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고

라이고

[ LIGO ]

라이고(LIGO)는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를 줄인 말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와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이 공동으로 개발한 레이저를 이용한 중력파 검출기를 말한다(그림 1). 레이저가 통과하는 4km 길이의 팔이 'ㄴ'(니은)자 형태이다. 라이고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Livingston)과 워싱턴주 핸포드(Hanford)에 각각 한 기씩 설치되어 있다. 각 팔의 끝에는 거울이 설치되어서 중력파가 지나갈 경우 생기는 팔의 길이를 간섭현상을 이용하여 레이저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식이다(그림 2). 중력파에 의한 거리 변화는 매우 작으므로 라이고는 4km 떨어진 거울까지의 거리를 원자 크기의 2억분 1보다 작은 정밀도로 측정한다. 2002년 실험이 시작된 라이고는 마침내 2015년 9월 14일 두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방출한 중력파를 최초로 검출하여 1915년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였다.

그림 1. 라이고 중력파 관측소 : 위(리빙스턴), 아래(핸포드)(출처: 라이고 과학협력단(public license)/ 수정: 오정근)

목차

라이고의 작동 원리

레이저 간섭계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마이켈슨 간섭계(Michelson interferometer)의 원리와 동일하다. 기본적인 간섭의 원리는 동일위상에서 중첩된 빛은 보강간섭(constructive interference)을, 반대위상에서 중첩된 빛은 상쇄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입사된 빛이 빛분배기(beam splitter)를 통과해 절반씩 양쪽 팔로 분배가 되고 팔 끝에 놓여진 거울에 반사되어 돌아와 합쳐지는 지점에서 상쇄간섭이 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이때 만약 중력파가 지나가서 팔 주변의 시공간이 진동을 하게 되면 한쪽 팔이 길어질때 다른쪽 팔이 짧아지는 효과가 생겨나 두 빛이 경로차이를 만들게 된다. 그때 간섭이 일어난 곳에서는 상쇄간섭이 보강간섭으로 바뀌게 된다. 이 중력파에 의한 시공간의 진동이 빠르게 일어나면 간섭이 보강-상쇄를 반복하면서 빛나게 되어 이로써 중력파가 지나갔음을 알 수 있다.

그림 2. 레이저 간섭계의 원리(출처: )

라이고의 시작

중력파 연구자들은 1970년대에 웨버(Joseph Weber)의 바 검출기의 한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의 검출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미 1960년대에 러시아의 게르첸슈타인(M. E. Gertsenshtein)과 푸스토보이트(V. I. Pustovoid)는 마이켈슨의 간섭계를 응용한 방식의 장치로 중력파의 측정가능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본격적인 레이저 간섭계 장치를 연구하기 시작한 이는 MIT의 바이스(Rainer Weiss), 글래스고 대학의 드레버(Ronald Drever)와 휴(James Hough) 등이었다. 이 연구는 MIT와 글래스고 대학 등지에서 이루어 졌는데,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의 간섭계 모형이 만들어지며 타당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바이스는 1974년 보고서에서 레이저 간섭계가 가지는 잡음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훗날 라이고 제안서의 기초가 되었다. 드레버는 마이켈슨 형태의 간섭계 모형을 개선한 파브리-페로(Fabry-Perot) 형태의 간섭계에 대한 연구와 레이저의 안정화 기법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하여 '파운드-드레버-홀 기법(Pound-Drever-Hall technique)'을 개발하였다. 이후 손(Kip S. Thorne)에 의해 Caltech으로 스카우트 되어 MIT와 함께 '라이고' 프로젝트의 설립을 도왔다. 손은 이론가여서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목표로 삼아야 하는 중성자별 충돌, 블랙홀 등에 대한 연구와 검출비율, 파형모델, 신호추출의 방법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 레이저 간섭계가 진정으로 가능한 프로젝트임을 확신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렇게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세 사람은 '라이고' 프로젝트를 미국과학재단에 제안하게 되며, 1991년 의회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라이고 실험이 시작되었다. '라이고'는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의 핸포드 2곳에 각각 팔길이 4km를 가지는 대형 간섭계로 건설되었다. 2002년에 완공되어 과학가동(Science Run)이 시작되었다.

