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대기

고층대기

[ upper atmosphere ]

학자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기상학 분야에서는 대기권 가운데 대류권(troposphere) 위에 위치하는 성층권(stratosphere), 중간권(mesosphere), 열권(thermosphere)을 고층대기라고 한다(그림 1 참조). 일부 학자들, 특히 우주 과학자들은 성층권중간권을 중층 대기로 구분하여 열권과 달리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전리된 물질이 존재하여 전기장과 자기장이 운동 역학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역으로 고층대기를 정의하기도 한다. 고층대기의 구조적 특징은 고위도로 갈수록 복잡하게 나타난다. 태양 활동이 자기권과 전리권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고층대기의 존재는 오래 전에 오로라 현상으로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고층대기에 관한 본겨적 연구는 단파 통신과 인공위성 발사와 더불어 우주과학이 발전하면서야 시작되었다. 지표면과 가까운 대기와 비교하면 고층대기는 거의 진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층대기의 밀도는 인공위성 궤도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항력(drag)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태양극대기(solar maximum) 등 태양활동이 활발할 때는 고층대기의 밀도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인공위성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하고 무선 통신을 방해하기도 하기 때문에, 고층대기 연구는 현대에 들어서면서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가 큰 문제가 되면서 대류권 등의 저층대기의 역학과 진화에 고층대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지구 온난화가 고층대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중간권과 열권 하부 지역은 지표에서 상당히 멀지만 인류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중간권 및 열권 하부에 해당하는 고층대기의 기온이 낮아지는 냉각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영역의 고층대기로 전파된 온실기체의 증가가 장파 복사량을 증가시켜 복사냉각 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1. 대기권의 고도에 따른 기온 변화. 대기권은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출처: 장헌영/이지원/한국천문학회)

목차

고층대기의 권역별 특징

성층권

성층권은 1902년 프랑스 대기과학자 드보르(Léon Teisserenc de Bort)와 독일 대기과학자 아스만(Richard Assmann)이 처음 발견하였다. 이들은 고도 11-14km 에서 기온이 거의 일정하므로 그 아래의 대류권과는 성질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성층권의 고도는 평균적으로 대략 10km에서 50km 사이이며, 지표면 온도가 낮은 극 지역에서는 성층권의 고도가 낮고 적도 지역에서는 높다. 적도 지역에서는 20km에서, 중위도 지역에서는 10km에서, 그리고 극 지역에서는 7km고도에서 시작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오존이 흡수하여 가열되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흡수하는 오존이 밀집되어 있는 고도 25km 부근을 오존층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온도 분포 때문에 대류권과 반대로 성층권은 열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온도는 평균적으로 대류권 근처에서는 -51@@NAMATH_INLINE@@ \rm ^\circ C@@NAMATH_INLINE@@이고 중간권 근처에서는 -15°C이다. 성층권의 온도는 또한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밤낮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오존층은 프랑스 물리학자 패브리(Charles Fabry)와 뷔슨(Henri Buisson)이 1953년에 발견하였고, 영국 물리학자 채프만(Sydney Chapman)은 성층권 오존의 기원과 성층권 내에서 오존이 어떻게 열을 발생시키는지 설명하였다. 산소 분자가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에 의해 산소 원자로 분해되는데 이 때 발생한 산소 원자가 다시 산소 분자와 결합하여 성층권 오존이 생성된다. 자외선은 오존을 분해해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두 반응이 오존-산소 순환 반응을 구성하여 오존이 일정량을 유지하게 된다. 오존층의 오존의 양이 감소하면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이 증가하여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킬 수 있어 지구 열수지에 변화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오존층의 오존이 감소하면 성층권의 기온도 내려가게 되는데 이로 대기대순환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성층권은 열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에 대류가 일어나지 않지만 수평 혼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성층권에서는 전반적으로 브루어-돕슨 순환(Brewer-Dobson circulation)이라고 알려진 열대 지역에서 극 지역까지 걸친 단일 세포 순환이 일어난다. 이 순환은 서쪽으로 진행하는 로스비-파 펌핑(Rossby-wave pumping)이라는 현상에 의해 유도되는 열대지역 상승에 의해 만들어진다.

열대 성층권에서는 동풍과 서풍 사이의 적도대 바람이 28개월 정도의 주기로 바뀌는 준격년진동(Quasi-Biennial Oscillation, QBO) 현상이 나타난다. QBO에 의한 2차 순환은 성층권의 오존, 수증기 등의 혼합, 몬순 강수량 등에 영향을 주어 성층권 기온 상승, 대서양 제트류 등을 야기해 미국과 북유럽의 기후에도 큰 영향을 준다. QBO는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의 발생 시기와 발생 빈도에도 영향을 주고 엘리뇨 남방 진동(El Niño–Southern Oscillation, ENSO))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간권

중간권의 고도는 평균적으로 대략 50km에서 80km 사이이며, 고도가 증가할수록 기온이 낮아진다. 중간권의 경계와 온도는 계절과 위도에 따라 달라진다. 중간권은 특별한 에너지원이 없고 이산화탄소에 의한 복사 냉각 때문에 고도에 따라 온도가 낮아진다.

