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릴리

릴리라는 이름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네덜란드 하를렘에서 공부하여 1637년 길드의 회원이 되었다. 1643년경에 영국으로 건너간 듯하며, 곧 왕실의 후원을 얻게 되어 찰스 1세와 요크 공 제임스의 초상화를 그렸다. 찰스 1세의 소장품 경매 때(1649~53) 그림들을 샀고, 1651년경에는 화이트 홀 벽장식을 국회에 건의했다. 미술품 감정가이기도 했으며 자신도 훌륭한 미술품 소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공화정시대와 왕정복고시대에 가장 훌륭한 초상화들을 그려냄으로써 전성기를 맞이했다. 1661년 그는 반 데이크가 그랬듯이 연간 200파운드 연금을 받았으며 1679년 기사작위를 받았다.

릴리는 반 데이크 이후 영국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숙련된 화가였다. 공화정시대에는 엄격한 청교도적 방식을 취했으나 왕정복고시대에 그린 여인 초상화들은 신비스런 채색과 노련한 비단 옷의 묘사, 주제를 감싸는 감각적인 나른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그 예로 왕실여인들을 그린 〈윈저가(家)의 미인들 The Windsor Beauties〉(1660경, 런던 햄프턴 궁)이라는 초상화 연작이 있다. 동시에 그리니치에서 초상화 연작 〈장군들 Admirals〉(1666~67)도 그렸는데 그중 가장 훌륭한 작품은 매우 남성적인 인물묘사가 두드러진다.

릴리의 후기 작품들은 양식적으로 타성에 젖어 활기가 없는 그림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