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회복

DNA 회복

[ DNA repair ]

DNA 회복은 세포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DNA의  손상을 확인하고 교정하는 과정이다. 인간 세포의 DNA는 방사선이나 유해 화학 물질과 같은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대사 활동의 결과물들에 의해서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DNA 손상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저해되거나 유전 정보가 변형된 DNA로부터 mRNA를 거쳐 변형된 단백질이 생성되면 해당 단백질은 세포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DNA 변형이 생식세포에서 나타날 경우는 변형된 유전 정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DNA 회복에 실패하여 되돌릴 수 없는 DNA 손상이 발생한 세포는 (1)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노쇠화(senescence) 과정에 들어가거나, (2) 세포 자살(apoptosis)을 통해 사멸하거나, (3) 통제되지 않는 세포 분열을 통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DNA 회복은 게놈의 안정성을 유지하여 생명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하는데 필수적이다. 이를 증명하듯 DNA 손상 회복 및 DNA 보호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많은 유전자들이 생명체의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DNA 회복 과정의 분자 기작을 규명한 공로로 토마스 린달 (Tomas Lindahl), 폴 L. 모드리치 (Paul L. Modrich) 및 아지즈 산자르(Aziz Sancar) 등이 201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목차

DNA 손상의 종류

DNA 손상 인자들은 크게 외부의 요인과 세포의 정상적인 대사 활동으로 인해 유발된 내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물질들은 하루에 세포 당 1만개에서 많게는 100만개까지 DNA의 손상을 유도한다. 대부분의 DNA 손상은 DNA 구성물질인 염기가 화학적으로 변형되어 규칙적인 이중나선 구조를 변형 시키는 경우이며, DNA 이중나선 사슬의 절단도 종종 발생한다.

  • 내인성 원인: 활성산소와 같은 대사 부산물들의 공격에 의한 DNA의 변형, DNA 복제 과정의 오류 등.
  • 외인성 요인: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에 의한 DNA의 물리적 변형, 특정 식물의 독소나 돌연변이 유발 화학물질들에 의한 DNA의 화학적 변형, 바이러스 DNA에 의한 숙주세포 DNA 서열의 변화 등.

그림 1. DNA 손상인자와 회복과정 ()

DNA 회복의 기작

DNA 회복은 손상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DNA에 손상이 일어나면 이중나선에 공간적인 변화가 생기고, 이는 세포 내 DNA 회복에 관련된 단백질들에 의해 인식된다. 손상이 인식된 DNA 부위는 곧바로 DNA 수리를 담당하는 단백질 복합체에 의해 회복에 들어간다. DNA 회복은 손상의 종류에 따라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1. 직접복구(Direct reversal): 염기나 뉴클레오티드를 제거하지 않고 손상된 DNA를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상보적인 DNA 주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표적 직접복구 방법으로 광재활성화(photoreactivation)가 있다. 광재활성화는 자외선의 DNA 공격으로 피리미딘 이합체(Pyrimidine dimer)가 생성되면, 300-500nm 파장의 가시광선에 의해 활성화되는 효소인 포토리아제(Photolyase)가 피리미딘 이합체를 분리하여 DNA 회복을 유도하는 과정이다.

2. DNA 단일가닥 손상(Single-strand damage)의 회복: DNA 이중나선 두 가닥 중 한쪽 가닥에만 손상이 생긴 경우, 나머지 정상 가닥을 주형으로 사용해 손상된 가닥의 회복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 염기 절단 회복(Base Excision Repair, BER): DNA 글리코실화효소(glycosylase)가  손상된 염기 부위를 인식 및 제거하여, 염기가 없는 무퓨핀/무피리미딘 부위 (apurinic/apyrimidinic site, AP site)가 생성된다. 이 부위 DNA 가닥을 AP 엔도뉴클레아제(AP endonuclease)가 절단하고,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가 잘리지 않은 상보적인 DNA 가닥을 주형으로 하여 절단된 단일 사슬 부위에 새로운 DNA 가닥을 합성한 후 DNA 리가제가 작용해 기존 DNA 사슬과 연결한다 .
  • 뉴클레오티드 절단 회복(Nucleotide Excision Repair, NER): 일반적으로 피리미딘 이합체와 같이 부피가 큰 나선 구조 변형 DNA 손상을 복구하는데 이용된다. 엔도뉴클레아제(endonuclease)에 의해  손상된 DNA 부분의 앞뒤로 12-24개 정도의 뉴클레오티드가 제거되면, DNA 중합효소가 잘리지 않은 상보적인 DNA 가닥을 주형으로 하여 새로운 DNA를 합성하여 제거된 DNA 가닥에 채워 넣는다.
  • 미스매치 회복(Mismatch Repair, MMR): DNA 복제 및 재조합 과정에서 생긴 염기의 잘못된 삽입과 결손이 생기거나 잘못된 염기쌍 결합의 자연 교정에 실패한 경우, 이를 인식하고 수리하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세포에 존재하며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까지 매우 잘 보존된 과정이다. 이 회복 과정에는 미스매치를 인식하는 단백질과 손상 부위 DNA 가닥을 자르는 엔도뉴클레아제, 손상된 부위의 뉴클레오티드를 제거하는 엑소뉴클리아제, DNA 중합효소, DNA 리가제 등이 순차적으로 작용한다.

