한 시대가 문제의 병사(病死)로 막을 내렸다.

그의 아들이 황위를 계승하여 양제(煬帝)로 즉위했는데 아버지 문제를 독살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