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 Beethoven,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Choral’ ]

요약 독일의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아홉 번째 교향곡이자 생애 마지막 교향곡. 교향곡에 최초로 인성을 도입해 음악적 이상을 구현한 작품으로 음악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작곡 루트비히 판 베토벤
국가 독일(Germany)
지정일 2001년
종류 교향곡
분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구성 4악장
제작년도 1824년
소재지 베를린 국립도서관(Staatsbibliothek zu Berlin) – 프로이센 문화유산(Preußischer Kulturbesitz), 베토벤 생가(Beethoven-Haus), 본 거리(Bonngasse) 24-26, 독일 방송기록보관소(Deutsches Rundfunkarchiv)
연주시간 1시간 10분 내외

독일의 작곡가 베토벤이 남긴 역작으로 교향곡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프리드리히 폰 실러(Friedrich von Schiller)의 시 ‘환희에 부쳐(An Die Freude)’를 가져와 인류애와 평화, 자유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정식 표제는 《실러의 송가(頌歌) 〈환희에 부침〉에 의한 종결합창을 수반한 관현악, 독창 4부와 합창을 위한 교향곡 제9번》으로 되어 있다.

기악성악을 결합시키는 등 형식과 규모 면에서 교향곡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나아가 교향곡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후대 작곡가인 바그너, 브루크너, 브람스, 말러 등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베를린 주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2001년 악보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작품 배경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1822년 10월 10일 런던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위촉을 받아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해 1823년부터 1824년 초에 걸쳐 작곡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 젊은 시절부터 베토벤이 간직해온 테마를 구체화하고 실현시킨 작품이다. 1785년 세상에 공개된 실러의 송가 ‘환희에 부쳐’를 베토벤이 처음 접한 것은 1792년, 그러니까 22살 때 하이든의 문하에서 작곡 수업을 받을 때였다.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은 이 시가 주는 다소 과격하고 혁명적인 메시지에 매료되었고, 이때부터 가슴에 품게 된다. 1798년 베토벤은 아직 그의 교향곡 1번이 채 나오기도 전 ‘환희에 부쳐’를 곡으로 만들기 위한 스케치를 했다. 하지만 작품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이후 1808년, 1811년, 1818년에도 각각 스케치를 하면서 악상을 가다듬었다. 그러다가 1822년 교향곡에 인성을 도입할 것인가를 두고 깊이 고심할 때 다시 한 번 스케치를 했다. 이윽고 교향곡 9번의 작곡을 한창 진행하던 1823년 10월, 4악장에 ‘환희에 부쳐’를 삽입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824년 2월 마침내 시를 접한 지 32년만에 음악으로 완성하는 결실을 거두었다.

베토벤이 이처럼 오랜 기간 실러의 시를 가슴에 담고 있다가 결국 작품에 삽입하게 된 것은 이 시의 메시지가 자신의 철학과 이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토벤에게 중요한 건 실러의 메시지가 아니었고, 자신의 메시지였다. 그래서 임의대로 시의 순서를 바꾸고, 일부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으며, 일부 구절을 직접 첨가하였다.

초연은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Theater am Kärntnertor)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가 청각을 상실해 정상적인 지휘를 할 수 없었으므로 그의 뒤에서 미하엘 움라우프(Michael Umlauf)가 실질적인 지휘를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청중들의 박수소리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이 지휘대에서 내려와 무대쪽으로 돌아보지 않고 가만히 있자, 당시 공연에 참여한 알토 가수 카롤레네 웅어(Caroline Unger)가 그를 청중이 보이도록 돌려세워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곡은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Friedrich Wilhelm Ⅲ:1770∼1840)에게 헌정되었으며, 표제에 ‘요한 프리드리히 폰 실러(Johann Friedrich von Schiller)의 환희송가에 의한 종말 합창이 있는 교향곡’이라고 적혀 있어 '합창교향곡'이라고 불린다. 교향곡의 역사, 나아가서는 서양음악사에서 금자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음악 구성

전형적인 4악장의 구성이지만 기존의 틀을 깬 변화를 줘 차별점을 두었다. 예컨대 통상 느린 악장인 2악장을 아주 빠른 악장으로 만들었고, 반면 빠른 악장인 3악장은 매우 느리게 노래하는듯한 악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4악장에는 이 곡의 가장 큰 파격이자 특징인 성악과 기악을 결합시켜 극적인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운 포코 마에스토소(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으로 시작한다. 조용히 그리고 신비스러운 듯하지만 폭풍전야같은 느낌이다. 이어 웅장한 주제가 등장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러다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고 이내 다시 격렬하게 진행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장대하게 마무리된다.

