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

페니실린

[ penicillin ]

페니실린(penicillin)은 흔히 인류 최초의 항생제라 불리는데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여 삼투압에 덜 안정된 막을 외부로 노출시켜 세균을 사멸하는 β-락탐(lactam) 계열의 항생제이다.

미생물학자인 플레밍(Alexander Fleming, 1881~1955)이 1928년 런던에 위치한 세인트 메리(St. Mary) 병원에서 페니실리움 노타툼(P. notatum) 균주로부터 항생 작용이 있음을 발견하였는데, 해당 균주가 페니실리움(Penicillium) 속에 속하여 해당 곰팡이가 만들어낸 항생 작용 물질을 페니실린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페니실린은 원소 구조 분석 결과, 하나가 아니라 여러 종류임이 확인되었는데, 모두 동일하게 락탐 구조(6-aminopenicillanic acid)를 갖지만 곁가지가 다르고 곧 배지에 어떤 종류의 전구 물질이 있는가에 따라 생합성 과정이 달라져 다양한 종류의 페니실린이 발효를 통해 얻어진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페니실린 내 곁가지의 종류에 따라 항균 범위, 위산에 대한 안정성, 세균의 분해 효소에 대한 감수성 등이 달라지고, 실제로 영국에서 배지 표면 위에 발효하여 얻은 것은 페니실린 F였고, 기내 배양을 통해 얻은 것은 페니실린 G였다.

페니실린은 가장 광범위하게 효과를 나타내면서 동시에 가장 독성이 적은 약물로 분류된다. 몇 가지 부작용이 알려져 있지만 부작용보다 더 큰 문제는 내성, 저항성을 가진 세균의 발생인데, 이로 인해 점차 사용이 제한되는 추세이다. 페니실린의 발견과 제조에 대한 공로로 플레밍과 플로리(Howard W. Florey, 1898~1868), 그리고 체인(Ernst B. Chain, 1906~1979)은 1945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였다.

페니실린 G
이름 Penicillin G, Benzylpenicillin, Pfizerpen
CAS 번호 61-33-6, 69-57-8(sodium salt)
분자식 C16H18N2O4S
분자량 334.39 g·mol−1

페니실린의 일반적 구조와 페니실린 G의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목차

배경

플레밍이 1928년 런던의 세인트 메리(St. Mary) 병원에서 발견한 곰팡이의 항생 작용은 1929년 영국 실험 병리학지(British Journal of Experimental Pathology)에 실리는데, 해당 논문은 1940년 옥스퍼드 대학의 병리학자였던 플로리와 그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체인의 주목을 끌었다. 그들은 치사량의 악성 연쇄상 구균을 쥐에 주입 후 페니실린의 효과를 검증하였는데, 페니실린이 투여되지 않은 쥐들, 즉 대조군은 18시간 이내 모두 죽었지만 페니실린이 투여된 쥐들은 살아남았다. 이러한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플로리는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당시 2차 세계대전 중이라 영국 정부나 영국 내 회사로부터 관련 연구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유로 플로리와 그의 동료 히틀리는 미국에서 조력자를 찾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미 정부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미 군인들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치명적 외상보다는 그로 인해 유발된 감염으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미국 농무부를 통해 플로리의 연구를 지원하였다.

페니실린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배양 방법을 연구하여 표면 대신 배지 속에 잠기도록 한 배양 방법을 알아내었고, 또한 미국 내 지역 주민의 도움을 통해 페니실리움 속의 항생 역가가 높은 균주를 찾아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발견과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생산량이 증대되어 1944년 6월 노르망디 작전 때는 페니실린 제조 업체들이 매달 천 억 단위(unit)의 페니실린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처럼 페니실린의 항생 작용을 처음 발견하고 이를 산업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과학자들은 모두 영국인 과학자였지만,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을 통해 실제로 경제적 이득을 본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그 이유는 페니실린의 합성은 균주의 생합성으로 얻는데 항생 역가가 높은 균주를 미국에서 발견하여 균주에 대한 특허를 미국이 보유했기 때문에, 영국이 이 균주를 사용하려면 기술료를 지불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자극을 받은 영국의 제약회사 글락소(Glaxo)는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는 그램 음성의 균주에도 약리 효과(세포벽 억제)를 보이는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 항생제를 최초로 생산하게 된다.

세팔로스포린의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작용기전 및 내성, 부작용

세포벽은 포유 동물 세포가 갖지 않는 구조로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으로 불리는 중합체로 트랜스글루코시데이스(transglucosidase)를 통해 아미노당인 N-아세틸글루코스아민(N-acetylglucosamine)과 N-아세틸뮤람산(N-acetylmuramic acid)이 반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펩티도글리칸 사슬 사이에 세균의 세포막 단백질인 트랜스펩티데이스(transpeptidase)에 의한 교차 결합 또는 가교가 형성되는데, 페니실린은 바로 트랜스펩티데이스의 기능을 억제하여 교차 형성을 막아 세균이 삼투압을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된다.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은 자연적 내성과 획득 내성으로 구분지어 볼 수 있는데, 내성 플라스미드(plasmid)의 획득을 통한 세균의 페니실린 내성은 아래의 특성 중 하나 이상을 갖는다.

  • 베타-락타메이스(β-lactamase) 활성: 앞서 설명했던 대로 페니실린은 β-락탐 구조의 항생제이다. 균 내 β-lactamase는 락탐 구조를 가수분해하는 효소로, 균 내로 투입된 페니실린이 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원하는 약리 작용이 발현되지 못한다.
  • 페니실린 결합 단백질에 도달하지 못하는 요인: 세포막 단백질인 트랜스펩티데이스(transpeptidase)처럼 페니실린과 결합하는 단백질을 페니실린 결합단백질(PBPs)이라 부른다. 구조 변이에 따른 외측 세포막을 통한 항생제 침투가 감소하거나 균이 갖는 단백질에 의해 세포 내 페니실린이 세포 밖으로 유출이 되는데, 이로 인한 농도 감소로 약리 작용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
  • 페니실린 결합단백질의 구조 변화: 변이에 따른 해당 단백질의 변성으로 활성 부위가 변화하여 페니실린이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여 약리 작용이 발현되지 못한다.

페니실린은 가장 독성이 작은 약물이긴 하지만 몇 가지 부작용이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과민 반응인데,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주된 인자는 약리 작용 대사 산물인 페니실로산(penicilloic acid)으로 단백질과 작용하여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헵틴(hapten)으로 작용한다.

유발되는 과민 반응으로 반점구진성 발진, 혈관 부종 그리고 아낙필락시스 등이 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장내 미생물의 정상적인 균형이 깨져 발생하는 설사인데, 이는 다수의 항생제가 갖는 흔한 부작용이다.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는 급성 간질성 신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혈중 농도가 높게 투여되면 신경 조직을 자극하고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특히 뇌전증 환자에게 위험하다.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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