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시차

연주시차

[ annual parallax ]

연주시차는 지구의 연주운동으로 생기는 별의 시차이다. 연주운동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번 도는 공전 운동으로서, 평균 공전 반경은 1 천문단위(AU)이다. 일반적으로, 시차는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같은 점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각을 의미한다. 이때 두 지점 사이를 연결하는 선을 기선이라고 한다. 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별을 관측하면, 지구의 연주운동 때문에 지구의 위치가 달라지므로, 공전 직경 2 AU를 기선으로 하는 시차를 구할 수 있다. 연주시차는 이 시차의 절반, 곧 1 AU를 기선으로 하는 천체의 시차이다(그림 1). 천문학에서 시차라고 할 때는 대개 연주시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가까이 있는 별은 연주시차가 크고, 멀리 있는 별은 연주시차가 작다. 역사적으로 별의 연주시차는 지구가 태양을 공전한다는 증거로 간주되었으나, 그 값이 매우 작아서, 측정이 쉽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우주관측을 이용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

그림 1. 연주시차(출처: 채종철/이지원/천문학회)

목차

연주시차 측정 방법

어떤 별의 연주시차를 재려면 망원경과 카메라를 이용해 연중 여러 번 그 별과 주변 시야를 촬영한다. 이 때 그림 1에서 보듯이 이 별보다 훨씬 먼 곳에 있는 어두운 별들이 사진에 나오도록 오래 노출하여 찍어야 한다. 이 별들은 워낙 멀리 있어, 연주시차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록 작으므로, 연중 상대적인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배경이 되는 이 별들을 이용하면 가까운 별의 각 위치를 잴 수 있는 좌표계를 잡을 수 있다. 이 좌표계를 이용하면 가까운 별의 6개월간 생기는 각위치 변이를 구할 수 있다. 이 변이의 반이 바로 연주시차가 된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지구의 연주운동으로 가까운 별의 위치는 1년을 주기로 변한다. 만일 별이 지구의 공전궤도면(황도면)에 있으면 천구 상에서 선형 왕복 운동을 하게 되고, 지구 공전축 방향(황극)에 있으면 원운동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황도면과 황극 사이에 있으면, 천구 상에서 타원운동을 하게 된다. 이 타원의 장반경(즉 장축 길이의 절반)이 바로 연주시차와 같다.

그림 2.지구의 연주운동과 가까운 별의 겉보기 타원운동(출처: 채종철/이지원/천문학회)

연주시차와 거리

별이 거리가 멀면 연주시차는 작다. 별의 연주시차는 매우 작은 각이므로, 거리는 연주시차에 반비례한다. 연주시차가 1@@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인 별의 거리를 1 pc(파섹)이라 한다. 따라서 pc로 표시한 거리 @@NAMATH_INLINE@@d@@NAMATH_INLINE@@와 @@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로 표시한 연주시차 @@NAMATH_INLINE@@p@@NAMATH_INLINE@@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식이 성립한다.

@@NAMATH_DISPLAY@@ d [{\rm pc}]=\frac{1}{p[^{\prime\prime}]} @@NAMATH_DISPLAY@@

표 1. 주요 가까운 별들의 연주시차와 거리
연주시차(@@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 거리(pc)
센타우루스자리프록시마별 0.78 1.29
시리우스 0.38 2.64
견우성 0.19 5.13
직녀성 0.13 8.0

표 1에서 보듯이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프록시마별의 시차는 0.78@@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 다른 별들은 시차는 이보다 작다. 사실 1@@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는 거리가 기선의 206,000배가 될 정도로 작은 각이다. 이는 지름이 2 cm인 동전을 약 4 km 거리에서 바라볼 때의 각크기와 같다. 1 pc는 206,000 AU와 같다.

연주시차 측정의 역사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inicus)의 태양중심설이 나온 후, 천문학자들은 별들의 연주시차를 측정하고자 노력했으나 번번히 실패하였다. 코페르니쿠스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관측천문학자 타이코 브라헤(Tycho Brahe)는 별들의 연주시차를 측정함으로써 지구 연주운동을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타이코는 별의 각위치를 1@@NAMATH_INLINE@@^\prime@@NAMATH_INLINE@@의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는 첨단 육분의를 개발하여 별들을 관측하였다. 하지만 연주시차를 검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타이코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신에 프톨레미 모형을 개선한 자신의 우주 모형을 제안하게 되었다. 사실 타이코가 연주시차 검출에 실패한 것은 별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연주시차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연주시차 측정은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1838년 베셀은 육안관측으로 5등성 별인 백조자리 61번 별(61 Cygni)의 시차를 측정하여 0.3 @@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을 얻었다. 19 세기 후반 이런 방식으로 시차가 결정된 별의 갯수는 60개 이내였다. 20세기 초반 장초점거리 굴절망원경을 이용한 사진 관측은 시차 측정의 정밀도를 0.01@@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까지 개선하였으며, 이 기술을 이용해 이루어진 관측 결과들이 모아져 1963년 6390개 별들의 시차가 목록으로 발간되었다.

그 후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연주시차 측정은 CCD 카메라을 이용한 영상 관측 기술과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영상 분석 기술 도입에 힘입어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각을 측정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지상에서는 지구 대기의 시상 때문에 해상도가 높은 영상을 얻기가 어려웠다. 이에 대한 획기적 개선책은 우주에서 연주시차를 측정함으로써 가능했다. 1990년대에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이 운용한 히파르코스(Hipparcos ) 위성(그림 3)은 0.001@@NAMATH_INLINE@@^{\prime\prime}@@NAMATH_INLINE@@보다 더 정밀하게 10만개가 넘는 별들의 시차를 측정하였다.

그림 3. 연주시차 측정용 위성 히파르코스(출처: )