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

급팽창

[ inflation ]

급팽창(inflation)은 초기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속 팽창을 말한다. 경제학의 인플레이션처럼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여 공간의 물질의 밀도가 극히 작아지며 우주의 온도는 매우 낮아지게 된다. 우주가 급격하게 팽창하게 되면서 표준빅뱅우주모형에 존재하는 지평선문제, 평탄성문제들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양자요동을 통하여 물질의 비등방성을 생성함으로써 우주거대구조 형성의 모태가 되고 우주배경복사에 존재하는 온도의 비등방성을 설명할 수 있다. 급팽창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을 찾기 위하여 많은 급팽창모형이 제안되어졌으며,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 등으로 검증되고 있다.

목차

표준빅뱅우주모형의 문제들

팽창하는 우주의 물리적 특성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으로부터 잘 설명할 수 있으며 이것을 표준빅뱅우주모형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복사나 물질로 이루어진 표준모형의 우주는 그 팽창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감속팽창을 하게 된다. 초기우주의 아주 뜨거운 복사지배시대로부터 우주의 팽창으로 인하여 우주는 점점 차가워지고 결국 물질지배시대에 이르게 된다. 이 표준모형은 우주의 팽창과 그에 따른 우주배경복사를 설명하고 가벼운 원자핵의 양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지평선 문제, 평탄성 문제, 자기홀극 문제와 같은 초기조건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지평선 문제(horizon problem)

팽창하는 우주 모형에서 우주는 유한한 과거를 가지게 된다. 우주의 시작으로부터 빛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유한하다는 것이다. 즉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의 상호작용은 초기우주부터 현재까지 빛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관측에 의하면, 그보다 훨씬 큰 거리에서 물질의 분포나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분포가 십만분의 일 이내에서 거의 같은 값을 가지고 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는 두 지점이 왜 같은 밀도와 온도를 가지는가, 이것을 지평선문제라고 한다.

평탄성 문제(flatness problem)

감속팽창하는 표준 빅뱅모형에서는 우주의 팽창으로 인하여 공간이 휘어지게 된다. 하지만 관측에 따르면 현재의 우주는 아주 평탄하게 보인다. 따라서 초기우주에서는 그 평탄성의 정도가 현재보다 훨씬 큰, 즉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평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 처음부터 이 정도로 정확하게 우주가 평탄한 것인가에 대하여 과학자들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를 평탄성문제라고 부른다.

자기홀극 문제(magnetic monopole problem)

자기홀극은 초기우주에서 생성될 수 있는 위상결함(topological defect) 중 하나이다. 입자물리의 대통일장 이론에서는 자발적인 대칭성의 붕괴의 결과로 자기홀극이 생성되는데 이것은 자기홀극이 검출되지 않는 현재 관측 결과와 어긋난다. 이를 자기홀극 문제라 한다.

이론적 모형

급팽창 이전에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열적평형상태에 있던 공간은 급팽창 기간 동안의 가속팽창으로 인하여 아주 멀리 떨어지게 된다. 급팽창이 끝난 이후에 두 지점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나, 급팽창 이전에 가졌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같은 밀도와 온도를 가질 수 있다. 즉 지평선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또한 가속팽창으로 우주의 크기가 아주 커지면서 우주는 아주 평탄해지기 때문에 급팽창 이전에 우주가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급팽창을 통하여 우주는 매우 평탄하게 바뀌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평탄성의 문제도 설명이 된다. 급팽창을 통하여 이전에 존재하였던 물질들은 모두 사라지고 급팽창이 끝난 후 재가열의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가벼운 물질들이 생겨서 다시 뜨거운 우주가 된다. 따라서 자기홀극과 같이 원하지 않는 물질들이 모두 사라지게 됨으로써 자기홀극 문제도 해결된다. 초기우주에서 가속팽창의 가능성은 1978년 브라우트(Robert Brout), 잉글러트(Francois Englert), 귄지그(Edgard Gunzig), 1979년 스타로빈스키(Alexei Starobinsky, 1980년 카자나스(Demosthenes Kazanas), 1981년 사토(Katsuhiko Sato) 등의 학자들에 의하여 제기되었으며 구스(Alan Guth)가 제안한 1980년의 구급팽창(old inflation) 모형 이후에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된다.

스타로빈스키 급팽창(Starobinsky inflation)

스타로빈스키는 중력의 양자효과에 의하여 곡률의 제곱항이 나타날 수 있음에 주목을 하였고, 이 항이 클 때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이것이 스타로빈스키 급팽창이다.