중간권의 가장 꼭대기는 지구 대기 중 온도가 가장 낮은 곳에 해당하며 기온은 약 -143°C이다. 중간권과 열권의 경계인 중간권계면은 난류에 의한 혼합이 지배적인 대기의 경계를 나타내는 터보권계면(turbopause)에 해당한다. 즉, 중간권계면 아래는 난기류에 의해 여러 종류의 기체가 혼합된 균질권(homesphere)이고 대략적으로 열권에 해당하는 비균질권(heterosphere)에서는 분자 확산에 의한 영향 때문에 기체가 분자량에 따라 균질하지 않게 분포한다.

중간권은 전리권(ionosphere) 가운데 D층이 위치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류권이 아닌 중간권 고도 76-85 km에서 야광운(Noctilucent clouds)과 대기광(airglow)이 나타나기도 한다. 야광운은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 있지만 구름이 여전히 태양빛을 받고 있는 천문박명(astronomical twilight) 동안 관측되는 현상이다. 야광운은 위도 50-70 °에서 주로 관측되며 여름철에(북반구 기준으로는 하지날 전후 한달 가량) 가장 자주 관찰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메테인(Methane, @@NAMATH_INLINE@@ \rm CH_4@@NAMATH_INLINE@@) 분자가 중간권으로 올라가 추가로 수증기를 만들어 생성한다고 한다. 여름에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만 생성된다는 점에서 상층 대기 변화의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이드로 생각할 수 있다. 대기광은 방출 스펙트럼이 오로라와 유사하지만 극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오로라와 달리 모든 위도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 대기광은 지구 밖에서 볼 때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지구 코로나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적난운 등에서 발생하는 번개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짧게 일어나는 번개를 의미하는 순간야광(transient luminous event, TLE)이 발생하기도 한다(그림 2 참조).

민간 우주 관광의 시대가 다가 오면서 이 경계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항공기와 우주선에 적용되는 국제 조약이 다르기 때문에 지구의 대기권과 우주 공간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시도에 해당하는 것이 칼만선(Karman line)이다. 칼만(Theodore von Karman)은 비행기가 날 수 있는 대기의 한계 고도를 계산하여 83.6 km가 그 한계라고 생각했다. 이 고도에서는 양력을 얻기 위해 궤도 속도보다 빨리 날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통일된 명확한 경계가 없는 상황이지만 대략 중간권계면 정도를 그 경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림 2. 순간야광. 다양한 순간야광 현상들이 제시되어 있다.()

열권

열권은 고도가 80km이상인 영역으로서 지구의 대기권 가운데 밀도가 가장 낮고 온도가 가장 높은 층이다. 고도가 200-300km보다 낮은 열권 하층에서는 온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그 이후로는 온도가 완만하게 증가한다.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을 열권에 있는 질소나 산소 원자가 흡수하기 때문에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증가한다. 태양 활동성은 열권의 기온에 영향을 많이 준다. 예를 들어 열권의 온도는 낮이 밤보다 약 200 °C 더 높은데,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약 500°C 더 높다. 태양의 활동에 따라 극대기 때 열권은 가열되어 팽창하기도 하고 반대로 극소기 때 수축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에 근거해서 열권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양을 이용한 태양 활동성 감시 지수가 제안되었다. NASA의 TIMED 위성에 탑재된 SABER에서 측정한 값으로, 이것을 Thermosphere Climate Index(TCI) 부른다.

대기의 밀도는 고도 0km에서 100km 구간에서 백만배 정도 작아지고, 100km부터 500km 구간에서 100,000배 작아지며, 500km에서 1000km 구간에서는 100배 정도만 작아진다. 열권에서 밀도가 이렇듯 느리게 감소하는 것은 평균 분자량의 감소와 온도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다. 기체 확산에 의한 평균 분자량의 감소는 열권 상부의 등온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온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경계를 열권계면이라고 한다. 태양의 활동성에 따라 250 km에서 500 km 까지 변한다. 열권계면 이상 고도에서 대기의 온도는 300 °C에서 1600 °C 정도로 일정한 층이 유지된다. 평균자유경로(mean free path)가 수백 km혹은 그 이상이 되어 실질적으로 입자의 충돌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고도에서 외기권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곳부터는 운동 온도라든지, 유체역학적 법칙들이 소용없게 되는데, 열권계면의 온도에 따라 외기권(exosphere) 은 350km 혹은 800km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열권에서는 태양의 자외선과 엑스선에 의해 중성 기체가 전리되는데, 대기의 밀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중성 기체 입자와 전리된 기체 입자들이 서로 충돌할 확률이 매우 낮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 중성 기체와 전리된 기체들이 독립적으로 운동한다. 전리권 가운데 E층과 F층이 열권에 위치한다.

출현시기, 위도와 종류에 따라 오로라가 나타나는 고도가 다르지만 주로 80- 수백km에서 발생한다. 100-250km 사이에 산소 원자는 가장 일반적인 초록빛으로 빛나며, 250km 이상의 고층에서는 주로 적색으로 빛난다. 적색 오로라는 초록색 오로라보다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므로 상대적으로 멀리서 관측된다.

그림 3. 성층권과 중간권 경계에 걸쳐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주왕복선 엔데버. 사진에서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곳이 대류권이고, 하얗게 보이는 층이 성층권이고, 파랗게 보이는 층이 중간권이다. 궤도선의 실제 고도는 열권에 해당한다.(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