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겔라

시겔라

[ Shigella ]

시겔라; 이질균(국문) Shigella (영문)

목차

기원 및 명명

이질 Shigellosis (bacillary dysentery, dysentery, 痢疾, 細菌性痢疾, 赤痢) 증상은 피, 고름, 점액 성분이 포함된 설사 증상을 말하며, 콜레라와 장독소대장균에 의해 발생하는 수양성 설사와 대비된다. 이질 증상은 대표적으로 세균성이질균(Shigella spp.)이 원인이 되지만, 장침투성대장균(Enteroinvasive E. coli) 등의 다른 종의 세균이나 원충인 아메바, 혹은 바이러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세균성이질균(이하 시겔라) 속에는 4개의 종이 포함되며(Shigella dysenterae, S. flexneri, S. boydii, S. sonnei), 시겔라라는 이름은 이질균을 처음 발견한 일본의 키요시 시가(Kiyoshi Shiga, 志賀 潔)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S. flexneri는 미국의 Simon Flexner의 이름에서 온 것이며, S. sonnei는 덴마크의 세균학자인 Carl Sonne의 이름에서 온 것이고, S. boydii는 미국 세균학자인 Mark Boyd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Kiyoshi Shiga는 1929년부터 1931년까지 일본이 서울에 설립한 경성제국대학의 총장을 지냈다. 

배양된 시겔라균 (출처: 김동욱/한양대)

분류군

세균 도메인 > Phylum Proteobacteria (프로테오박테리아 문) > Class Gammaproteobacteria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 강) > Order Enterobacteriales (장내세균 목) > Family Enterobacteriaceae (장내세균 과) > Genus Shigella (시겔라 속) > 세균성 이질균 종 S. dysenteriae, S. flexneri, S. boydii, S. sonnei

다양성

시겔라는 그람 음성, 통성혐기성균으로 편모(flagella)를 가지지 않아 비운동성이다. 분류학적으로는 16S rRNA 염기서열 분석에 따라 대장균(E. coli)에 포함될 수 있으나, 전통적으로 분리된 Shigella 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겔라는 4가지 혈청형군으로 구분되는데, A 혈청형군은 S. dysenteriae 종(15개 혈청형이 포함됨), B 혈청형군은 S. flexneri 종(13가지 혈청형), C 혈청형군은 S. boydii 종(20개의 혈청형), 그리고 D 혈청형군은 S. sonnei 종(1개 혈청형)으로 구분한다.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각 종은 물론 종 내의 혈청형간에도 교차면역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백신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사람만이 자연계에서 시겔라의 숙주이다.

장내세균과에 포함되는 균 종들이 microbiome을 구성하는 normal flora에 포함되면서 기회병원균으로 작용하는 종들이 있으나 시겔라와 Salmonella는 primary pathogen으로 작용한다. 또한 다른 장내세균과의 균종과는 달리 lactose를 이용하지 못한다.

주로 시겔라에 의해 발생하는 세균성이질은 세계적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연간 1억 5천만건 이상이 보고되고 사망자의 수도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집계는 어려움이 있으며, 최근에는 사망자의 수가 훨씬 축소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시겔라균 감염에 의한 사망자 수의 60% 정도는 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서 발생한다.

유전체 크기 및 병원성

최초의 시겔라균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은 S. flexneri 2a 혈청형균주인 2457T 균주의 유전체로 4,599,354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염색체 외에 병원성을 나타내는데 중요한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는 약 220,000 염기쌍으로 구성된 virulence plasmid를 가지고 있다1).

시겔라의 병원성은 시겔라가 대장(특히 결장, colon)의 상피 세포를 침투하여 염증반응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 과정에 필요한 유전자들은 대부분 virulence plasmid에 존재한다. 장침투성대장균(Enteroinvasive E. coli)도 시겔라와 유사한 virulence plasmid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virulence plasmid를 잃어버리게 되면 병원성도 상실하게 된다. Virulence plasmid외에도 염색체상에 병원성에 관계하는 유전자군이 3개 이상 알려져 있다.

