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터널 현미경

주사 터널 현미경

[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

약어 STM

주사 터널 현미경(STM)은 원자 수준의 분해능으로 시료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비광학(non-optical) 현미경 중 하나이다. STM은 1981년 스위스 IBM의 비니히(Gerd Binnig, 1947-)와 로레르(Heinrich Rohrer, 1933-2013)가 발명하였으며 이들은 이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STM의 개발로 시료를 미세하게 훑어가며 정보를 모아 영상을 만드는 주사(走査) 탐침 현미경(scanning probe microscope, SPM)의 시대가 열렸다. 주사 탐침 현미경에는 STM을 비롯하여 원자힘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AFM), 근접장 주사 광학 현미경(near-field scanning optical microscopy, NSOM) 등이 있다.

최초의 STM.()

STM을 통해 얻은 영상은 수평 분해능이 0.1 nm, 수직 분해능이 0.01 nm에 이른다. 이러한 분해능으로 인해 원자까지도 영상화할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시료를 변형시킬 수 있다. STM은 진공뿐만 아니라 공기, 물 등 다양한 기체액체 환경의 시료에 대해 사용할 수 있으며, 작동 온도 범위 또한 넓어, 거의 0 K 근처에서부터 1000 °C 이상까지 사용할 수 있다.

STM은 양자 터널 효과(quantum tunnel effect)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도체 팁(tip)을 시료의 표면에 가까이 가져가면, 시료와 팁 사이에 가해진 전압 차이로 인해 전자가 둘 사이의 진공을 지나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전자의 이동은 고전 역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양자 효과이다. 이 터널링 전류는 팁의 위치, 가해진 전압, 시료의 부분 상태 밀도(local density of states)에 따라 달라진다. 팁이 시료 표면을 지나감에 따라 달라지는 전류를 관찰하여 영상을 만들며, 시료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STM은 매우 깨끗하고 안정한 표면, 뾰족한 팁, 정밀한 진동 제어, 정교한 전자장비들이 필요한 기기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취미로 제작하기도 한다.

목차

작동 원리

주사 터널 현미경의 '터널'이라는 단어는 양자 역학에 나오는 터널 효과 혹은 터널링(tunneling)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고전역학에서는 입자가 자신의 에너지보다 큰 퍼텐셜 에너지 장벽을 만나면 이를 넘어서거나 통과하지 못하고 튕겨 나온다. 하지만 양자 역학에서는 이런 장벽을 뚫고 지나갈 확률이 존재한다고 말하는데, 이 터널 효과는 전자나 양성자와 같이 작은 질량을 가진 입자에서 크게 나타난다. 이는 입자의 파동성 때문이다.

양자 터널 효과 ()

그림의 왼쪽에 있는 입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에너지 장벽을 넘을 만하지 않다. 입자가 보여주는 파동의 크기는 장벽을 통과하는 확률과 관계하며, 장벽 좌우의 입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파동의 파장, 즉 진동수와 관계한다. 장벽을 통과하기 전후에 입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서로 같다. STM 팁의 끝에서 전자가 튀어나가 시료에 전류로 나타나는 현상은 양자 터널 효과로 설명된다. 다시 말하면, 팁의 전자는 팁을 벗어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주변에 시료가 가까이 있으면 팁을 벗어나는 현상이 관찰된다.

STM의 구성과 특징

STM 구성도 ()

STM의 전극(electrode)과 연결된 압전 튜브(piezoelectric tube)에 달린 팁을 이동시키면서 터널링 전류를 측정한다 (그림 참조). 압전 튜브의 위치는 압전 튜브의 전압을 변화시켜 조절하며, 팁으로 흐르는 터널링 전류를 증폭하여 제어 장치로 보낸다. 터널링 전류와 압전 튜브의 전압 즉, 팁의 이동을 연계하여 영상이 만들어진다. 시료에는 터널링이 일어나기 위한 전압(tunneling voltage)이 걸려 있다.

팁이 아주 날카롭지 않으면 영상이 나빠진다. 일반적으로 탄소 나노 튜브, 텅스텐, 백금-이리듐 합금이나 을 사용하여 팁을 만들며, 전기화학적 에칭을 통해 팁을 날카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STM에 전달되는 외부 진동을 막아주는 방진 장치가 중요하다.

가해진 전압에 따라 팽창 수축하는 압전 물질로 만드는 압전 구동 장치(piezoelectric scanner)는 STM은 물론 원자힘 현미경 등 주사 탐침 현미경에 널리 쓰인다. 압전 구동 장치를 사용하여 팁을 3차원으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고분해능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압전 구동기의 특성으로 인한 단점도 있다. 주사 전자 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과 같은 전자 현미경의 경우 mm2 단위의 면적을 한 번에 스캔할 수 있으며, 심도(depth of field)가 mm 단위이지만, 주사 탐침 현미경의 영상은 이처럼 넓은 면적을 한 번에 스캔하지 못한다. STM의 압전 튜브는 느리게 움직이며, 시료와 탐침 팁과의 상호작용을 영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STM 영상을 얻는 데 몇 분 정도 걸린다. 영상을 얻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리면 영상에 열적 변형(thermal drift)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비해 전자 현미경을 사용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압전 구동기를 만드는 물질의 특성은 STM의 또 다른 단점이다. 압전 물질들은 압력을 가하면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압전 물질은 가해진 전압에 따라 팽창 수축하지만 이 특성이 선형은 아니며, 팽창할 때와 수축할 때 그 특성이 같지 않은 이력 현상(hysteresis)으로 인한 보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압전 구동 장치의 단점은 이를 이용하는 모든 주사 탐침 현미경(SPM)에서 나타난다.

STM 영상의 예

그래핀의 영상에서 육각형으로 연결된 탄소 원자들을 볼 수 있으며, 벤젠고리 5개가 연결된 분자인 펜타센의 탄소 원자들로 볼 수 있다.

이미지 목록

탄소 원자들이 잘 정렬된 그래핀 표면의 STM 영상 (출처: GettyimagesKorea)

니켈 표면에 흡착된 펜타센(pentacene)의 STM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