세 사람의 설립자를 대행해서 라이고의 책임자로 임명된 배리시(Barry C. Barish)는 1994년 부터 2005년까지 라이고의 초기 건설, 라이고 조립과 시험가동, 라이고 조직의 운영 등을 맡아 라이고 프로젝트가 오늘날의 국제 프로젝트로 안정궤도에 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라이고 과학협력단(LIGO Scientific Collaboration)은 2017년 현재 약 1400여명, 70여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거대 프로젝트이며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도 참여하고 있다.

2002년~2010년: 초기 라이고

라이고 실험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를 초기라이고(iLIGO, initial LIGO)의 시기로 부른다. 2005년에 비로소 설계감도에 도달하였으며 총 다섯차례의 과학가동이 수행되었다. 2007년경 시기에 유럽의 중력파 검출기인 비르고(Virgo)도 가세하여 최초의 삼중관측(triple observation)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약 1년 6개월가량의 정비와 소소한 업그레이드가 진행된 2009년에서 2010년까지를 향상된 라이고(eLIGO, enhanced LIGO)의 시기로 구분한다. 본격적인 과학가동이 시작된 시기이다. 총 여섯차례의 과학가동을 수행한 라이고는 중력파 검출에 성공하지 못한채 가동을 종료하였고, 5년간 업그레이드 과정에 들어갔다.

고급 라이고와 최초의 중력파

감도가 10배 가량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 고급 라이고(aLIGO, advanced LIGO)는 2015년 9월 14일 공식가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6시 51분(한국시간)에 짧은 중력파 신호가 포착되었다(그림 3, GW150914). 약 6개월간의 데이터 분석과 검증의 과정을 거쳐 2016년 2월 11일 자정(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언론 기자클럽에서 중력파의 검출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약 13억광년 남반구 우주에서 발생한 36배, 29배의 태양질량을 가진 두 블랙홀이 충돌 병합하면서 발생한 중력파 신호였다. 이 두 블랙홀은 병합하면서 태양질량의 약 3배의 에너지를 중력파로 방출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림3. GW150914 중력파의 파형. 데이터 그리고 처프신호를 보여주는 스펙트로그램(출처: 라이고 과학협력단 / )

이후 고급 라이고는 블랙홀 쌍성 병합으로부터 발생한 중력파를 총 4 경우 더 발견하였다. 2017년 8월 1일 역시 업그레이드 과정을 마친 유럽의 고급 비르고가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4일뒤 2017년 8월 14일 최초로 라이고 2대와 비르고 한대가 가세하여 블랙홀 쌍성 병합 이벤트가 관측되었다. 2017년 8월 17일에는 1억 3천만 광년 떨어진 바다뱀자리 근방의 타원은하인 NGC4993 근처에서 충돌한 중성자별 쌍성 병합에서 발생한 중력파 신호가 약 100초간 포착되었다(그림 4. GW170817). 이 신호 1.7초뒤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에서 2초가량의 짧은감마선폭발체가 관측되었다. 11시간뒤부터 전세계의 광학천문대에서 NGC4993 근처에서 발생한 킬로노바(kilonova) 현상을 촬영하였다. 그리고 이후 적외선, 자외선이 포착되었고, 9일후에는 찬드라 위성이 엑스선에서 관측하였으며, 16일 뒤 전파방출이 포착되었다. 짧은감마선폭발체와 킬로노바가 중성자별 충돌에서 야기된 것임이 입증된 관측이었다.

그림4. GW170817 인포그래픽: 중성자별 충돌에서 전자기파 후속관측 과정(출처: 라이고 과학협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