3. 이중 가닥 파손 수리(Double Stand Break Repair, DSBR): 감마선과  같이 강력한 자극으로 인해 생긴  DNA 이중가닥의 절단은 다른 DNA 절단부와의 연결을 통해 게놈의 재배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포에 매우 위험하다. 파손된 이중 가닥을 정상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비상동성 재조합(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마이크로 호몰로지 말단 결합 (Microhomology-mediated endjoining, MMEJ), 상동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 HR)과 같은 회복 기작들이 동원된다.

  • 비상동성 재조합(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비상동성 재조합 과정에서 절단된 DNA 이중가닥 양쪽 끝에 결합한 Ku70/Ku80 단백질의 의해 활성화된 DNA-PKcs 효소가 Artemis 효소를 절단부위로 유도하여 절단부를 가공하게 한다. 가공된 절단부에 XRCC4와 복합체를 형성하는 DNA 리가제가 결합하여 분리된 DNA의 두 말단을 연결한다. 이 과정은 상동 재조합처럼 회복에 이용될 상보적 주형 DNA 서열이 없기 때문에 절단된 DNA 말단에 생긴 단일 가닥 부분에 존재하는 마이크로호몰로지(microhomology)라 불리는 짧은 상동성 서열에 의존해 회복을 진행한다. 따라서, NHEJ는 수리 도중 절단 부위의 손상된 뉴클레오티드 부위에 결실(Deletion)나 삽입(Insertion) 또는 전좌(Translocation)를 유발하기도 한다.
  • 상동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 HR): 상동재조합은 손상되지 않은 DNA에 존재하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열의 DNA 주형을 이용하여 손상 후 제거된 DNA 부위를 합성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DNA 복제 후 G2기에서 자매 염색체나 상동 염색체를 주형으로 사용하여 손상된 염색체를 복구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 마이크로 호몰로지 말단 결합 (Microhomology-mediated end joining, MMEJ): MMEJ는  이중나선 절단 시 절단 양 말단부위에 MRE11 핵산분해효소가 결합하여  뉴클레오티드들을 절제하여 짧은 마이크로호몰로지 DNA 단일 가닥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의 초기에 Poly (ADP-ribose) polymerase 1(PARP1) 효소가 작용하고, 마이크로호몰로지가 상보적인 결합을 하게 되면 나머지 결합하지 못한 DNA 말단 단일 가닥 서열을 FEN1 엔도뉴클레아제가 제거한다. 그 후 XRCC1-LIG3가 DNA의 말단을 연결한다. MMEJ는 항상 결실을 수반하므로 MMEJ는 DNA 복구를 위한 돌연변이 유발 경로로 볼 수 있다.
  • 장애 관통 DNA 합성(Translesion synthesis): DNA 복제 중 손상 부위(티민 복합체나  AP 부위 등)를 만났을 때 수리하지 않고 지나치는 과정이다. 이때는 일반적인 DNA 합성효소가 아닌 특별한 장애 관통 DNA 합성효소가 사용된다. 

DNA 손상에 대한 진핵 세포의 전사반응

DNA 손상 물질에 노출된 진핵 세포는 DNA 회복, 세포주기 체크포인트 활성화, 단백질 수송  및 분해와 관련된 여러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함으로써 변형된 DNA의 유전을 막는다. 따라서, DNA 회복에  결함이 생기면 수명이 단축되거나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DNA 손상이 심해서 회복을 완결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축적된 DNA 손상에 의해 세포의 사멸이나 노쇠화(senescence) 등이 일어나면 이에 의한 퇴행성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DNA 회복 장애와 관련된 질환

  • 유전성 질환: 뉴클레오티드 절단 회복의 결함은 색소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 코케인 증후군(Cockayne syndrome), 털유황이상증(trichothiodystrophy)과 같은 여러 가지 유전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베르너 증후군(Berner syndrome), 블룸 증후군(Bloom syndrome), 모세혈관운동실조증(Ataxia telecgiectasia) 등과 같은 노화와 연관된 질환들도  DNA 회복의 결함으로 부터 유발된다.
  • 암: DNA 회복에 관여하는 유전자 중에 34개 이상의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동성 말단 봉합과  상동 재조합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BRCA1과 BRCA2는 돌연변이는 유방암 발병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그림 2. DNA 회복 이상과 세포 병리와의 연관 관계 ()

관련용어

광활성화(Photoreactivation), 염기 절단 회복(Base Excision Repair, BER), 뉴클레오티드 절단 회복(Nucleotide Excision Repair, NER), 미스매치 회복 (Mismatch Repair, MMR), 비상동성 재조합(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상동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 HR), 장애 관통 DNA 합성 (Translesion synthesis), 색소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 코케인 증후군(Cockayne syndrome), 모세혈관운동실조증(Ataxia telecgiectasia)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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