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극

전형적인 가면극은 무대의상을 입고 가면을 쓴 동성의 사람들이 한 무리가 되어, 횃불을 든 사람과 함께 사교 모임에 나타나 손님들과 더불어 춤추고 담화하는 것이었다.

가면극

가면극은 단순히 그런 사람들이 연회주최자의 소개를 받고 행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짤막한 서정적 드라마로서 가면을 쓴 배우들의 등장을 알리는 정교하게 꾸며진 쇼일 수도 있었다. 화려한 춤을 추기 위해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들은 고별을 알리는 말과 노래가 나오면서 다시 무대로 올라갈 때까지 손님들과 함께 주연을 즐겼다. 가면극이 다루는 드라마의 주제는 신화적이거나 우화적 또는 상징적인 것이며, 그 사교 모임의 주인인 귀족 또는 왕족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장 또는 무언극으로 알려진 원시시대의 종교의식이나 민속의식에서 유래하는 가면극은 유럽 전역에 걸쳐 왕족을 위한 여러 가지 이름의 매우 우아한 궁정연회로 발전해갔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서는 로렌초 디 메디치의 후원으로 노래와 춤, 무대장치나 설비를 강조하는 막간극(intermezzo)이 유명해졌다. 아무리 문학적 성격을 띤다 하더라도 막간에는 변함없이 손님이 배우와 뒤섞여 돌아가는 춤과 가장무도회가 포함되기 마련이었다. 비극적 형식인 개선식(triumph)도 그러한 이탈리아의 궁정가면극에서 유래한 것으로, 프랑스로 건너가서는 궁정 발레(ballet de cour)와 더 호화로운 가장행렬이 되었다.

16세기에는 유럽 대륙의 가면극이 튜더 왕조 때 영국으로 건너갔고 왕 앞에서 공연되는 궁정연희로 발전해갔다. 영국의 가면극은 화려한 의상, 무대 위나 무대 밖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정교한 기계장치가 되어 있는 화려한 배경, 함축적인 풍유시 등이 특징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재위시 가면극은 궁전에서, 그리고 여왕이 여름에 영국 전역을 순회여행 할 때 여왕에게 헌정하는 뜻으로 공연되었다.

스튜어트 왕조시대에 벤 존슨이 궁정시인으로 일하면서 가면극은 그 절정에 이르렀다. 존슨은 가면극 형식에 문학적·사회적 영향력을 가미했다. 존슨과 무대미술가인 이니고 존스는 1605~34년까지 함께 일하며 최초의 우수한 가면극들을 많이 만들었다. 존슨은 막간의 광대놀이(antimasque, antemasque, false masque, antic masque)를 만들어냈고 1609년 처음으로 그것을 무대에 올렸다. 이 광대놀이는 본격적인 가면극이 시작되기 전에 공연되었고, 다음에 이어질 가면극이 지니고 있는 우아함과 대조되는 기괴한 요소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후에 가면극은 오페라로 발전했고 막간의 광대놀이는 주로 광대극과 무언극으로 발전했다. 존슨이 은퇴한 뒤 가면극은 그 문학적 가치를 상실하고 주로 눈요깃거리로 바뀌어갔다. 영국의 가면극은 청교도혁명이 시작되면서 중단되었고, 그후 다시 공연되기는 했지만 결코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가면극은 본격적인 연극 역사의 한 부분으로 취급되지는 못하지만 발레와 오페라, 무언극에 끼친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