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귀신

다른 표기 언어 鬼神

요약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된 그 어떤 상태를 가리킨다. 행복한 삶을 살고 편안한 죽음을 겪은 사람은 좋은 귀신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귀신이 될 수 있다. 특히 불행한 삶을 살고 잘못된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이한 객사·횡사·급사·아사·익사·참사 등의 경우에는 나쁜 귀신이 될 수 있다. 무속에는 무녀귀신·손각시·몽달귀신 등 여러 종류의 귀신 관념이 있다.
귀신을 막거나 내보내기 위한 여러 방책이 있는데, 첫째, 귀신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물로 위해를 막는 것이다. 귀신은 붉은색을 꺼린다 하여 황토를 뿌리고 팥죽을 쑤기도 한다. 둘째, 귀신을 위협하여 쫓아내려는 방법을 쓰는데, 특히 무속에서 발달하였다. 셋째, 귀신을 환대하고 공경하여 잘 달래서 떠나게 하는 방법이다.

귀신
귀신

인간의 행·불행을 가늠하는 여러 요인 중에는 인간의 의지로 예측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인간의 지식한계나 노력을 뛰어넘어 예측도 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전근대사회에 있어서 사람들은 그러한 불가해한 사실들에 대한 설명을 대개는 '귀신현상'에서 찾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여 인간의 문제들을 풀고자 노력했다.

그결과 우리 겨레는 귀신신앙과 많은 관련을 맺으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해왔다. 흔히 "귀신도 곡할 노릇이다", "귀신도 속이겠다", "귀신같이 잘한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경우에 막힌다", "귀신 듣는 데서는 떡 소리도 못한다", "귀신도 모르는 제사" 등의 속담이나 관용어가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귀신에 대한 관념이 한국인의 의식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민속상에는 "살아 있을 때는 사람이라 하지만, 죽어서는 귀신이라 부른다"는 말이 있다.

곧 귀신은 사람과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다만 사람이 죽어서 된 그 어떤 상태가 귀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 있는 사람도 저마다 성품과 능력이 다르듯이 귀신의 그것도 각각 다르다고 믿는다. 생전에 비교적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편안한 죽음을 겪은 사람은 죽어서도 좋은 귀신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귀신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좋은 귀신과도 일정한 관계를 갖지만, 느닷없는 화(禍)를 피하기 위해서 나쁜 귀신의 피해를 어떻게 막아내는가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

특히 불행한 삶을 살고 비정상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잘못된 죽음을 억울하고 갑작스럽게 맞이한 경우, 가령 객사(客死), 횡사(橫死), 급사(急死), 동사(凍死), 몰사(沒死), 분사(憤死), 아사(餓死), 압사(壓死), 오사(誤死), 요사(夭死), 액사(縊死), 익사(溺死), 분사(焚死), 참사(慘死), 그리고 미혼남녀의 죽음 등의 경우에는 나쁜 귀신이 될 수 있다.

이밖에도 무속에서는 무당 귀신인 무녀귀신, 처녀귀신인 손각시, 총각귀신인 몽달귀신, 간사한 여자귀신인 하리가망, 비명횡사한 영산, 죽어서 떠도는 남녀노소 귀신인 상문, 의지없이 떠도는 여자귀신인 말명, 악귀를 따라온 귀신인 수비 등 여러 종류의 귀신 관념이 있다.

결국 이런 귀신이 사람과 관계를 가지려 하면 할수록 사람에게는 불행이 초래된다.

그러나 모든 귀신이 그렇게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행복한 삶과 올바른 죽음을 겪은 귀신은 특히 후손을 중심으로 하여, 사람과 정상적인 관계를 지닌다. 이들 귀신은 진작 저승으로 무사히 잘 갔고, 기회가 있으면 사람들과 제사나 기타의 방법으로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올바른 의미에서 어엿한 조상이 된 것이다.

이렇게 귀신은 엄밀한 의미에서 주로 사령(死靈)을 뜻하지만, 더 넓게는 하늘·땅·산·물·바위 등의 자연이나, 호랑이·소·개·여우·닭 등의 동물이나, 둥구나무 등의 식물, 그리고 어떤 사물이나 질병조차도 상황에 따라서는 귀신이 될 수 있고, 또한 귀신이 그것에 붙을 수 있다고도 믿는다.

가령 마을을 보호해준다는 산신과 마을 입구의 장승, 솟대, 탑, 수구막이 선돌, 둥구나무, 그리고 집안의 여러 귀신들인 성주 조왕 터주 삼신 축신 등도 민속상의 중요한 귀신들이다. 또한 어떠한 일을 할 때에 귀신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길(吉)한 시간과 공간을 찾는다.

사령의 귀신이든, 어떤 사물과 자연의 귀신이든, 그들이 사람을 괴롭힌다고 판단되면 이를 막거나 내보내기 위한 여러 방책이 강구되는데, 민속상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방법들('뱅이')이 있게 된다.

첫째, 귀신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물로 위해를 막는 것이다. 귀신은 붉은색을 꺼린다 하여 황토를 뿌리고 팥죽을 쑤기도 하며, 피를 바르기도 한다. 곧 디딜방아를 거꾸로 세우고 여기에 월경혈이 묻은 여자 속곳을 씌우면 돌림병이 달아나고, 개피와 닭피도 귀신을 쫓는 데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뭇가지나 가시 많은 엄나루 가지를 사용한다.

둘째, 귀신을 위협하여 쫓아내려는 방법을 쓴다. 이 때문에 귀신을 위협하여 구축하는 방법은, 특히 무속을 중심으로 많이 발달하였다.

예컨대 무당이 삼지창으로 병자의 환부(患部)를 찌르는 행위를 하면서 "썩 빨리 나가라!"라고 협박을 하든지, 바가지에 여러 음식물을 조금씩 담고 그것을 환자의 머리 위로 빙빙 돌리면서 "무엇을 먹고 싶은 귀신인지, 이것이라도 빨리 먹고 물러가라!"고 소리친다. 셋째, 귀신을 환대하고 공경하여 잘 달래서 떠나게 하는 방법이다.

가령 마마신이 와서 아이가 병을 앓게 되면, 이 마마손님을 노하지 않도록 잘 보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손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음식물이 차려지고, 이 잔치상에 엎드려 절하고 기도하고 노래한다. 또한 손님에게는 수시로 여러 선물이 바쳐지며, 보낼 때에도 성대한 잔치로서 배웅을 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그들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귀신들과 정상적이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인간의 행복을 보장받으려 했고, 바로 이점 때문에 민속상의 다양한 귀신관념과 그와의 관계설정에 대한 여러 방법이 생기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