2악장 ‘몰토 비바체(Molto vivace)’는 3부 형식의 스케르초 악장이다. 빠른 템포에서 펼쳐지는 강렬한 사운드는 베토벤 특유의 강인함을 나타내는 듯 하고,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행복한 멜로디도 인상적이다.

3악장 ‘아다지오 몰토 에 칸타빌레(Adagio molto e cantabile)’는 물흐르는 듯한 우아한 연주가 전편에 흐르는 목가적인 악장이다. 바순과 클라리넷, 바이올린, 호른 등이 빚어내는 선율이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4악장 ‘프레스토 알레그로 아사이 코랄 피날레(Presto - Allegro Assai - Choral Finale)’는 3악장과 완전히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먼저 바그너가 공포의 팡파르가 표현했던 충격적인 폭발음으로 시작해 팀파니와 관악기가 혼돈의 상황을 연출한다. 이는 베토벤이 작곡노트에 적었듯 절망적인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다 저음 현악기에서 유명한 환희의 선율이 등장하고 리드미컬한 팡파르가 울리다가 일순간 멎자 바리톤이 베토벤이 직접 써넣은 가사인 “오! 벗들이여 이 가락이 아니고 더욱 즐거운 가락 그리고 환희에 넘친 가락을 함께 부르자!(O Freunde, nicht diese Tone!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anstimmen, und freudenvollere)”를 힘차게 노래한다. 이어서 처음에 기악으로 선보였던 레치타티보 선율에 의한 환희의 주제를 노래한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전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결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 위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Freude, schoner Gotterfunken Tochter aus Elysium, Wir betreten feuer-trunken, Himmlische, dein Heiligtum! Deine Zauber binden wieder Was die Mode streng geteilt Alle Menschen werden Bruder, Wo dein sanfter Flugel weilt.)”

곡은 장중하게 이어지면서 독창진과 합창진에 의해 환희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인류애를 드러낸 뒤 신의 위대함을 예찬하는 것을 끝으로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막을 내린다.

연주 정보

명연의 보고(寶庫)와도 같은 곡으로 수많은 지휘자들, 특히 마에스트로들이 앞다투어 이 곡을 녹음하였다. 네덜란드 출신의 빌헬름 멩겔베르크(Willem Mengelberg), 오스트리아 출신의 펠릭스 바인가르트너, 독일 출신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페러(Otto Klemperer), 클라우스 텐슈테트(Klaus Tennstedt), 귄터 반트, 이탈리아 출신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체코 출신의 라파엘 쿠벨리크(Rafael Kubelik) 등 20세기 전설의 지휘자들이 모두 명연을 남겼다. 그 중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온 명연은 단연 푸르트벵글러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ayreuth Festival Orchestra)와 합창단이 함께 한 1951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라이브 실황이다.

또한 그를 비롯한 연주진은 물론이고, 4명의 독창진, 폴란드의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 독일의 메조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횡겐(Elizabeth Hoengen), 독일의 테너 한스 호프(Hans Hopf), 오스트리아의 베이스 바리톤 오토 에델만(Otto Edelmann) 등도 혼신의 힘을 다해 명연을 들려주고 있다. 41년간 무려 96회나 이 곡을 지휘한 푸르트벵글러의 지휘 예술의 정수라는 평을 듣는다.

한편, 20세기 후반기를 양분했던 두 지휘자, 미국 출신의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스트리아 출신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합창도 장관을 이룬다. 평생 네 차례나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카라얀의 것은 젊은 시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1955년 녹음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과 함께 한 세 종(1963년, 1977년, 1982년) 모두 레코드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번스타인의 것 중에는 뉴욕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명연도 있지만 1989년 12월 25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것을 기념해 가진 실황이 돋보적이다.

바이에른 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주축으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동독 등 다섯 나라를 대표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키로프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단원들이 구성한 오케스트라와 여러 합창단이 모인 연합합창단이 들려주는 하모니는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한편, 1980년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2000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전곡을 녹음한 이탈리아 출신의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의 레코드도 일품이다. 특히, 2000년 녹음은 디지털 시대 최고의 명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원전 연주반 중에는 영국 출신의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가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Academy of Ancient Music)을 지휘한 1989년 녹음과 역시 영국 출신의 존 엘리어트 가디너(John Eliot Gardiner)가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Orchestre Revolutionnaire et Romantique)를 지휘한 1994년 녹음이 베토벤의 의도를 세심하게 재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2012년 실황 연주가 거장다운 풍모를 느낄 수 있는 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