구 급팽창(old inflation)

구스의 모형은 구급팽창이라고 불리는데 초기에 우주는 뜨거운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한다. 예로 들어 대통일장이론에서 상전이가 일어날 때, 스칼라 장이 잠시 동안 준안정적인(metastable) 가짜 진공(false vacuum) 상태에 머무른다. 이 시기동안 우주에는 급팽창이 일어나며, 우주는 지수적인 팽창을 하게 된다. 곧 준안정적인 상태의 진공은 터널링 효과에 의하여 더 낮은 상태의 진짜 진공으로 변하고 급팽창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구스가 자신의 논문에 밝힌 바와 같이 이 모형은 급팽창이 끝난 우주가 매우 비균질한 상태를 맞이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신 급팽창(new inflation)

구급팽창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모형이 1982년 린데(Andrei Linde)와 알브레흐트(Andreas Albrecht)-스타인하르트(Paul Steinhardt)에 의하여 제기되었다. 새급팽창(new inflation)이라 불리는 이 모형에서 급팽창은 스칼라장이 가짜 진공에서 진짜 진공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스칼라장이 퍼텐셜에너지의 바닥에 이르렀을 때 급팽창은 끝이 난다. 이 모형에서는 급팽창이 끝난 우주도 균질한 상태를 유지한다.

카오스 급팽창(chaotic inflation)

구급팽창과 새급팽창은 모두 스칼라장이 공간의 모든 점에서 같은 값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1983년 린데는 카오스 급팽창이라는 모형을 제안함으로써 스칼라장(scalar field)의 값이 우주의 위치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급팽창은 그 중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조건을 만족하는 영역에서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급팽창은 우주의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그 중 한 부분인 것이다. 카오스 급팽창의 아이디어는 현재 존재하는 거의 모든 급팽창 모형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서, 급팽창에 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힉스 급팽창 [Higgs inflation]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스칼라장으로서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에 존재하는 유일한 스칼라인 힉스(Higgs)를 이용하는 급팽창 모형이다. 2008년 베즈루코브(Fedor Bezrukov)와 샤포스니코프(Mikhail Shaposhnikov)는 힉스와 중력의 상호작용을 도입함으로써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할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

밀도요동

표준빅뱅모형의 초기조건 문제를 해결한 것 이외에, 급팽창 모형은 또 다른 관측 결과를 성공적으로 설명하였다.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비등방성과 우주거대구조의 형성의 기원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급팽창을 통하여 우주의 먼 곳이 균질함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은하은하단과 같은 구조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작은 규모에서는 더 이상 균일하지 않으며, 등방적이지도 않다. 또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도 만분의 일 정도에서 하늘의 방향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비균질성과 비등방성의 기원을 급팽창은 잘 설명해준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진공인 상태에서도 물질과 반물질의 생성과 소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양자요동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질의 비등방성이 급팽창으로 인하여 우주의 밀도 요동으로 바뀐다. 밀도 요동은 우주배경 복사의 온도 차이를 일으키게 되고, 또한 우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씨앗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급팽창 모형에서는 텐서요동에 의한 중력파의 영향으로 우주배경복사의 편광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급팽창을 증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측 증거라고 여겨지고 있다

재가열 [reheating]

급팽창 동안 차가워진 우주는 재가열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물질들이 생성됨으로써 다시 뜨거운 우주로 변한다. 그 과정을 재가열이라고 한다. 우주의 재가열은 1982년 돌고프(Alexander Dolgov)와 린데(Andrei Linde), 아보트(Larry Abbott)와 화리(Edward Farhi), 와이즈(Mark Wise)에 의하여 처음 제안되었다.

관측과 급팽창

급팽창 모형에서 예견하는 밀도요동의 크기와 규모의존성을 나타내는 지수(@@NAMATH_INLINE@@n_s@@NAMATH_INLINE@@)는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비등방성에 의하여 정해진다. 하지만 텐서요동은 우주배경복사의 관측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에 그 크기가 제한되어진다. 텐서요동의 크기는 밀도요동으로 나누어 그 비(@@NAMATH_INLINE@@r@@NAMATH_INLINE@@)로 나타낸다. 그림1 은 여러가지 급팽창 모형이 예견하는 @@NAMATH_INLINE@@n_s @@NAMATH_INLINE@@와 @@NAMATH_INLINE@@r@@NAMATH_INLINE@@ 나타내었으며, 동시에 플랑크위성이 관측한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에서 얻은 결과를 보여내고 있다. 현재 우주배경복사의 관측에 따르면 @@NAMATH_INLINE@@r<0.1 @@NAMATH_INLINE@@의 한계가 주어져 있다.

그림1. 텐서-스칼라비와 스펙트럼지수 사이의 관계(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