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스터블

감미롭고 격조높은 그의 음악은 유럽의 많은 동시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특히 마르탱 르 프랑은 〈귀부인들의 옹호자 Champion des dames〉(1440경)에서 그 시대의 유명한 작곡가인 기욤 뒤페와 기유 뱅슈아가 그렇게 탁월할 수 있었던 것은 던스터블의 '영국식 음악'에서 배운 덕분이라고 던스터블의 음악을 평가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422~35년 프랑스의 섭정이자 잔 다르크의 적이었던 베드퍼드 공작을 섬겼다. 그의 음악이 유럽에서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자신도 후원자인 베드퍼드 공작을 따라 프랑스로 간 듯하다. 던스터블의 묘비문에는 그가 음악뿐 아니라 수학과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고 적혀 있다.

유럽 음악에 끼친 던스터블의 영향은 흐르는 듯이 온화한 비대칭 리듬과 빼어난 화성을 들 수 있다. 대륙 음악이 보다 딱딱하고 불협화적이었던 반면 14세기 영국 음악은 6도와 3도에 기초한 꽉 차고 듣기 좋은 화성이 특징이었는데, 던스터블은 이러한 영국 음악 전통의 최고봉이었다. 미사곡, 모토, 세속적 노래 등 약 60여 곡을 남겼다.

이 작품들은 주로 세 성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의 미사곡 중 정선율(cantus firmus)이 놓인 테너 성부에는 대륙에서 주로 사용하는 동질서 리듬(isorhythm：곡 전체에 걸쳐 반복되는 리듬 연쇄로, 선율연쇄와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겹쳐짐)을 자주 이용했다.

많은 작품에서 테너 성부보다는 최고 성부인 소프라노 성부가 중심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최고 성부는 작곡이 자유롭고 영국에서 고안해낸 장식적인 정선율 변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몇 편의 모테토들은 2중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2개의 선율로 다성음악적으로 작곡하는 것을 말하며 테너 성부에는 단성성가 정선율이 놓이고 최고성부에서는 정선율에 대한 변주형태로 또다른 선율이 움직인다. 던스터블이 독창적으로 고안해낸 것으로 보이는 이런 구조는 후기 작곡가들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