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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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사회조직적인 발전. '미개'와 대응된다. 문명의 발전에 있어서 도시는 큰 역할을 했으며, 그중 기술의 발전은 현대문명을 구성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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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명과 도시
  2. 현대의 기술문명

'미개'와 대응하는 진보된 인간생활의 총체를 이른다. 라틴어의 'civis'(시민)와 'civitas'에서 유래한 바와 같이 특별히 도시문화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19세기말에 '문화'를 최초로 정의한 타일러(1832~1917)는, '문명'과 '문화'를 동일시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T. 홉스 등은 '문명'과 '사회'를 동일시하고 문명 이전을 무질서상태(자연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상태라고 부를 만한 무질서한 세계는 미개사회까지 포함, 인간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져 이 개념은 무너졌다. 고대의 여러 문명은 몇몇 지역에서 시기를 달리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BC 3500~3000년경, 인더스 강 유역에서는 BC 2500년경, 중국에서는 BC 1500년경에 각각 문명이 형성되었고 신대륙에서는 멕시코 계곡과 페루에서 기원 전후에 탄생했다. 신대륙의 문명은 구대륙의 문명과는 독립적으로 발생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고대문명이 발생한 이들 지역을 통해 농경의 발전에 따른 인구증가, 부의 축적, 직업의 분화, 도시의 형성, 치수, 토기·직물의 제작 등을 볼 수 있다.

고대의 이집트
고대의 이집트

문명과 도시

문명의 발전에 있어서 도시가 수행한 역할은 크다. V. G. 차일드는 도시가 문명의 기본적 요소임을 역설하고 신석기시대의 농경문화에서 문명에로의 추이를 '도시혁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도시는 문명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문명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그러나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의 저지대에 번창했던 올멕 문화(BC 800~300경)의 중심은 도시라기보다는 제사 중심지라고 해야 할 것이며 올멕 문화와 거의 같은 시기에 형성된 남아메리카의 차빈 문화에서도 도시의 발달은 미약하다. 그러므로 문명과 '도시성'(urbanism)을 동일시할 수는 없으나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명의 형성에 따라 도시가 발전하면 자연이 주는 위협에서 해방되어 생활이 보다 쾌적해지지만, 다른 한편 자연의 파괴도 진전된다. 고대도시 중에는 인구 1만~2만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고 하지만, 후대로 내려와서 예를 들면 16세기 서유럽의 도시는 그렇게 대규모였던 것은 아니며 2,000~2만 정도의 인구였다. 17세기에 와서 인구가 겨우 10만 이상 되는 도시가 출현한다. 고대문명에서도 도시는 저장·관개 등으로 많은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었지만 도시생활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적당한 요소를 초래하게 되었다. 교역, 채광, 군사활동, 성벽·도로·상수도·하수도의 건설, 신전 등의 웅장한 건축 등을 통해 고대도시는 환경을 대규모로 파괴·변형하게 되고, 그 진행방향이 현대도시의 모습을 향해갔다. 고대 로마의 하수도는 공중변소에 직결되어 테베레 강을 오염시켰다.

도시화가 진전될수록 자연이 주는 위협에서 해방되었지만 환경파괴 역시 심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분명히 문명의 발전, 도시화에 내포된 심각한 딜레마였다. 이와 같은 문명화·도시화에 따른 자연파괴는 19세기에 와서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심해졌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따른 기계화의 진전, 산업혁명 이후의 대량생산의 실현, 대공장의 건설로 환경파괴는 급속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석탄사용, 강철제조, 화학공장은 대기와 하천을 한층 더 오염시켰다. 이와 같이 문명 자체는 자연의 극복과정에서 발달했지만, 그 문명의 발달은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의 파괴·변형을 촉진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모순은 고대도시에서도 이미 나타났었지만, 현대에 와서 극단적인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공해).

현대의 기술문명

현대문명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기술문명을 생각하게 된다. 이 경우의 문명개념에는 2가지가 합류되어 있다. 하나는 독일계의 문화사회학자, 특히 M. 베버(1868~1958)가 제시한 문화에 대한 문명개념으로서, 문명이란 무한히 진보한다고 생각되었던 기술적인 여러 수단의 총체를 의미한다.

또하나는 민족문화에 대한 세계문화화로서, 문화가 대개의 경우 민족·언어·전통과 결합되어 있어서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없는 데 비해 문명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 보급되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국경을 넘어 퍼져가는 것을 M. 모스는 '문명현상'(fait de civilization)이라고 불렀다.

현대문명은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기계, 컴퓨터 시스템이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고 거기에 광범하고 조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기술환경'이라는 새로운 인간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과거의 문명과는 구별된다. 이 기술환경은 공장과 기업에서의 과학적 관리법,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 매스 미디어, 활발한 광고선전, 대량소비와 레저 등 '문명현상'의 집합이며 산업화된 제국 간에 국경을 넘어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서체제의 상위를 초월해 공통적이다. 그러므로 기술문명은 보편주의적이며, 세계를 일체화해가고 있다.

기술문명은 '문명현상'을 집적해감으로써 인류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이미 만들어냈다.

그러나 베르그송 이래 많은 사상가들이 논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대문명은 인간의 신체를 인공적으로 확장해 나간 것이며 영혼이 결여된 존재인 것같이 보인다. 문명의 개념은 프랑스의 백과전서파와 볼테르(1694~1778) 등이 진보의 관념에 입각한 정신적·인간적 자각을 내포한 것으로 제기한 것이므로, 현대문명의 문제를 생각하는 경우, 기술적 수단의 총체로서의 문명과 국경을 넘는 '문명현상'에 대해 고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