시겔라는 분변-구강 경로를 통해 전파되는데 10~100개의 세균을 섭취하는 것으로도 발병할 수 있을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이는 시겔라가 산성 환경에 내성을 가져서 위에서 살아 남아 장까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겔라는 숙주세포로 침투(invasion)하기 위해서 Type III Secretion System (TTSS)을 활용한다. Virulence plasmid에 존재하는 TTSS 유전자들은 약 50개의 단백질로 구성되며 단백질을 균 밖으로 배출시키는 secretion apparatus를 구성하는 Mxi와 Spa 단백질들과 IpaB, IpaC, IpaD translocator 단백질(숙주 세포내로 직접 전달되는 단백질) 그리고 약 25개의 effector 단백질(TTSS를 통해 분비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TTSS는 시겔라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병원균인 Yersinia, Salmonella, Enteropathogenic E. coli, Pseudomonas aeruginosa 등과 식물 병원균인 Erwinia, Xanthomonas 등에도 존재한다. 시겔라의 TTSS가 염색체가 아닌 virulence plasmid 존재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Salmonella에는 2개의 TTSS가 Salmonella Pathogenicity Island (SPI)라고 부르는 염색체의 유전자군으로 존재한다.

시겔라 속의 종들 중 S. dysenteriae 혈청형 1은 Shiga 독소를 생산하며 개발도상국에서 유행성 이질을 발생시키고 있다. S. sonnei는 주로 선진국에서 발병하는 이질의 원인이 되며 S. flexneri는 개발도상국에서 집단발병의 원인이 된다. S. boydii는 인도와 주변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이후로는 주로 S. sonnei 에 의한 세균성 이질이 연간 100~200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시겔라가 장세포로 침투하는 것은 장상피에 존재하는 M cell을 통해서 세포내로 전달된다. 세포내에서 증식된 시겔라는 주변 상피세포로 숙주세포의 세포막을 뚫고 전달되며 이때 대식세포에도 전달되어 대식세포의 자멸사를 유도한다. 감염된 대식세포와 장상피세포들은 IL-1과 IL-8 싸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염증반응을 유도한다. 

건강한 상태의 장 벽 구조 (출처: 김동욱/한양대)

시겔라 감염으로 염증반응이 나타난 장 벽 (출처: 김동욱/한양대)

숙주세포내에서 시겔라는 약 40분마다 증식하며 증식한 균들은 주변 숙주세포까지 전달된다. 편모가 없기 때문에 시겔라는 운동성이 없지만, 숙주세포내에서는 숙주세포의 actin 단백질을 재배치시키는 방법으로 주변세포로 이동할 수 있다.

Shiga 독소는 AB5 독소로서 장출혈성대장균의 Shiga-like 독소와 유사하며 S. dysenteriae 혈청형 1 균이 생산하는데 동물실험을 통해 장독소, 세포독소, 신경독소의 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다른 종과 혈청형의 시겔라에 의한 이질 증상은 시겔라균의 LPS 내독소와 몇가지 장독소의 작용을 통해 나타난다.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Shigella enterotoxin 1 (SHET1), virulence plasmid에서 만들어지는 Shigella enterotoxin 2 (SHET2) 등의 작용이 알려져 있다. 시겔라가 장으로 전달된 후 24~48시간 후에 발열, 피로감, 구토, 식욕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물설사 증상이 먼저 나타난 후 이질증상이 뒤따르게 된다. 이질증상은 며칠동안 계속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1일 20회 이상 이질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이질에서 회복한 후에도 길게는 1년동안 시겔라 균이 장내에 남아 있을 수 있어서 전파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과 치료

증상 초기에 물설사가 발생하여 탈수가 진행되는 경우 경구용 수액요법이 효과가 있다. 또한 수액 보충요법을 적절히 받는 경우 질병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고 환자에게만 국한될 수 있으며 항생제 요법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항생제들이 효과가 있으나(tetracycline, ampicillin 등) 점차 내성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quinolone 계열의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

시겔라의 예방은 안전한 식수 공급과 효과적인 하수처리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백신은 다양한 혈청형에 대한 교차면역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약독화된 생균 균주, 혹은 사균 백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LPS의 다당류를 활용한 백신들도 임상 시험중인 것들이 있다. 

관련용어

콜레라, 그람 음성, 통성혐기성균, 편모(flagella), 16S rRNA, microbiome, 유전체, LPS

집필

김동욱/한양대학교

감수

이은진/고려대학교

참고문헌

1. Wei, J., Goldberg, M.B., Burland, V., Venkatesan, M.M., Deng, W., Fournier, G., et al. 2003. Complete genome sequence and comparative genomics of Shigella flexneri serotype 2a strain 2457T. Infect. Immun. 71, 2775-2786.

동의어

시겔라, Shige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