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 Scottish Parliament Building ]

요약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구시가지에 위치해 있으며, 300여년 만에 의회 독립을 이룬 스코틀랜드의 자긍심이 담긴 건축물이다. 스페인의 건축가 엔릭 미라예스의 작품으로 파격적인 디자인과 예산을 초과한 엄청난 건축비로 논란이 있었지만 권위를 내려놓은 열린 공간으로 시민에게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2005년 스털링 상을 수상했다.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국가 영국
소재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용도 국회의사당 건물
건립기간 1999년~2004년
설계자/건축가 엔릭 미라예스(Enric Miralles), 베네데타 타글리아부에(Benedetta Tagliabue)
건축양식 포스트 모던

건립 배경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구성된 연합 국가이다. 겉으로는 하나의 국가처럼 보이지만, 이 4개의 자치정부는 서로의 자치권을 보장하며 민족의 구성·종교·문화·법 등이 각각 다른 사실상 독립된 국가나 다름없다. 특히 북쪽의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수백 년 동안 적대 관계를 쌓아 왔다. 특히 1707년 연합법의 제정으로 스코틀랜드 의회가 해산되고 영국 의회에 편입하게 되자 민족적 자긍심이 대단한 스코틀랜드 국민의 감정은 크게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997년부터 스코틀랜드 의회의 독립이 다시 논의되었고, 그해 9월 11일 독립 의회 설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의회를 상실한 지 300여 년 만의 쾌거였다.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도널드 듀어(Donald Dewar)는 곧바로 스코틀랜드의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 새 국회의사당 건립을 추진했다. 듀어는 로열 마일의 동쪽에 자리한 홀리루드 공원 끝자락에 부지를 정하고 이듬해 현상설계 공모를 실시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70여 팀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스페인의 엔릭 미라예스(Enric Miralles)가 당선되었다.

새롭게 건립될 국회의사당은 독립 의회를 갈망한 스코틀랜드 국민의 기대에 부합해야 함은 물론 역사적 건축물로 가득 찬 에든버러의 구도심에 위치하여 기존의 도시가 갖는 고유한 아름다움과 잘 조화되어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었다. 한마디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미라예스의 설계안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1등으로 당선된 것은 무엇보다 권위를 내려놓고 진부한 모습에서 탈피하여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열린 장소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건립 과정의 어려움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었다. 1997년 국회의사당 건립에 책정한 예산은 1,000만~4,000만 파운드였는데 부지 확장, 구조 및 디자인 변경, 안전시설 추가 등으로 예산이 계속 늘어나 2004년 완공 시점에는 처음 예산의 열 배가 넘는 4억3,000만 파운드가 소요되었다. 예산 증가의 원인 중 하나는 미라예스의 상상을 초월한 난해한 디자인 때문이었다. 시공팀은 도면을 이해하는 것조차 힘들어했고, 이해한다 해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들이 많았다. 결국 상당 부분을 현장에서 실험을 해가며 해결할 정도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불행도 닥쳤는데, 2000년 7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미라예스가 뇌종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때 그의 나이가 45세에 불과했다. 또한 단호한 신념으로 의사당 건축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듀어 국회의장마저 뇌출혈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스코틀랜드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려던 두 명의 주인공이 2000년 7월과 10월 몇 달을 사이에 두고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이후 미라예스의 아내인 건축가 베네데타 타글리아부에(Benedetta Tagliabue)가 남편의 숙원을 풀고자 바통을 이어받아 이 건물을 감독했다.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은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 속에서 이를 이겨내고 2004년 7월에 공사가 완료되었다.

건축적 특징

로열 마일을 따라 고전 건축물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구도심의 끝에 자리한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건물은 거대한 현대 조각품을 연상시킨다. 의사당 건물이라면 으레 그리스 신전과 같은 웅장함이나 권위 있는 형태를 떠올리는데 이 건축물은 우리의 이러한 예상을 뒤엎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라예스의 건축은 난해하고 파격적이다. 그리스 신전의 거룩함과 웅장함은 간데없고 대신 자유분방하고 유려한 곡선들이 만나고 어긋나는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나뭇잎과 가지의 형태에서 유추한 크고 작은 건물군은 주변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지형과 조화를 이룬다. 미라예스는 이를 두고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건축’이라고 표현했다.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의 외관은 화강암과 스코틀랜드 산 오크 목재, 스테인리스 스틸, 유리 등 재료가 가진 특성과 이를 활용한 정교한 디자인이 어우러져 있다. 내부에는 오크 나무와 함께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담백하고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의원실과 브리핑 룸, 각종 집무실 등 크고 작은 방들은 권위적인 공간이나 배치 없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미라예스는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이 거대한 기념비적 건물로 주위와 사람을 압도하기보다는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건축물이기를 소망했는데, 방문객에게 완전히 공개되는 본회의장에 들어서면 그가 이 건축물에 담고자했던 시민을 향한 마음을 읽게 된다.

평가 및 의의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은 완공 후에도 건축계의 평이 찬반으로 뜨겁게 엇갈렸다. ‘상상력의 승리’라는 찬사와 ‘과도한 디테일’이라는 혹평이 늘 따라붙었다. 그러는 중에 2005년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건축상인 스털링 상을 수상했다. 지난 100년 동안 영국 건축이 꿈꾸지 못한 예술과 공예의 힘을 보여준 역작이라는 평이 뒤따랐다. 한편, 이 건물은 영국에서 가장 추한 건물로도 선정되어 극과 극의 평가에 주목하게 된다.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은 시민에게 개방되고 첫 6개월 동안 25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을 만큼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이곳은 수많은 관람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내부의 사진 촬영도 가능하며 국회 본회의장도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의사당 견학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현관 로비에는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있어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새 국회의사당은 더 많은 시민에게 열려 있고 포용하는 장소이기를 원했던 건축가 미라예스와 듀어 국회의장의 바람이 잔잔하게 실현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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