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상 이성질체

거울상 이성질체

[ enantiomer ]

모든 사물을 거울에 비추면 거울상(mirror image)이 나타난다. 어떤 물체의 거울상을 거울 밖으로 꺼내어 그 물체와 포개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이때 표면에 아무 표시가 없는 야구공, 연필, 지우개 등과 같은 물체는 그 거울상과 포개질 수 있지만 (superimposable), 오른손과 왼손, 왼손 용 야구 글러브, 좌우 대칭이 아닌 물건 등의 거울상은 이들과 겹치게 할 수 없다.

화학에서 의미하는 거울상 이성질체는 화합물과 그것의 거울상이 포개지지 않는 이성질체를 의미한다. 카이랄(chiral)은 화합물(또는 물체)이 거울상과 겹쳐지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비카이랄(achiral)은 화합물(또는 물체)가 이것의 거울상과 겹쳐짐을 의미한다.

그림1. 거울상이 서로 포개지는 비카이랄 화합물과 거울상이 서로 포개지지 않는 카이랄 화합물 예 (), ()

목차

거울상 이성질체 확인 방법

모든 화합물이 전부다 거울상 이성질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 화합물이 거울상 이성질체를 가지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화학적인 용어로 다시 표현하면 '어떤 화합물이 카이랄인가? 아니면 비카이랄인가?'와 같은 의미이다.

화합물(또는 물체)이 이것의 거울상과 겹쳐지는지를 확인하는 카이랄성 테스트를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1) 화합물 분자를 삼차원으로 그린다.

2) 화합물 분자의 거울상을 그린다.

3) 화합물 분자와 그 거울상을 겹치기 위하여 화합물 분자의 모든 결합과 원자들을 배열해본다. 단, 화합물 분자 내에 존재하는 결합을 회전시킬 수 있으나 절단할 수는 없다.

4)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화합물 분자가 거울상과 겹쳐지면 비카이랄 분자이다. 겹쳐지지 않으면 카이랄 분자이다.

화합물 분자와 이것의 거울상은 삼차원 배열만 다른 입체이성질체이다. 따라서 이 입체이성질체를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라고 부른다.

거울상 이성질체를 가질 조건

어떤 분자가 카이랄성 화합물이 되기 위해선 분자 내에 대칭면이 없어야 한다. 분자 내에 대칭면이 없기 위해서는

1) 분자는 최소한 1개 이상의 입체발생 중심(stereogenic center)을 가지고 있다.

2) 입체발생 중심이 없지만 입체발생 평면(stereogenic plane) 또는 입체발생 축 (stereogenic axis)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아다만테인(adamantane) 계통으로 모든 마디에 서로 다른 치환체로 치환되면 카이랄하게 되어 거울상을 가지게 된다.

위 조건을 가지고 있는 화합물들의 구조를 다음에 나타내었다.

그림2. 거울상 이성질체를 가진 화합물들 ()

입체발생 중심은 탄소에 결합한 4개 치환기가 모두 다른 경우를 의미한다. 황, 인 에서도 입체발생 중심이 나타날 수 있다. 입체발생 중심의 다른 용어는 카이랄성 중심(chirality center), 카이랄 중심(chiral center), 카이랄 탄소(chiral carbon), 비대칭 탄소(asymmetric carbon), 그리고 입체중심(stereocenter) 등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거울상 이성질체 그리기

거울상 이성질체를 그리기 위해선 화합물 분자를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분자를 입체적으로 그리기 위해서 실선, 쐐기 및 점선을 이용하여 그린다. 두 실선을 아래로 그렸다면 쐐기 및 점선은 위로 그리고, 두 실선을 그림의 왼쪽에 그렸다면 쐐기 및 점선은 오른쪽에 그린다. 탄소가 여러 개 나온 경우는 실선을 지그-재그 형태로 그려준다. 고리형 분자는 실선으로 고리를 그린 후 적절하게 쐐기 및 점선을 사용하여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보기 좋게 그린다.

그림3. 분자를 입체적으로 그리기(출처: 대한화학회)

두 거울상 이성질체의 성질 비교

두 거울상 이성질체들의 녹는점, 끓는점, 밀도, 용해도와 같은 물리적 성질은 같다. 단지 두 거울상 이성질체는 평면 편광(plane-polarized light)을 절댓값은 같고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킨다. 평면 편광을 회전 방향에 따라 접두어로 (+)와 (-)을 붙여 사용한다. 평면 편광을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면 (+)- 또는 d-거울상 이성질체로 반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는 것을 (-)- 또는 l-거울상 이성질체로 나타낸다.

두 거울상이성질체는 같은 물리,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비카이랄 시약과 반응하면 서로 같은 속도로 반응한다. 그렇지만 두 거울상이성질체가 카이랄 시약과 반응하면, 서로 다른 속도로 반응한다. 이러한 반응속도의 차이는 의약품에서 두 거울상이성질체의 약효가 달라짐을 설명할 수 있다.

다음은 탈리도마이드나프록센(naproxen)의 거울상이다. 거울을 중심으로 입체이성질체를 입체적으로 그려 한쪽에 배치하고 이것과 대칭인 거울상을 반대쪽에 배치한다. 이렇게 그려진 거울상의 입체발생 중심의 R 또는 S는 거울상에서 모두 반대로 바뀐다.

탈리도마이드와 나프록센의 두 거울상 이성질체 중에서 하나는 약효가 있지만 이것의 거울상 이성질체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S-나프록센은 유효한 소염제지만, R-나프록센은 간에 해로운 간독성을 나타낸다. R-탈리도마이드는 진정 효과가 있지만 S-탈리도마이드는 기형아를 유발한다.

그림4. 탈리도마이드와 나프록센 거울상 이성질체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입체발생 중심의 R 또는 S 판별

입체발생 중심의 구조를 쉽게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칸-인골드-프렐로그(Cahn-Ingold-Prelog)는 R 또는 S 체계를 제안했고, 현재 대다수 입체발생 중심을 가진 화합물 표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입체발생 중심에 결합한 각각의 치환기에 1, 2, 3과 4순위를 부여하고, 입체발생 중심과 4번 순위 치환기 결합을 입체발생 중심에서 바라본다. 이때 입체발생 중심에 결합한 1, 2, 3 순위 치환기가 보이며, 1->2->3 방향으로 회전시켜 본다. 이 방향이 시계방향이면 R을 지정하고 반시계방향이면 S를 지정한다.

입체발생 중심에 결합한 각각의 치환기에 순위 부여를 위한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입체발생 중심에 직접 결합한 치환기 원자 번호가 큰 것부터 1번에서 작아지면서 2, 3과 4 순위를 부여한다.

2) 입체발생 중심에 직접 결합한 두 원자가 같을 경우, 이들 원자들에 결합한 가장 큰 원자를 비교한다.

3) 입체발생 중심에 두 개의 동위원자가 결합하였을 때는 질량수가 높은 동위원소의 우선순위가 더 높다

4) 다중 결합에 포함된 원자의 순위를 지정할 경우, 다중 결합을 모두 단일 결합으로 전환한 후 비교한다. 전환할 때는 다중 결합 상대 원자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